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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r 23. 2018

나의 기숙사 회고록



2018년 3월.

개강과 동시에 기숙사에 입사했다. 

입사와 동시에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솟구쳤다.

그리고 과연 낯선 환경과 낯선 이 

‘이들로부터 나의 보금자리는 안녕할 수 있을까?’

이번 학기 룸메이트도 좋은 사람 이길 바라며,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룸메이트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 학기도 좋은 예감이 든다.  


기숙사에서의 생활은 좋거나 최악이거나 둘 중 하나로 극명하게 갈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잘 맞는 편에 속하는데 

주위 동기들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나처럼 잘 맞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타인과의 생활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룸메이트를 포함해서 같은 관을 쓰는 사람들의 매너가 좋다면 즐겁고 나이스 한 한 학기를 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진지하게 퇴사를 생각하거나 자취를 선택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회상해 보고자 한다. 




#1. 기숙사 자리

2017년 3월 무렵 학교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저는 재학생인데요. 이번에 3인 1실 기숙사를 쓰게 되었어요. 자리 선정 때문에 고민이에요. 1층을 사용하고 싶어서 입사 당일 날 일찍 갈 예정인데 써도 괜찮을까요?’

하나 둘씩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의견은 아주 다양했다.

‘선착순이니까 그냥 쓰세요’, ‘고학년한테 양보하세요’, ‘2층 쓰세요’ 와 같았다.

당시 신입생이었던 나는 당연히 고 학년 선배가 써야만 하는 줄 알았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2인실을 썼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소위 말하는 안 좋은 자리를 쓰게 되었다.

2인실이어서 3인실 만큼의 큰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같은 금액을 내고 입사하는데 선착순이 아니라 학번 순으로 자리를 쓴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쓰고 싶었던 자리를 위해 누구보다 일찍 출발했지만 저 학년인 이유만으로 자리를 당연시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선배 입장에서 본다면 배려를 받은 것이니 좋겠지만 후배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함을 강요 받은 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매년 올라온다.

선후배 사이를 떠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양보하며 그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면 충분히 개선이 될 수 있는 문제라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2. 도둑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 택배를 훔쳐 간 것이다.

나도 당할 줄이야. 착잡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봤다.

배송 상태를 다시 확인해봤지만 이미 배송 완료라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내 택배는 택배실 어디에도 없었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신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몇 주 전에 터진 거액의 택배 도난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10만 원어치의 옷을 훔쳐 간 일이었고 범인은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학교는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했다.

그 후 범인의 자필 사과문이 생활관 1층에 붙여졌고

미적지근한 학교의 대처 방식 때문인지 사생들의 불신만 더욱 커져갔다.

그 후 퇴사 처리가 되었다는 공지가 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마무리되어버렸다.


나 또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어차피 학교가 그렇게 대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택배를 찾아도 기분이 썩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기숙사에는 택배 도둑뿐 만 아니라 몰래 다른 이의 음식을 훔쳐먹는 사람도 있고 속옷을 훔쳐 가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 대학에 왔는데 어떻게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야?’


나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는 내내 황당하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도난 방지를 위해 공용 냉장고를 사용할 때 김치통에 음식물을 넣어 보관한다고 했다.

그래도 김치통을 열고 훔쳐먹는 사람이 빈번해 설사약이라도 발라놔야 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개 3인실의 경우는 빨래 건조대를 방안에 놓으면 불편해 복도에 건조대를 놓고 말리는데 이때 걸어 놓은 속옷이나 옷을 몰래 훔쳐 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옷과 동일해 의심했으나 당당히 입고 다녀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개개인이 잡아야 하며 학교는 대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들 도난을 당해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기숙사 내 도난 문제를 가벼운 범죄로 생각하고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니 개인이 더 조심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그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관련 불만 글이 올라오는 일의 연속이다. 


기숙사 측에서 도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 탄탄한 방침을 세우고 CCTV 설치를 통해 학생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방법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럼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통학을 하는 친구들은 의외로 기숙사 생활을 부러워한다.

학교와 가까워서 지각을 할 걱정도 없고 공강시간에 편하게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생활해 본 나는 그렇게 부러워할 만한 게 아닌 데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입사 신청을 했던 이유는 전에 같은 층을 썼던 사람들이 보여준 

매너와 배려 그리고 룸메이트와의 원만한 관계가 한몫을 했던 것 같다.

그들 덕에 힘든 일이 있어도 1년 동안 아주 즐거웠다.



집을 떠나와 타인과 함께 하는 생활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잘 맞는 사람들과 지내니 더할 나위 없었다.

또 나도 공동생활의 기본 매너를 지키며 다른 이들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기숙사 생활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남들도 노력해야 하지만 나 또한 노력해야 한다고, 그렇게 한다면 어느 순간 한 학기의 기숙사 생활에 꽃이 필 거라고.

앞으로의 행복한 기숙사 생활이 지속되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친다.


*주관적인 글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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