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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d A Bio Feb 21. 2021

자유의 한에서 변칙적인 모호함까지

하나의 단어로는 규정할 수 없는, R&B


흔히들 분위기가 가라앉고 우울한 음악처럼 느끼는 R&B. 그래서 그저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꺼내 듣고 플레이리스트 저편에 사라지는 음악.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요즘은 제목에서의 '변칙적인 모호함'으로 많은 대중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유의 한'이라고 언급한 알앤비의 모습으로 그저 그런 슬픈 노래라고 생각하는 가벼운 마음이다. 사실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유는 R&B 음악 자체를 들을 때 느끼는 이러한 감정들이 이 '장르', 알앤비라는 음악 그 자체가 추구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초에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가스펠, 블루스에 댄스풍 재즈 리듬이 섞여 탄생한 음악 장르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알고 노래를 듣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


사진:Frank Ocean 이미지 출처:blonded.co/


내가 R&B라는 장르를 모르고 노래를 접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부럽다'였다. "어떻게 저렇게 자유로울까, 여기서 이러한 애드리브를 넣는다고?, 딱히 노래에 정해져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공부하며 학교에 잡혀있는데. 나도 저렇게 마음대로 좀 해보고 싶다." 너무 부러웠고 위로받았다.


감히 흑인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의 기교나 즉흑성, 자율성은 따라 한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냥 몸이, 목소리가 노래를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사진은 나에게 있어서 항상 최애 아티스트로 뽑는 'Frank Ocean'이다. Frank Ocean의 'Thinkin Bout You' 라이브 영상을 본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오늘은 알앤비 장르에 대해 이야길 전할 것이기 때문에 아티스트나 곡의 자세한 이야기는 담지 않겠다.


지금까지도 위로를 받고 있으며 나의 사고까지도 새롭게 만들어준 알앤비 음악. 제목의 '자유'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바로 나의 첫 디딤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R&B 음악은 흑인 음악에서 탄생한 장르답게 즉흥적인 면이 강하다. 노래 중간중간 애드리브를 많이 넣기도 하며 공연 시에 재즈처럼 즉흥연주를 통해서 스캣을 섞는다든가 중간중간 코드웍에 변화를 준다. 이러한 요소가 R&B의 음악의 첫 번째이자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wiki media


다음으로는 내용적인 측면으로 초기 R&B 음악은 흑인들의 음악이라는 이유만으로 'Race Music'이라고 칭해졌다. 작년 일어났던 미국 경찰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사시킨 사건은 다시금 R&B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다는 아니지만 R&B 음악은 그루브가 강하고,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통속적인 내용이 주가 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근간에는 목소리를 드높여서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뿌리에 대한 곧은 믿음을 강조하면서 당시에 만연한 흑백 분리정책을 비판하고 반전, 인권 등을 노래하는 목적이다. 흑인 뮤지션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해 많은 슬픔과 함께 분노에 휩싸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이 흑인 뮤지션들이 추모하는 글과 노래가 나오며 흑인의 '한'맺힌 감정을 전달했다.


사진:왼쪽 부터 딘(DEAN), 크러쉬(Crush) 이미지 출처:딘, 크러쉬 인스타그램

이러한 R&B 음악이 2021년인 현재는 세계적인 열광을 얻고 있으며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 중 위 사진의 딘(DEAN)과 크러쉬(Crush)라는 가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좋아하진 않더라도 흘러나오는 곡들은 몇 번이고 들어 봤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알앤비는 진화하고 있었고 점점 대중 등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Funk, Rock, Electronica, Latin의 장르를 더불어 세계적인 Pop 그리고 MZ세대의 음악이라 불리는 Hip-Hop 같은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Alternative R&B'라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발성으로 강하게 지르거나 엄청난 기교를 넣지는 않지만, 중독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디에 어울리게 보컬을 일종의 악기로 다루면서 가성에 가까운 얇은 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보컬들이다. 특히 요즘 세대를 저격하는 힙합과의 콜라보가 가장 알앤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면 랩의 특성인 변칙적으로 박자를 쪼개며 플로우를 타는 경향을 알앤비에 결합시키는 곡들이 많아졌다. 오토튠도 사용하면서 사운드적인 측면이 다양해졌다.


사진:Pink Sweats Volume 1, Lucky Daye ll 이미지 출처:Apple Music


이러한 다양한 장르의 결합이 실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성까지 가미하여 이를 통한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건 음악 차트 순위만 봐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필두로 한 R&B 장르와 타 장르 간 결합의 폭발적인 성공은 R&B 이외에도 전 장르에서의 결합에 큰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20년 세계적인 팬데믹이었던 Covid-19의 직격탄으로 그 변화의 움직임이 가속화되었고, R&B, 팝, 힙합 장르 가릴 것 없이 어느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음악들이 탄생했다.

이로써 '자유의 한'에서 '변칙적인 모호함'까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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