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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Jul 08. 2018

슬럼프 극복 프로젝트

슬럼프에 빠져본 경험이 있나요? 만약 당신이 현재 슬럼프를 겪고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슬럼프[slump] : 컨디션이 침체에 빠져 기량이 눈에 띄게 나빠짐. 컨디션이 회복되면 슬럼프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처음 슬럼프를 겪었던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문과에서 공부하던 방송 PD를 꿈꾸던 학생이었습니다. 대학교에 오면서 교차지원을 통해 ‘디지털미디어학과’라는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같이 하는 학과에 들어왔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책을 펴고 문제를 풀고, 반복해서 외우는 공부를 했는데 이 학과에서는 공부하려고 하면 노트북을 켜야지만 공부와 과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에 와서 좋고,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남들과는 조금 색다르게 공부를 한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내기의 즐거움의 유효기간은 1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방송 PD를 꿈꾸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했던 저는 꼭 PD가 되지 않더라도 뭐가 되든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항상 상상해왔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에 와서 방송 쪽과 관련한 과도 아니고, 방송이나 영상 관련 활동도 하고 있지 않고,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열정만으로는 직업을 가지기 힘들겠구나’라는 것을 느낀 후 저의 꿈은 희미 해졌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가 사라졌을 때의 공허함은 저를 슬럼프에 빠지게 했습니다.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자고 하니 프로그래밍은 나와 잘 맞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아니더라도 성적이 비교적 잘 나오던 디자인 쪽으로 살려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2학년이 되었는데 디자인 과목에서도 여러 가지 상황과 겹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오고 저의 슬럼프는 심화되었습니다.



제 학번부터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이 합쳐지면서 새로 융합된 과가 생긴 터라 학과 내에서도 커리큘럼을 짜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여전히 17, 18학번을 거쳐 수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과제량, 수업난이도와 양이 조절되지 않아 과제 한 개를 끝내면 그다음 날 두 개가 생성되는 한 학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입학한 이례로 3학기 내내 종강 이후에도 최종과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당시 저의 과제 시간표입니다. 초록 점이 과제 제출하는 날 표시이고 한 점에 과제가 여러 개가 있었습니다. 저는 한 점에 최대 4개까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꿈꾸던 꿈도 사라지고 전공도 맞지 않는 것 같고 매일매일 과제에 시험에 시달려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으니 슬럼프가 오게 된 것이죠. 수업에서 공개 피드백을 할 때마다 ‘나도 같은 시간을 들였는데 왜 나는 저렇게까지 못할까’라는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슬럼프가 오게 되자 저는 저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꿈과 전공 사이에는 괴리감이 생겼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활동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전공을 살리는 직업을 가지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이쪽 길로 계속 활동을 하고 자괴감을 느끼면서 앞으로의 대학 생활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자신감이 바닥을 치니 자존감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떤 활동을 했을 때 즐거워했는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든 해봐라’,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다 보면 나아 질 거야’, ‘뭐든 하다 보면 네가 몰랐던 새로운 길도 생길 수도 있어’, ‘자꾸 머물러있으면 더 우울해지기만 해. 가끔은 생각을 멈출 필요도 있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투명하니 도전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습니다. ‘나 지금도 이렇게 두려운데 괜히 도전했다가 떨어지면 어쩌지?’, ‘떨어졌을 때 돌아오는 우울함과 더 떨어질 것도 없는 자신감 저하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고리 속에서 1년 동안 그 속에 갇혀 계속 제자리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1년을 보내고 나니 다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우울해하고 자신감 없는 제 모습이 저조차도 이젠 지겨웠던 것이죠. 벗어나고자 했다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 하지’부터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내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대외활동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이것이 애드캠퍼스 칼럼멘토단을 지원하게 된 이유입니다. 대외활동을 찾아보는데 칼럼멘토단 모집 글이 참 와닿았습니다.


글 솜씨가 다소 부족할지라도, 내가 가진 이야기가 마냥 평범하게 보일지라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한편의 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시작된 칼럼멘토단


대외활동은 취업, 진로 관련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칼럼멘토단은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죠. 슬럼프가 오고 나서 이렇다 할 도전은 처음이라 떨렸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저는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작은 일이지만 당시 저에겐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저는 대학교 1, 2학년 때 하고 싶어도 정보가 느려서, 하는 일이랑 겹쳐서 놓쳤었던 동아리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도 하고 있는 일이 겹쳐서 면접 보기도 전에 동아리를 포기하거나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해야 했는데, 붙을지 안 붙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감히 하고 있던 일을 포기하고 동아리를 지원했습니다. 자신감이 조금 붙으니 내가 하고 싶어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외면하고 있었던 것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된 거죠. 과제물, 필기, 면접 총 세 가지로 평가하는 동아리를 지원했는데 과제물을 준비하는 과정, 크리에이티브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긴장과는 별개로 참 재미있었습니다. ‘맞아 내가 이런 거 좋아했었지’, ‘나 이런 거 잘하는구나!’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약간의 용기와 저의 이야기가 좋게 들렸던지 면접에서 호평을 받고 붙게 되었습니다. 그때 많이 회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 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구나’, ‘그동안 뭘 그렇게 두려워했던 걸까?’, ‘나 하고 싶은 일 맘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조금만 더 일찍 두드려 볼걸’



저는 요즘 새내기시절보다 생기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칼럼멘토단으로 들어와서 기회가 생겨 카드뉴스 제작도 해보고, 동아리에서 같이 준비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고, 학교에서 진행한 공모전에서도 본선에 진출해 준비 중입니다. 단순히 이런 결과를 떠나서 슬럼프 시기에 활기차던 제가 집순이 생활을 했었고 다양한 사람과 만날 기회도 없었는데,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활기차게 지낼 수 있어서 지금의 제가 맘에 들어요. 물론 여전히 과제에 치이고, 사람과 부딪히고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직업)이 아주 명확하게 그려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처음 맞이한 좌절과 슬럼프를 극복한 저에게 스스로 박수 쳐주고 싶어요.


누군가는 제 글을 보고 힘들었겠다고 생각할 수도, 누군가는 엄살 피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도 지난 1년을 통해서 배웠는데 사람마다 심리상태나 상황에 따라서 같은 일도 해결해 가는 과정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전의 저는 어떤 일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교적 평온한 심리상태를 가진 저의 기준에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왜 저 사람은 거뜬히 해내지 못하고 힘들어할까?’ 생각했는데, 슬럼프를 겪고 난 지금은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나의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했던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듦이 피부로 와 닿는 경중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주변에 슬럼프가 온 지인이 있다면 질책보단 더 나은 방향의 제시와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슬럼프가 온 당사자 스스로는 재충전할 시간과 용기를 본인에게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슬럼프가 와서 방황하는 것, 충분히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괜찮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보라고 꾸준히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당시의 저의 지인들이 제 옆에서 힘을 주었던 것처럼요. 슬럼프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지 말라고, 도전해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두려움을 좀 더 덜어내고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감이 안 올 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지금 슬럼프에 빠진 당신 충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저의 칼럼 하단에 실리는 푸터의 말처럼 흔들리는 시간 또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고, 충분히 가치 있는 당신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습니다. 당신이 슬럼프를 극복하길 응원할게요.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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