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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Feb 19. 2018

사내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성폭력이란 심리적, 물리적, 법적으로 타인에게 성(性)과 관련해 위해를 가하는 폭력적 행위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인 접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성폭행(강간), 성추행, 성희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형용될 수 없는 범죄가 회사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


사내 성폭력은 말 그대로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다.

회사 안에서 윗사람과 아랫사람사이에 권력구조 사이에서 발생하며, 그들은 갑이라는 지위적 힘을 가지고 거부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한다. 누가 갑에게 이의를 걸수 있으며, 반항할 수 있겠는가? 갑의 횡포에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며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신체를 혐오하게 되며, 내 것이더럽혀 졌다는 생각에 휩싸여 살아간다. 또한, 끝없는 불안과 수치심에 빠져 고통을 받는다. 사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회사 사람들과 그들의 시선까지 신경쓰느라 더욱 힘들다. 


최근 사내 성폭력 사건으로 대두된 ‘한샘 성폭행 사건’을 살펴보자




                      



한샘 성폭행 사건


몰카 2016년 12월 23일, 동기들과 교육이 끝난 뒤 저녁을 먹었다. 저녁 자리가 끝나고 화장실에 들러 볼 일을 보려고 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무심코 위를 올려다 봤더니 휴대전화를 든 남자 손이 화장실 칸으로 들어와 있었다. 바로 옷을 입고 쫓아 나갔더니 회사 남자 동기들이 서 있었고 누구도 뛰쳐나간 사람을 못 봤다”고 말했다. 화장실 입구에 CCTV가 있길래 다른 여자 동기와 확인해보려고 하자 한 남자 동기가 갑자기 손을 들며 본인이 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동기 중 남자가 들어간 줄 알았고 남자들은 원래 그런 장난 친다”며 사과했다. 남녀가 따로 쓰는 화장실인데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나 싶어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다. 그 후 그 사원은 퇴사 조치 되었다.


강간 2017년 1월13일, 입사 3일차에 회식이 끝난 뒤 교육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몰카’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조사 받는 과정에서 교육 담당자가 도와줘 감사 인사도 할 겸 만났다. 밤 12시쯤 만나 다음날 새벽 1시40분까지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려했으나, 교육 담당자는 숙박업소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모텔로 들어가며 “자고 가라”고 계속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고 나오려고 하자 “내가 잠드는 걸 보고 가라”며 몸을 잡고 침대로 던졌다. 그리고 그녀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해바라기센터와 국선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고소했고 한샘 측은 교육담당자를 ‘징계해고’ 하였다. 그 후에 가해자 쪽은 취하해달라는 연락을 계속 했으며 가해자는 주말에 집 앞에 찾아와 “이걸 칼로 확”이라고 말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또한 인사팀장의 강압적인 태도와,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고소를 취하했다. 그 후 교육담당자는 정직 3개월과 전보 조치로 경감됐다.


성희롱 또한, 인사팀장은 주말에 부산 출장 이후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부산 호텔로 자신을 불러 업무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앉아 있으면 너무 섹시하잖아. 너 너무 섹시하다. 오늘 우리 둘 일은 없는 일로 할까?”라며 성희롱을 했다. 짐을 챙겨 나오려고 하자 양 팔을 붙잡고 누우라고 계속 요구해 밀치고 나왔다. 이후 인사팀장이 ‘풍기문란’을 이유로 6개월 동안 10% 감봉이라는 징계를 줬다. 

(*다양한 기사들을 발췌하였습니다.)


가해자의 반성따위는 없고, 회사의 도움 또한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마저 신경써야 했다. 피해자는 용기를 내어 ‘네이트 판'이라는 커뮤니티의 글을 게시 했다. 그러나 ‘화간이 아니였냐’ 혹은 ‘꽃뱀이 아니냐’,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 라는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대중들의 시선이 피해자를 더욱 괴롭힌다. 




‘화간’은 서로의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한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관계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강간이다.


‘화간’ 이라는 주장을 비판한 페이스북 Yangpa(@londonyangpa)님의 글을 보자.


거절해야 했다 하는 남자분들께는.

야근시키는 상사한테 곧바로 따지시죠? 술자리 늘 거절하시고요? 그런데 성매매도 어쩔 수 없이 분위기 맞춰야 해서 같이 해야 한다는 사람도 많던데, 그것도 따박따박 대드셨죠? 임금 체불이면 바로 그날 문자 넣으시고 노동청에 고발하시고요? 초과 수당 안 들어와도 곧바로 인사팀장 카톡 메세지로 따지시겠죠?

-중략-

 왜 이건 화간이라고 우기는지 아세요? 여자가 웃어줬고, 말 들어줬고, 카톡 답해줬으면 섹스 가능하다는 심리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술자리까지 같이 했으면 '먹어도 된다'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서입니다.


이 글에서 양파님은 당신들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사에게 거절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성이 거절하지 않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이면 합법적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가해자의 생각을 비판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교육 담당자와 인사팀장이다. 위계 질서가 강한 회사의 신입사원인 피해자에게 그들은 매우 높은 존재였을 것이다. 몰카 사건이 일어난 후 교육 담당자가 이를 전적으로 도와주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며, 그에게 밉 보일 이유는 없으니 좋게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 담당자는 이를 이용하였다. 자신이 안전한 남자인 것을 어필하였고, 모텔로 데려가 여성을 강간한다. 피해자는 매우 당황했을 것이며 그에 대한 반박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후 교육담당자는 자신과 꾸준한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서로의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며, 화간을 주장한다. 


다음은 인사 담당자이다. 교육 담당자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 회사 법무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인사팀장이 연락을 했다. 그는 회사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 때 남직원과 여직원을 모두 해고한 적이 있고, 언제든 피해자 본인도 해고하면 그만이라며 “강제로 성폭행 당했지만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 “(성관계가) 강제 수준은 아니었고 형사 처벌과 회사 징계 원하지 않는다” 중 결정하라고 요구하며 진술서를 새로 쓰라고 강요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성희롱까지 당했으니, 그녀가 받았을 고통과 충격은 끔찍하다.






사내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피해자가 무슨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을까?, 화간이 아니였나?' 부터 시작한다. 


웃어주고 친절하면 성관계가 허락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해자들의 생각부터 크게 잘못되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의심하는 주위의 시선이 더욱 문제다.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는 사건의 일편적인 모습으로만 판단하지 않아야 하고, 수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사건에 대해 함부로 논하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치부해버리는 편협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가해자에 대한 법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란다. 한번 피해자는 끝까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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