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흔하게 쓰는 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이 말의 유래는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말은 뉴욕 양키스의 포수 ‘요기 베라’가 한 말로, 1973년 감독을 맡은 그는 시즌 중반 자신의 팀이 꼴찌로 처지자 취재진에게 "이번 시즌은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답한 그는 최종 두 팀이 겨루는 월드 시리즈까지 그 팀을 이끌었다.
또한 마라톤 선수는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다 나중에서야 걸음을 멈춘다. 이는 그가 결승선이 머지않았을 때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외에도 여러 예시들을 통해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을 실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제 수능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고지가 머지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초 때만 하더라도 수능이 가까이 다가오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나 자신을 상상했지만, 수능이 다가오자 그 상상은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능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공부는 더더욱 손에 잡히지 않는다. 수능이 끝나면 뭐할지 생각하느라 바쁘고, 수능 전 합격이 발표된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과 떠들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해서 공부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나도 물론 잘 알고 있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수능 전 합격이 발표되는 전형이 있어, 면접을 보고 난 후에 면접을 망쳐서 한동안 우울해 공부를 못했고 또 합격발표가 다가오기 일주일 전부터는 왠지 모르게 합격이 된 것 같아 공부하기가 정말이지 싫었다. 이러한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이제는 어서 수능을 치고 하루 빨리 자유로운 마음으로 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지금 이 시기를 떠올려보면 ‘참 어렸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이 며칠때문에 결과가 크게 변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때 내가 만약 조금만 더 최선을 다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생각보다 이 ‘만약’이란 감정이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가끔 친구들끼리 역사를 배울 때 ‘삼국통일을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가 했으면 우리 나라의 영토가 넓어졌을까?’며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얘기를 나누었다면, 수능은 ‘내가 만약 그때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성적이 크게 달라졌을까?’하는 아쉬움을 오랫동안 남기게 된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그런 아쉬움이 점점 커져 반수와 재수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마음가짐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 2주밖에가 아니라 2주나 남았다. 물론 이 2주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기간이 적어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 온 친구들에게는 이 기간 동안 흐트러지지 않은 채 공부에 계속 집중을 한다면, 결과가 그만큼 보답할 것이니 부디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공부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수능 때문에 불안한 친구들에게는 이 2주가 많은 것이 변하는 기간이라는 것을 강조해주고 싶다. 공부를 마라톤에 비유하자자면, 결승선이 다와가는 이 기간동안 많은 친구들이 달리는 속도를 자신도 모르게 늦추게 된다. 이때 속도를 늦추지 않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게는 크게는 아니더라도 그 노력이 결과로 보답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능이 다가와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친구들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열심히 했기에 지금 즈음에는 쉬고 싶은 마음이 정말이지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이 2주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겪어봤기에, 이 글을 보는 친구들은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해 수능 후 이 기간을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더 당부하고 싶다. 빨리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 놀고 싶은 마음 모두 이해한다. 그러나 대학교를 가기 위한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수능이라는 이름의 결승선이 다가오지만 그것을 아직 끊지는 않았다.
여태까지 열심히 해온 것은 자기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고등학교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해왔을 수도 있다. 출발선은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출발선이 어디인지보다, ‘어떻게 달려왔는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꾸준히, 열심히 달렸다고 자신한다면 결승선을 끊었을 때 그 어떤 후회감도 아쉬움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부디 끝까지 열심히 했으면, 그리고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기를 바란다.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위의 시는 내가 공부하다가 힘들 때 보는 박노해 시인분의 ‘너의 하늘을 보아’라는 시이다. 이제 곧 수능을 칠 고3학생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수능을 칠 고등학생들에게 가끔 지칠 때 이 시를 보고 위안을 얻었으면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