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나쁘다.” 라는 말을 들어봤을까.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 곁에는 항상 얇은 종이뭉치가 함께 한다. 이 종이뭉치를 우리는 마음의 양식, 지식의 바다 또는 책이라고 말한다. 교육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에겐 항상 종이뭉치들이 가득했다. 덕분에 나는 이를 ‘지겨운 녀석’ 또는 ‘보기도 싫은 녀석’이라고 불렀던 기억을 간직하게 됐다.
종이뭉치만 보면 손톱을 물어뜯던 소년이었다. 재미없었다.
청년이 되어 삶에 고민이 많아진 무렵이었다. 군 입대 후, 내 주변에서는 전기기사, 산업기사, 토익, 일본어 자격증 등 각종 스펙을 쌓기 바빴다. 난 하기 싫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오롯이 생각만 했다. ‘왜 하기 싫을까. 해야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걸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주변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열심히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뒤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또 불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나오는 이상한 죄책감을 다들 느껴본 적 있지 않은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다만 주변에서 하는 일명 ‘자격증으로 스펙 쌓기’는 싫었다.
SNS의 노예였던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과 후에 페이스북을 켰다. 우연치 않게 <맨 인 블랙>, <행복을 찾아서> 등 주연을 맡았던 영화배우 윌 스미스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다. 윌 스미스는 영상 속에서 ‘나는 가능성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핵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데, 그가 말한 한 문장이 나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안내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책에 나와있어요.’
간혹 살면서 이유 없는 확신이 들 때가 있는데, 이 때 그랬다. 답이 나오지 않았던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는데, 고민의 실마리를 해결할 도구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리 말하자면 이 때는 한 달에 두 권 읽기도 어려웠다. 종이더미랑 하나도 친하지 않았다. (낙서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달에 2400쪽씩 항상 읽을 수 있게 됐다. 정말 커다란 변화다.
책을 읽는 이유는 간단하지만 여러가지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생각에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나’를 알기 위해서. 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등등. 이 모든 걸 조금 더 성숙한 말로 표현을 하자면 ‘우리의 삶을 깊이 향유하기 위해서’가 잘 어울릴 듯 하다.
물론 책 한 권 읽지 않고 남 부럽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김광규 시인의 작품 속에는 책에 관해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중략)
누구나 삶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을까. 또한 누구나 자신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하지 않는가.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책 속의 문인들과 소통을 하면서 찾았다. 책 속에는 또다른, 또다른, 또다른 세상이 있다. 시대를 대표했던 문인들의 이야기,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염탐할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이 걸어가는 삶, 하나뿐이 없는 큰 길을 걸어간다. 이 길이 더욱이 단단해지고 견고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경험은 시간과 경제적인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쯤에서 ‘책’, ‘독서’에 대해 생각해보자. 위에서 말했듯 책마다 세상이 다르다. 사람마다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삶을 고작 만원 남짓한 금액으로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은 사실 엄청난 것이다. 이 세계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을 가져다준다.
“여행의 진가는 수백 개의 다른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때가 아니라,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가은 땅을 바라볼 때 드러난다.”
– Marcel Proust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난 당신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살아가길 원한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난 당신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살아가길 원한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떠난 당신의 그 때에 기쁨을 갖고 떠나가길 원한다.
변화를 경험하고, 나를 보여주는데 거리낌이 없고, 삶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게 해준 이 ‘종이뭉치’의 진가를 여러분이 알기를 바란다.
다음 파트에는 선별하고 선별해 낸 추천 도서 목록이 있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 위주로 담아냈다. 또한 책에 대해서 열거를 하기보단, 몇 권의 책을 선별하여 작가의 색깔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을 선정해서 준비했다. 당시대의 최고라고 불렸던 작가들의 정수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