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May 28. 2018

여성분들, 안녕하십니까?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여성 편견. 아주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형용하고 밝히기 어려웠던 그 상황에 대해, 오늘 형용해보려 합니다.




여성만 조심해야 하는 이상한 세상


오랜만에 간단하게 술을 마시고, 밤에 집에 돌아가는 길. '아. 바. 사. 자' 택시를 확인하고 번호판을 사진으로 찍고, 남자 친구에게 전송한 뒤 택시를 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려워 112를 누르고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간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혹시나 모르는 남자가 타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남자가 같이 타게 되더라도 그나마 젊은 학생이라면 안심하지만, 나이 든 아저씨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혹시 같이 타게 된다면, 최대한 낮은 층을 눌러 먼저 내린다. "밤늦게 낯선 아저씨가 따라와서 무서웠다."라고 말하면 "그러게 누가 밤늦게 돌아다녀."라는 말을 듣는다.
짧은 치마를 입으면 지하철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속으로 'X팔, 시선 강간' 욕을 짓이기며 입고 있던 잠바로 아예 다리를 가려버린다. 이것은 얌전한 옷을 입어도 마찬가지다. 그냥 반팔티를 입었을 뿐인데, 지하철에서 눈이 마주친 아저씨는 은근슬쩍 눈이 가슴으로 향한다. 한번씩 훑듯 지나치는 시선은, 마주친 어느 사람이라도 느껴질 것이다.
"SNS에 올린 내 사진이 교도소에 화보집으로 팔리고 있었다." (https://www.dispatch.co.kr/1305240) 장당 450원꼴로 성범죄자도 물론 구매 가능하다. 남자 수감자들의 눈요깃거리를 위한 것이다. 개인 sns에 올라와 있는 젊은 여성들의 셀카나 몸매가 드러나는 사진들이 화보집처럼 되어 있었다. 제목조차 '일반인 사진 카탈로그'. 뉴스의 나이 든 남자 앵커는 "여성분들. 더 조심하셔야겠는데요."라고 멘트를 한다.


일반인 여성들의 사진을 도용해 함부로 교도소에 퍼다 나른 업체가 잘못일까요. 아니면 개인의 사진을 개인의 sns에 올린 여성들의 조심성의 문제일까요.


남성분들, 혹시 이런 상황을 느껴 보신 적 있나요?


생활 속의 여성 편견들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요?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형용사


"야. 너는 여자애가 여성스럽게 행동해야지." 여성스럽다. 여성스럽다의 정의를 아시나요? 혹시 남성스럽다 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조신한, 섬세한, 순결한, 여성스러운… 이런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형용사들은 '여성은 꼭 그래야만 한다.'는 성적 고정관념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형용사의 사용에 예민해져야 하고,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여성 앵커와 나이 든 남성 앵커


사진 = MBC '뉴스데스크' / (좌) 박상권 앵커, (우) 이정민 아나운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늘 보아왔던, 평상시스러운 앵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바꿔보면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항상 여성 앵커는 젊고, 남성 앵커는 나이 든 모습입니다. 여성 앵커가 안경을 쓴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고, 남성 앵커는 안경을 쓴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최근, 이 편견을 깨려, 한 여성 앵커가 안경을 쓰고 뉴스에 출연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굳어져 있는 ‘여성은 예뻐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반대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위) 임현주 앵커 (MBC) / (아래) 유애리 아나운서 (KBS)


또한 MBC 파업으로 중년 여성 앵커가 나와 매우 호평을 받았습니다. 시청자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고 중후한 목소리가 좋았다.', '깔끔한 진행이었다.' 등의 호평을 내놓았습니다. 남녀 앵커의 다른 연령이 성차별이라는 목소리가 올라가고 있는 지금, 편견에 맞서는 이런 여성 앵커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가임기 여성


2016년 논란이 되었던 행정자치부에서 만든 가임기 여성 인구수 지도. 이 사업의 취지는 "출산율 저하로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지역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 쉽게 알려주고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다함께 참여하는 분위기 조성." 이었습니다.


-뉴욕타임즈에서도 한국의 가임기 여성 수 지도 이슈를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다음은 기사의 번역본입니다.


한국, 서울 - 몇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가진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관료들은 여성들에게 아이를 가지게 하기 위해 더욱 독창적인 계획을 시도하고 있다. 


(중략)


지난 목요일, 그 시도는 각 도시와 마을에 살고있는, 임신을 할 수 있는 나이의 여성인구 숫자를 여러가지 색깔의 분홍색으로 나타낸 "출산 지도"를 밝혔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응은,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서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어서 문제의 웹사이트는 발표된지 몇시간만에 닫혔다. 

"그들은 가임기 여성을 가축의 숫자를 세는 것처럼 계산했어요." 한 분노한 블로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은 가축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들은 남성들이 가임기 여성이 더 많이 살고 있는 도시에 몰려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중략)


한국의 일부 비관론자들은 현재의 출생률을 유지할 경우 한국이 몇세기 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이 출산지도를 기획한 부처는 이러한 하향추세를 역전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이 지도는 임신이 가능한 나이의 여성이 보다 많이 살고있는 지역은 어두운 분홍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이 적은 지역일수록 더 밝은 분홍색으로 표시되어있다. 지도는 또한 지역마다 출생률에 따른 순위를 매기고, 신생아를 출생한 가족에게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혜택들에 대한 정보도 포함하고 있다. 


(중략)


그 의도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이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그 지도가 정부가 여성을 아이낳는 기계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정의당 대변인 한창민은 금요일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정부가 출생률을 오직 여성만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지도가 증명하는 것은 오직 한국 정부가 낮은 출생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사실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가장 높은 직위는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산 지도는 그들이 가진 여성혐오를 반영한 것이라고 믿는 한 트위터 유저는 이 출산지도를 조롱하는 의미에서 라이벌에 해당하는 지도인 "발기부전 남성"의 수를 나타내는 지도를 만들기까지 했다. 

금요일에 정부 웹사이트는 "오류를 정정"하는 중이라는 공지와 함께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여기까지 뉴욕타임즈 일부 번역본이었습니다.)




세계별로 저출산에 대응하는 대책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엄청난 프로젝트라고 내놓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은, 탄식하게 만들만큼 화나고 (세금이) 안타까운 프로젝트였다.



여성들이 "안녕"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임기 여성으로서가 아닌, 그저 여성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8 Dream Concert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