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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19. 2018

부산여행이 고3인 나에게 주었던 답


 수능을 193일 남겨놓고 5월이 다가왔네요. 11월에 예비 고3이 되고 수험생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도 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벌써 6개월을 달려왔어요. 지금까지도 고생했어요. 공부하기도 싫고 나 자신이 정말 미웠던 날들도 존재했을 터인데 여기까지 와주었으니까요.


 5월이 되면 학생들은 나태해지기 시작해요. 졸업사진을 찍는 학교들도 많이 있고, 생각해보면 아직 수능까지는 많이 남은 것 같거든요.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죠. 제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놀지 말라는 것이 아니예요. “수험생” 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서 자신에게 휴식을 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저는 고3 5월에 정말 힘들어했어요. 선생님들께서도 이때 나태해지면 지는 것 이라며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부모님께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올해만 넘어가면 내년부터 더 즐길 수 있으니 다른 아이들을 이기기 위해 더 빡세게 해야 이길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제가 오히려 5월에 졸업사진을 찍고 결정한 것은 “여행”이었습니다. 오늘은 여행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해요.


 분명 작년, 재작년까지는 다른 친구들을 많이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모의고사를 보고 대학명칭이 들리기 시작하니 생각이 많아졌었죠.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많이 늦나? 이번 시험이 어렵지 않았는데 나만 어려웠나? 같은 잡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자존감을 좀 더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그 상태로는 도무지 수능 때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같이 고3을 보내는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로 부산을 다녀오면 어떨까라고 해서 무작정 스케줄을 짜고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후일담이지만, 그 친구들은 모두 18학번이 되었습니다.) 친구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안하고 죄책감이 있는 채로 노는 것보다는 아예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나서 그만큼 더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이었죠.

해운대 앞바다에서, 친구들 6명과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긴 시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해운대와 그 주변을 여행하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시간을 최대한 아끼고 싶다는 친구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졸업 사진을 찍고 나서 오후에 출발하는 걸로 결정했고요. 그렇게 저희는 무작정 부산 해운대로 떠났습니다. 가는 버스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어요. 저는 그때 애들의 말투가 왜 그렇게 날카로워졌는지 또는 툴툴거리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때 버스안에서 친구들이 이야기 해주더라고요. 자기들도 혼자 느린 것 같아서 걱정했고 대학을 갈 수 있는지가 정말 까마득해 보여서 다른 친구를 볼 시간도 없었다고요. 사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친구들이었던 만큼 모두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죠. 오랜만에 친구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부산에 도착해서는 밀면을 먹었어요. 친구들이 모두 국수를 좋아했는데 고3되고 아무래도 시간도 부족하고 하다 보니 잘 챙겨 먹어야했는데 사정상 그러지는 못했어요. 오랜만에 비빔 밀면과 물 밀면을 먹고 부산 벡스코를 돌아다니다가 밤에 해운대 밤바다를 봤습니다. 연인들도 많고 수학여행 온 사람들도 많고 학생들도 많고 사람이 정말 붐비더라고요. 그래도 완전히 꽉 막혀있던 바다를 벗어나서 저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저는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꽉 막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라는 것을요. 학을 가겠다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었던 하나의 목표였던 거예요. 저는 한번의 도전 이였던 일을 실패하면 세상의 낙오자가 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 저는 생각하게 됐어요. 어느 대학을 가든 수능성적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걱정하겠다는 생각이요. 그러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금 고3이라는 위치에 서있는 친구들이 저같이 교실 같은 막히고 좁은 공간 갇혀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랬고 지금 친구들도 그렇고 우리는 모두 도전자예요. “도전”이라는 말의 정의는 어려운 일 따위에 맞서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걸 뜻해요. 우리는 수능이라는 어려운 일에 맞서고 있잖아요. 친구들과 제가 느꼈던 감정이 모두 그 일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저와 친구들은 부산에서 깨달았어요.


 저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부산을 가야만 깨달을 수 있어요 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예요. 수능을 위해서, 대학을 도전하는 입장에서 공부해야하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우리는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지쳤잖아요. 지친 상태를 그대로 끌고 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멈춰야 할 시점이 오게 될 거예요. 누적 되어있는 피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추천 드리고 싶은 방식은 멀리 여행가지 않아도 좋고, 저처럼 거창하게 계획을 잡을 필요도 없어요. 자기가 공부하던 공간을 떠나서 다른 공간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거죠. 늘 있던 공간에서 있다 보면 자기 자신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부정적으로 많이 생각하게 되고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도 많지만 이럴 때는 자신만의 공간을 벗어나보는 것도 중요해요.


 사실 수험생활 중에서 5월만큼 휴일이 긴 날도 얼마 없어요. 놀자니 죄책감이 들고 공부를 하자니 공부가 안된다면 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는 거 예요. 머리를 비우고자 노력 하셔야 해요, 5월까지 달려왔는데 나중에 멈추게 된다면 자신이 한심해 보이고 더 이상 노력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 말이예요, 그리고 수험생활을 먼저 해본 사람으로써 당부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자신을 너무 낮춰서 평가하지 마세요. 친구들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자신을 낮춰서 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그 능력을 못 나오게 한다고 생각해요. 결정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시험”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긴장감”이라는 녀석과 떨어지기가 힘들어요. 


 시험이라는 것은 노력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아요. 그 날 운도 필요하고 컨디션, 부수적인 것들이 자신을 향해줘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저도 그랬고 친구들도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잖아요. 저는 친구들이 노력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처음 겪는 수능이라는 큰 시험 앞에서 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몇 번 강조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주는 휴식이 필요해요. 그래야 또 에너지를 얻어서 장기 레이스를 펼칠 수 있으니까요.


 1년 먼저 레이스를 펼쳐본 저에게 줬던 저만의 휴식은 “부산 여행”이었어요. 한비아가 “여행이란,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했듯이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자신 챙기기예요. 5월까지 레이스를 펼치며 힘들게 달려왔던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져요. 자신을 너무 힘들게 만들지 마세요. 자책하지 마세요. 친구들은 지금보다 더 잘 할거고 지금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제까지 달려온 자신에게 휴식을 주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5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 많이 왔어요. 흐트러지지만 말고 지금 처럼 합시다! 오늘의 결론은 휴식 꼭 가지면서 하세요 친구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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