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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Oct 03. 2018

세상은 무대, 인생은 연극! '원어연극부'

  "And everybody kinda stepped aside for her, like the red sea or whatever, just cleared a path for her, and I was like, what is this fxxking situation?"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문장입니다. 첫 연극의 첫 대사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응용통번역학과의 연합 동아리인 KETC의 부원입니다. KETC란 Kyunghee English Theatre Club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경희대학교 원어 연극부를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대학에 입학하시면 대부분 새터(새내기 배움터)에 참여하게 됩니다. 새터를 통해 처음 과 동아리를 직접 접하게 되죠. 새터 조가 동아리별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생이 자신이 속했던 조의 동아리를 선택합니다.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꼭 조의 동아리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새터 조와는 다른 동아리를 선택했습니다. 선배들이 자신의 동아리를 홍보하는 시간을 통해 신입생 친구들이 자신이 가고 싶은 동아리를 추려 봅니다. 그리고 3월 초에 각 동아리별로 워크샵(정식 활동 전에 동아리를 직접 체험할 기회)을 갖습니다. 워크숍에 참석하여 동아리에서 주로 무슨 활동을 하는지를 비롯하여 동아리에 관한 자세히 설명을 들은 후, 최종 결정을 하게 됩니다. 물론 동아리 활동이 필수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원이 많은 대형과 답게 동아리끼리 친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다 쉽게 친구를 사귀기 위해 과 동아리 활동을 추천합니다!

출처: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공식홈페이지

  경희대학교 영어학부의 경우 총 7개의 과 동아리가 있습니다. (제가 입학했을 당시에는 과가 두 과로 나누어지지 않고 학부체제로 운영되었습니다. 지금은 학부가 나누어져 두 과의 연합 동아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중 KETC는 가장 오래된 동아리로 16학번인 저는 59기, 내년에 입학하는 19학번 학생들의 경우 62기가 됩니다. 오래된 동아리인 만큼 영어영문학과의 노교수님들 중에 KETC 출신이신 분들도 계십니다. 다음은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정식 홈페이지의 동아리 부분에 기재되어 있는 KETC 소개 글의 한 부분입니다. "1996년부터는 원어로 공연하는 정기공연 외에도 우리말로 공연하는 워크숍을 통해서 더욱 폭넓은 관객에게 다가가기를 시도하고, 다양한 극을 다루려 노력하고 있다. 연극을 통해 자신이 아닌 타자의 삶을 경험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삶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봄으로써 자신과 타자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연대감을 체험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KETC는 1년에 두 번 공연합니다. 겨울 방학 동안 연습한 극으로 개강 직후 3월에 한 번, 여름 방학 동안 연습한 작품으로, 마찬가지로 개강 후인 9월에 한 번, 이렇게 총 두 번 공연하게 됩니다. 3월에 올리는 정기공연은 보통 영어 연극, 9월 워크숍은 우리말로 준비하곤 했는데 제가 입학한 후부터 정해진 것 없이 연출이 원하는 대로 연극의 언어를 자율적으로 선택합니다. 방학에는 연극을 준비하지만,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는 어떤 활동을 하느냐고요? KETC는 매주 화요일 저녁 6시에 문과대 강의실에서 만납니다. 주로 연극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데 직접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하고 1학기에는 팀을 나누어 정해진 기간 동안 창작 연극을 준비해 우리끼리 공연을 합니다. 선배님들로부터 연기와 발성을 집중적으로 지도받기도 하죠. 2학기에는 KETC의 또 다른 주된 활동인 '홈커밍데이'를 준비합니다. (홈커밍데이에 관한 설명은 후에 자세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KETC는 패장과 부패장, 그리고 일반부원으로 이루어집니다. 패장과 부패장은 투표로 결정됩니다. 보통 패장은 1명이고 부패장은 각 기의 규모에 따라 한 명이 되기도 하고 두 명이 되기도 합니다. KETC의 두 주요 행사인 연극과 홈커밍데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하나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연출, 기획, 배우뿐만 아니라 저희 같은 경우 무대와 객석을 직접 짓고 쌓아야 하므로 모든 부원의 도움이 필요하죠. 연극은 연출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연출은 연극의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출은 보통 고학번 선배님들이 맡곤 하시는데 작년 워크숍의 경우 제 동기인 16학번 친구가 연출을 맡기도 했습니다. 연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연극 작품의 대본을 결정하는 것과 연기를 비롯한 총괄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원한 배우 수에 맞춰 연출이 작품의 대본을 결정하게 되고 그 대본으로 연극을 올리게 됩니다.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서 보통 두 달에 걸쳐 연습합니다. 그 동안 매일 학교에 모여 연습을 하게 됩니다. 연극을 준비하는 초반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 즈음에 모여 저녁 6시 정도까지 연습합니다. 그리고 공연이 임박한 2주 전부터는 주말에도 모여 늦은 밤까지 연습합니다. 아르바이트나 대외활동을 하고 계시다고요? 괜찮습니다. 연출과 동료 배우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연습하다가 시간이 되면 먼저 가도 괜찮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주 4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습하다가 먼저 연습을 마치고 출근했으니까요! 기획은 연출, 즉 감독의 역할을 제외하고 연극을 올리는 데 필요한 나머지 일을 맡게 됩니다. 연극에 필요한 소품을 준비하고 공연 날짜를 정하고 홍보와 회계까지 도맡습니다. KETC는 학생회관에 있는 소극장 '여백'에서 공연을 하는데 여백에서 공연하는 동아리가 저희뿐만이 아니므로 공연 시즌이 다가오기 전에 기획이 '여백 회의'에 참여하여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정합니다. KETC에 들어가면 무조건 배우가 되어 연기해야 하느냐고요? 아닙니다. 본인이 하고 싶으면 배우로 지원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스태프로서 배우들의 메이크업이나 헤어, 무대를 짓고 객석을 쌓을 때 도와주면 됩니다. 대부분 친구들이 한 번쯤은 배우로서 연극에 참여하지만 한 번도 연극 무대에 오르지 않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연극과 관련된 모든 선택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지만, 배우로서, 기획으로서, 혹은 연출로서 연극을 준비한 시간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저는 소심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KETC의 부원이지만 제가 배우로 지원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배우를 모집하던 기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연극 무대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있나? 없다!"라고 말이죠. 1시간 30분의 통학과 학교에서 연극 연습을 하고 다시 돌아와 밤 11시까지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커튼콜을 하며 관객 앞에서 인사하는 순간, 그 모든 힘들었던 시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보람차고 즐거웠던, 누구보다 뜨거웠던 여름을 보낸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붙어 다니는 인생 친구들도 모두 연극을 통해 얻었죠. 연극은 총 3일에 걸쳐 공연되는데 마지막 날에는 무대를 완벽히 정리한 뒤 바로 MT 장소로 떠나는 것으로 연극을 떠나 보냅니다. 두 달 동안 내가 연기했던 인물과도 마지막이죠. 몇 주 전, 18학번 후배들의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배우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도와주었습니다. 매번 연극을 보러 갈 때마다 연기 연습을 하던 새내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후배들의 무대에 놀라움과 감동을 받고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4개의 단만 극을 공연했는데 앞선 세 개의 극은 우리말로 진행되었고, 마지막 극은 영어 연극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연극이 기억에 남는 데요. 로라 스미스의 'Dark Road'라는 작품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에 관한 극이었는데 여성 수용소의 교도관으로 일했던 한 여성이 나치 독일이 패망한 뒤 사형을 선고받고 그녀의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극이 진행되었습니다. 복장에서부터 말투, 표정, 억양까지 같은 배우지만 앞선 연극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다른 인물이 되어 연기하는 후배들의 모습에 정말 끝나는 순간까지 입을 벌리고 관람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느 때보다 더웠던 여름,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KETC 후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KETC의 또 다른 메인이벤트, '홈커밍데이'에 대해 설명해 드릴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홈커밍데이. 말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KETC의 모든 부원을 초대하는 날인데요. 선배들에게 연락을 드려 KETC라면 각자의 추억이 있을 경희대학교 소극장, 여백으로 초대합니다. 단지 3학년 4학년 선배들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선배님들까지도 말이죠. 주로 1, 2학년 친구들이 7~8명 끼리 한 팀을 구성하여 연극을 준비합니다. 홈커밍데이는 보통 중간고사가 끝난 후 11월에 열리는데 2학기가 시작하고 정기공연이 마친 뒤부터 준비합니다. 저의 경우 1학년 때에는 배우로, 2학년에는 친구와 공동 연출로 홈커밍데이를 준비했습니다. 배우였을 때는 '도덕적 도둑'이라는 작품에서 도둑의 왈가닥 아내 역할을 맡았고 2학년이었을 때는 '루나틱'이라는 작품의 공동 연출을 맡아 대본을 정하고 배우들의 연기와 동선을 지도하고 소품을 준비하는 등 홈커밍데이를 준비했습니다. 홈커밍데이는 모든 부원이 반드시 참가해야 하지만 연극이 주가 되는 행사가 아니라 선후배가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더 중요한 행사기 때문에 정기공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도 됩니다.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돼요! 따라서 연극을 준비할 때도 따로 만나서 연습할 필요 없이 매주 만나는 화요일에만 연습하고 그 외에는 대사만 신경 써서 외우면 됩니다. 홈커밍데이에 참가하면 기수 차이가 크게 나 서로 초면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연극 전에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을 통해 선후배가 자연스럽게 섞여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연극이 끝나면 선배님들의 투표로 최우수 작품이 선출되고 선출된 작품의 연출과 배우들에게는 상품을 줍니다. 연극을 마친 후에는 선후배 상관없이 팀을 짠 뒤 간단한 레크레이션 시간을 갖습니다. 게임을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얻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레크레이션이 끝나면 다 같이 뒤풀이 장소로 이동해 담소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까지 먹으면 홈커밍데이 끝! 


  KETC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무래도 1학년 때 배우로서 연극에 참여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처음 연출 선배를 만났던 순간부터 아르바이트 때문에 하루밖에 참여하지 못했던 연극 MT(본격적으로 연극을 준비하기 전에 연출 선배, 동료 배우들과 친해지는 기회를 얻기 위해 떠나는 엠티. 이 엠티에서 처음 대본을 받고 첫 리딩을 해봅니다), 여러 번의 리딩 끝에 마침내 역할이 정해졌던 순간, 대본을 완벽하게 외울 때까지 집에 못 간다는 연출 선배의 말에 머리를 쥐어짜며 대사를 맞춰보던 날, 다 같이 무대 의상을 구하기 위해 쇼핑을 갔던 날, 매일 맞춰보던 리허설,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다 같이 합판에 못을 박아 무대를 짓고 객석을 쌓던 날들, 무대 뒤에 숨어 관객이 몇 명이나 왔나 몰래 살펴보던 순간, 연극 마지막 날의 커튼콜을 하며 무대 위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하던 순간까지 벌써 2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연극이 1주일 정도 남았던 어느 날의 늦은 밤, 학회실에서는(당시에는 학회실에서 연극 연습을 했지만, 지금은 강의실을 빌려 연습합니다) 리허설이 한창이고 마침 그 신에 등장하지 않았던 저와 친구가 도망치듯 학회실에서 빠져 나와 문과대 앞에 있는 벤치에 벌러덩 드러누워 노래를 크게 틀어놓았던 날이 떠오르네요. 몸도 마음도 지쳤던 때라 그때 그 순간이 힐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리허설을 하다가 가장 먼저 대사를 틀린 사람이 학교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쏘는 내기를 하기도 하고 서로 대사를 맞춰가며 점점 극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에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한 배우의 아이디어로 극에 뮤지컬을 첨가하여 간단한 율동을 맞추고 잘 맞지도 않는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를 불렀던 순간도 떠오릅니다. 당시에 2개의 극을 올렸는데 첫 번째는 영어 연극, 두 번째는 우리말 연극이었습니다. 저는 두 극 모두 참가했는데 첫 번째 연극의 첫 대사를 맡아 연극 공연 당일 무대 뒤에서 진짜 말도 안 되게 긴장을 했었죠. 소란스럽던 관객들의 소리가 잦아들고 조명이 꺼집니다. BGM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 위로 오릅니다. 제가 정해진 위치에 서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쉼과 동시에 조명이 서서히 켜집니다. 그리고 제 첫 대사, 제가 글 서두에 쓴, 정말 만 번은 말한 것 같은 그 대사를 내뱉으며 연극이 시작됩니다. 이 모든 순간이 저에겐 KETC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 모든 것이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집니다. KETC는 제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소중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KETC를 통해 저에게는 과분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홈페이지에 기재되어 있는 것처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연대감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무서워했던 저에게 소중한 인연을 선물해주었고 사람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나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배우만으로, 기획만으로, 연출만으로 연극이 완성될 수 없습니다. 내가 배우가 아니더라도, 기획이 아니더라도, 연출이 아니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뻗어 함께 극에 참여해야 비로소 하나의 연극이 완성됩니다. 이 과정을 KETC를 통해 배웠습니다. 여러분들도 대학교에 입학하시면 동아리에 참가해 자신만의 KETC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했고, KETC에서 매번 외치는 건배사로 긴 글을 마칩니다. "세상은 무대, 인생은 연극, KETC 화이팅!"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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