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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r 05. 2018

자원봉사를 '자원해서' 할 수는 없나요?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움, 또는 그런 활동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는 자원봉사의 의미이다. 지역사회의 환경정화를 위하여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자연재해 등으로 특정 지역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밥이나 구호 물품들을 직접 나눠드리는 사람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빨간 방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주변을 정리하고 통제하던 사람들까지 자원봉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경쟁적인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함께 나아가는 사회를 위해, 정규교육과정 중 인성교육의 목적으로 자원봉사 활동 권장시간을 지정하여 청소년의 봉사 활동을 장려하려 시도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수능 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전형 대신, 내신 및 학교생활기록부(a.k.a 생기부)를 통하여 학생을 뽑는 수시전형에서 (보통 학생부종합전형이 이에 속한다.) 봉사시간 및 활동내용을 기재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자원봉사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환경정화봉사단에 따라갔다. 두 시간 동안의 노력을 통해 휴가철로 인해 더러웠던 해수욕장이 깨끗해진 모습을 보며, 대가 없이 타인을 도와주는 것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껴왔다.

 

내가 적지 않은 시간인 약 450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우리나라가 청소년들이 자원봉사를 ‘자원’해서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XX 학과에 들어가고 싶은데. 전공과 관련된 봉사시간이 많이 필요한가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봉사활동 반영비율이 큰가요?


인터넷에 ‘봉사활동’을 검색했을 때 포털 사이트의 Q&A 시스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문으로, 한 수험생 커뮤니티의 경우 2월 28일 기준 하루에도 10여 개, 한 달 동안 300여 개의 봉사시간의 내신 반영 및 수시전형 활용 비중 등과 관련된 질문들 및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청소년 봉사활동 내실화 방안 연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2008)’에 따르면 참여 동기로 내신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였다고 응답한 학생이 90%에 달했다. 또한, 현행 학생자원봉사의 문제점으로 봉사활동을 내신화 하여 점수에 반영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된다고 답한 학생은 79.6%, 교사는 96.4%라고 발표했다.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의욕 상실 및 활동 중 이탈 등의 행동들로 이어진다. 실제로도 내가 활동하면서도 출석만 하고 중간에 도망가는 학생, 학원으로 인해 중간에 빠지는 대신 활동시간은 똑같이 기록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 심하게는 친구에게 대리 출석을 맡기고 사라지는 학생들이 있었고, 이는 곧 프로그램 진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또한, 청소년들의 봉사활동 사전교육 및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봉사활동 시 유의사항을 잘 숙지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봉사활동을 더욱 찾기가 힘들다는 점도 자발적인 봉사에 큰 걸림돌이 된다. 봉사활동을 하기 전 사전교육을 받은 청소년은 41.7%에 불과하고, 실시하는 사전교육의 형태도 소규모, 대규모 강의 및 안내 책자로만 이루어져 개인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기엔 한계가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2008)


예를 들어,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 신청 및 관리 사이트는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하는 게 아닌, 여러 사이트가 있는데(크게 ‘1365 자원봉사인증 포털’, ‘VMS 사회복지 자원봉사 인증관리’, ‘Dovol 청소년 활동 정보사이트’ 3곳이 있다), 자원봉사 운영 단체에 따라 연계하여 사용하는 사이트가 다르다. 그리고 세 사이트 모두 검색 방법 및 신청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자원봉사를 시작하려면 세 곳을 모두 둘러봐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또한, 운영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신청을 받는 경우 위의 사이트에서 찾기 어렵고, 각 사이트의 계정 간 연계를 하지 않은 경우 정확한 봉사시간 및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결국, 현재의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은 학생들의 자발성은 무시한 채 의무감으로 행동하게끔 만들고, 사전교육의 미흡으로 자발적인 활동조차 시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러한 봉사활동 장려 방식은 청소년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내기 어렵고, 청소년기 이후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실제로 1365 자원봉사 포털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4~19세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21.3%로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20대는 10%, 30대는 5.8%에 불과하다.





자원봉사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도 못하고 최근에 성인이 되어 사회에 들어가는 풋내기지만, 학생기록부 관리와 수능을 얼마 전까지 준비했던 사람으로서,  학생들 자신이 원하는, 즉 ‘자원하는’ 자원봉사를 했으면 좋겠다.


이건 학생들에게 감히 활동할 때 없는 진심을 꾸역꾸역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엔, 대학을 가기 위한 압박감, 혹은 주위의 강요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자신의 흥미에 기반을 둔 봉사활동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봉사시간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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