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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16. 2017

'나'에게 물어보기

대학생의 특권이 뭐가 있을까? 시간표를 마음대로 짤 수 있는 것? 성인이라는 이유로 느낄 수 있는 해방감? 원하는 때에 휴학 할 수 있는 권리? 다른 것보다 필자가 느낀 가장 큰 특권은 ‘다양한 경험’이다. 물론 다양한 경험의 기회는 인생에서 여러 번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는 신분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고등학생 때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원하는 운동경기 선수단 서포터즈, SNS 스타처럼 화장품을 사용하고 경험담을 남기는 대외활동도  있다. 그 중에 오늘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기억에 남은 경험은 동화책 공모전이다.




SNS를 하던 중 여러 대외 활동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동화책 공모전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꽤 유명한 동화 출판사의 공모전 이었다. 지원 대상은 경험이 전무한 작가부터 프로 작가까지 였다. 평소 동화를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지원 대상이나, 조건 등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제 1회’라는 포스터 제목에 이끌려 운명처럼 친구와 도전하게 되었다.


평소 필자는 화가 나는 날에는 그 기분을 동화로 써보았다. 그렇게 몇 편의 자작 동화를 가지고 있었던 필자에게는 생각 할수록 운명 같은 공모전이었다. 그림 동화를 만들기 위해 평소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 친구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고, 친구는 흔쾌히 허락했다. 친구에게 평소 써두었던 감정이 듬뿍 담긴 동화를 몇 편 보내주었고, 그 중에 선택을 하여 ‘날 것’이 아닌 ‘동화다운 동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날 것’의 글은 A4용지 절반의 분량에 감정이 꾹꾹 담긴 글이었고, 문장 문장 곳곳에는 원초적인 감정이 뚝뚝 떨어지는 글이었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글을 읽은 친구는.


어려워.

라는 답변을 했다. 처음 친구의 답을 듣고 그 표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의 상황과 감정을 주인공에 여과 없이 담아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독자의 어렵다는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회의 때에 글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 이야기를 쓸 때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친구는 이야기를 다듬어 동화를 만들자는 결정을 했다. 그렇게 ‘렉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동화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렉스’라는 콤플렉스가 많은 여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렉스는 꿈을 꾸게 되는데 꿈에서 렉스는 키도 크고,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동생의 짜증을 한번에 잠재운다. 현실의 렉스라면 쉽게 하지 못 할 일 들이었다. 즉, 렉스의 참아왔던 욕구가 해소되는 꿈을 서술한 동화였다. 렉스를 통해 사실은 참지 않아도 되는 것, 조금은 화내도 되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그건 필자 본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렉스의 이야기는 곧 필자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필자의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이야기를 쓰고, 친구와 회의를 통해 그 상황에서 렉스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렉스가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서 친구부터 이해시키는 것이 과제였다.


친구에게 이야기한 후에는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도록 렉스의 감정에 대한 완벽한 단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느꼈던 감정, 쓰고 싶은 감정이 어떤 감정이었는 지 잘 몰랐던 것이다. 왜냐하면 상황이 본인을 불편하게 만들면 피해 버렸기 때문에 ‘불편한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느낌적인 느낌’에 대해 이해를 시키고 알맞은 단어를 떠올리는 데에 시간을 많이 사용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친구에게 필자의 이야기, 어디에도 해본 적 없던 이야기를 자세하고, 구구절절하게 되었다.




내면의 이야기, 품어만 두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필자는 굉장히 ‘자신의’ 이야기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타인에게는 물론이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본 적 없는 질문들이었다. ‘렉스인 스스로의’ 이야기를 잘 못 하다 보니 회의는 길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렉스의 심정을 대변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본인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왜 렉스는 여기서 울고 싶었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이 느낌은 어떤 감정일까? 렉스의 이야기를 구상하며 했던 질문들은 다시 돌아왔다.


그때 넌 울고 싶었구나. 그땐 넌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유쾌하지 않은, 편하지 않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그리고 새삼 필자는 여러 가지 묻어둔 감정과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렉스 이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위로해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결국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묵혀두고 묻어둘 뿐. 필자에게 렉스의 이야기가, 동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웠고, 기억이 오래 남고, 위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묻어두었던 감정을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화가 났다면 화내주며, 울고 싶었다면 울어주는 시간들이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유기체가 즉, 내가 겪는 모든 일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 의식적으로 쉽게 닿을 수 없는 무의식에 가둬진다. 라고 했다. 즉, 스스로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잊어 버린다 하더라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묻어두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성격’ 즉, ‘나’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노래에 진심이 담겼네요.

같은 기교, 같은 기술과 실력으로 노래를 부르는 두 가수가 있다. 하지만 한 명은 귀만 울리 지만, 다른 한 명은 어딘가 가슴이 울리는 느낌이다. 이 차이는 ‘진심’이라고들 말한다. 그 진심은 결국 ‘자기 표현’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좌절된 감정 또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해내는 그 소리가 ‘진심이 담긴 노래’가 되는 것이다.


노래에, 글에 진심을 담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를 모르고,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표현하는 것이 절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뭐든지 해보지 않은 일은 어렵고 어색한 일이기 마련이다. 이제 시도해보자. 주변에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자!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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