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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28. 2018

집에서 독학 재수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집 독재를 직접 하면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것

12월 중순, 나의 201x학년도 수능 점수가 나왔다. 결과는 처참했다. 백분위 평균이 평소보다 훨씬 떨어졌고, 이 때문에 수험생 시절부터 꿈꿨던 특정 대학에 원서조차 넣지 못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안정으로 넣었던 대학들은 실기 실력이 부족해서 다 불합격되었고 이제 나에게 남은 선택은 재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수능을 치를 준비하기 전에 나는 수험생 커뮤니티에 재수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재수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나왔다. 첫 번째로는 수능의 모든 과목을 전부 직접 가르치고 매일매일 수험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재수 종합학원이 있다. 두 번째로는 독학하는 학생을 위해 공부할 자리를 제공하고, 과목별로 질의응답을 받아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는 독학 재수학원이 있다. 하지만 위 두 가지 방법은 아무래도 나를 관리해 주는 학원인 만큼, 비용이 매우 비싸다. 특히 재수 종합학원은 한 달에 100만 원 남짓해서 우리에게 매우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차선으로 독서실을 다니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때 나에게는 독서실 비용마저 이를 지급하셔야 하는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했다. 그래서 독서실마저 두세 달 정도만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6월 모의고사가 끝날 때 즈음에 나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위 제목에 쓰인 대로, 필자의 집에서 독학 재수를 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대략 5달 반 동안 집 독재를 했고, 그 결과 백분위를 작년보다 평균 20 높게 받는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 또한, 수험생 커뮤니티에 글을 검색하면 집 독재를 해서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후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이렇게 해서 자신이 원하던 결실을 보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다들 알겠지만, 집에서 공부하는 것, 그것도 집중해서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집이라는 아늑함과 편안함 속에서 책을 펴는 것이란 시작부터 쉽지 않고, 공부한다 해도 중간중간 딴짓을 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태에서 반년 이상을 집 독학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만약 여러분이 집 독재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을 읽고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집에서의 독학 재수, 소위 ‘집 독재’의 가장 큰 특징은 (필자가 직접 해본 결과) 재수하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모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에게 장점이 되는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다.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독학 재수생은 학교에 다니지 않게 되어서 시간 관리가 더욱 자유로워진다. 그렇기에 하루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나누어서 공부할지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 역시 나만의 24시간을 시간표로 나누어서 언제 어떻게 공부를 할지 계획하는 데에 재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강의를 듣는 시간을 포함한 순수 공부 시간을 24시간 중 14시간으로 잡고, 국어, 영어, 그리고 탐구를 각각 3 : 3 : 2 : 2의 비율로 쪼개서 플래너에 오늘 하루 계획을 썼고, 여기에 쓰인 대로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이를 잘 지키지 못하면 이것이 독이 되어 처음에 열심히 하던 사람도 곧 나태해지게 만든다.



집 독재의 성공 여부는 이 시간 관리를 ‘꾸준히’ 해내는 것이다. 1달 중 일주일만 12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한 달 동안 4시간을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집 독재는 이것을 1년 정도로 늘려서 이것을 꼬박꼬박 지켜나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집에서의 독학 재수는 가장 큰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나를 제외하고 나를 관리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재수 종합학원이든 독학 재수학원이든 학원에는 내가 공부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꽉 잡아주는 선생님이 우리 눈앞에 계신다. 하지만 독서실과 집에는 그런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다. 집에서 공부하게 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내가 무엇을 해도 나에게 관대한 부모님, 혹은 PMP나 태블릿 PC에서 묵묵히 수업하는 인터넷 강사밖에 없을 것이다(심지어 인터넷 강의가 아닌 참고서와 문제집만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이마저도 있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집은 독서실과 다르게 분위기가 매우 자유롭고 익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관리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필자 또한 5월부터 집 독재 생활이 이 때문에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한 달 동안, 그러니까 6월 모의고사를 치르기 3일 전까지 마음속 나사가 풀어져 공부를 놓게 되었다(후에 6월 모의고사에서 목표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고 자극을 받아 다행히도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집 독재를 하려면 나 자신이 나를 관리해주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공부해야 할 양은 여러분의 공부 스타일에 맞춰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 예를 들어서 일주일에 하루를 3시간 적게 하거나, 너무 힘들면 목표한 강의 수를 오늘 하루만 줄여서 계획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플래너를 통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공부 계획을 짜고, 공부 체크리스트에 체크가 빠짐없이 되어있어야 할 정도로 꼼꼼히, 그리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집 독재는 엄청난 끈기가 필요한 고난도의 공부 방법이다. 비록 필자는 집 독재로 성공했지만, 이 방법을 함부로 추천하지 않는다. 나 자신과 싸움을 꾸준함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만 이 방법을 쓰길 바란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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