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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Oct 04. 2018

아카라카에 간 흔한 연대생의 하루

수험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다가 지칠 때 다시금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 중 하나는 대학교 축제였습니다. 특히 축제날만 되면 페이스북 피드가 온통 파란색으로 물드는, 연세대학교 축제 “아카라카”에 간 선배들의 사진을 보며 ‘나도 내년엔 꼭 저 자리에 있으리라’라고 생각하며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이하 아카라카)”는 매년 5월 중순 토요일에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야외 원형극장인 노천극장에서 진행되는 축제로, 연세대학교 응원단이 주관합니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매년 9월 말에 개최되는 “정기 연고전”에서 각 학교를 응원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이때 응원을 앞에서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응원단’입니다. 연세대와 고려대만의 특별한 전통이고 정기 연고전이 두 학교의 연례행사 중 가장 큰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응원단이 학교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꽤 큽니다. 그렇기에 응원단이 주최하는 행사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공부하다가 지치셨다면, 잠시 이 글을 읽으며 아카라카 현장에 있는 듯한 상상을 하고 마음을 다잡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오후 12시, 파란색 옷을 입고 신촌역에 도착한다

아카라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축제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모두 연세대학교의 상징색인 파란색 옷을 입고 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학기 초에 학과마다 각 학과의 특징을 살려 디자인한 파란 반팔 티셔츠를 판매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학과별 티셔츠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티셔츠를 직접 민소매나 크롭 티셔츠로 리폼하기도 하고, 운동부 지인에게 파란색 연세대 유니폼을 빌려 입기도 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요즘은 개인이나 동아리, 혹은 가끔 학과 차원에서도 농구 유니폼이나 크롭티 등 독특한 디자인의 파란 티셔츠를 제작하여 판매하기도 합니다. 의상만으로는 부족하다면, 파란색 양말, 팔목 또는 발목 보호대, 팔찌, 귀걸이, 머리띠나 반다나 등으로 개성을 살리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아카라카 날에 맞춰서 파란색 네일아트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온통 파란 색으로 꾸미고 신촌역에 도착해 거리에서 파란 옷의 사람들을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괜히 반갑습니다.


오후 12시 10분, 학교에 도착해 노천극장으로 향한다.

연세대학교 정문에 도착하면 붙어 있는 현수막들이 보입니다. “진리의 가슴열고”, “자유의 함성으로”와 같은 현수막의 문구들에 “연뽕(연세대학교 소속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는 기분)”이 더욱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정문에서 노천극장까지 약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평소에는 아무것도 없던 길이 아카라카 날 만큼은 볼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핫바, 닭꼬치 등 군것질거리를 판매하는 노점상들과 아카라카에 후원을 해 준 여러 업체들의 이벤트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반다나와 같이 파란색 소품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타투스티커를 판매하는 부스입니다. 연세대학교 마크, ‘아카라카’ 캘리그라피, 연세대학교의 상징인 독수리 등 다양한 디자인의 타투스티커를 사서 양 볼, 쇄골, 팔뚝 등에 붙인 후 티켓 확인을 하고 노천극장으로 입장합니다.


오후 12시 반, 노천극장에 입장한다

노천극장에 들어오면 좌석을 꽉 채운 파란 인파에 감탄하게 됩니다. 모두가 파란 옷을 입고 앉아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본인 자리로 이동합니다. 자리는 학과별로 영역이 지정되어 있어, 본인 학과 구역으로 찾아가서 앉으면 됩니다. 노천극장 입장은 보통 점심시간부터 시작하지만 본 행사는 약 오후 두 시쯤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주변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자리를 맡아놓고 다시 노천극장 밖으로 나가서 노점상에서 간식을 사 먹으며 허기를 달래기도 합니다.


오후 2시, 1부 행사가 시작된다

아카라카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초반에는 학생들이 공연을 하거나 응원단이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2018년 아카라카에서는 연세대학교와 관련된 퀴즈쇼를 진행하여 1등에게 30박 31일 유럽 여행을 보내주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 후 응원단원들과 정기 연고전에 출전하는 연세대학교 운동부 선수들을 소개하고, 짧게 응원을 진행합니다. 1부는 아주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아닐뿐더러 가장 더운 시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자리만 맡아놓고 1부가 진행되는 동안 노천극장 밖에 나가서 놀다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유명인사들이 1부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8년에는 연세대 동문인 쇼트트랙 최민정, 곽윤기 선수가, 2017년에는 딘딘이 1부에 아카라카를 방문했었습니다.


오후 4시, 2부 연예인 공연을 즐긴다

 가장 더운 시간이 지나가고 오후 4, 5시경 날씨가 선선해지면 2부가 시작됩니다. 2부는 사실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순서인 연예인 공연 시간입니다. 아카라카는 다른 대학교 축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연예인 라인업으로 유명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탑급 연예인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대학교 축제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연예인들도 아카라카에는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축제 이전부터 라인업이 공개되는 다른 대학교 축제와는 달리 아카라카의 라인업은 축제 전까지는 철저히 비공개입니다. 축제 당일날 현장에서 한 명 한 명 공개되기 때문에 오직 그 자리에 있는 연대생들만 그 설렘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18년에는 혁오밴드, 아이콘, 수지, 지코, 선미, 싸이가 왔었고, 지금까지 블랙핑크, 아이유, 트와이스, 엑소, 소녀시대, 빅뱅, 슈퍼주니어 등도 아카라카를 방문했습니다.


 아카라카의 라인업이 이렇게 어마어마할 수 있는 이유는 아카라카가 연예인들에게 ‘가고 싶은 무대’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몇 천명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파란 옷을 입고 모여있는 모습은 엄청난 장관이어서 보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많습니다. 또한 아카라카는 관중 리액션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떼창은 당연하고, 힙합 공연에서는 다같이 손을 들고 위아래로 흔들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다같이 손을 들고 뜁니다. 해가 저문 후 잔잔한 노래가 나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핸드폰 플래시라이트를 켜고 흔드는데 그 광경이 아주 예술입니다.  

학생들의 대단한 호응만큼 연예인들이 아카라카에서 해주는 팬 서비스도 어마어마합니다. 로이킴과 수지는 직접 연세대학교의 응원가 중 하나인 “연세여 사랑한다”를 불러주었고, 블랙핑크와 아이유는 연세대학교의 구호를 외쳐주었습니다. 선미는 연세대학교 학생들 중 몇 명을 추첨해서 가방과 화장품을 선물하고 같이 셀카를 찍어주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모두 파란색으로 옷을 맞춰서 입고 옵니다. 지코는 2018년 아카라카에서 “팬티까지 파란색으로 맞춰입고 왔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저녁 8시, 3부 응원이 시작된다

해가 완전히 지고 연예인 공연이 끝난 후 저녁 7, 8시쯤부터 3부 프로그램인 응원이 시작됩니다. 연세대학교의 응원 문화는 단순히 “파이팅”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정도가 아닙니다. 수많은 응원가가 있고, 그 응원가마다 응원단장의 지휘 하에 학생들이 해야 하는 동작이나 구호가 정해져 있습니다. 응원을 한다는 것은 이 응원가들에 맞춰서 정해진 동작을 하고 구호를 외친다는 걸 의미합니다. 양쪽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오른쪽, 왼쪽으로 몸을 흔들기도 하고, 허리를 빠르게 숙였다가 펴기도 하고, 손을 들고 뛰기도 하면서 신나게 응원을 하다 보면 어느새 쌀쌀한 밤인데도 온 몸은 땀범벅이 되고 목은 쉬어 있습니다. 더 이상 손을 흔들 기력도 없을 때쯤 친구들과 노천극장을 빠져나옵니다.


저녁 9시, 신촌에서 친구들과 뒤풀이를 즐긴다.

아카라카 공식 행사는 끝났지만, 그 여흥은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이런 신나는 분위기에는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때문에 아카라카 날 밤의 신촌은 온통 파란 옷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파란 무리들 중 하나인 친구들과 같이 술 한 잔 하며, 오늘 수지가 얼마나 아름다웠고 지코가 얼마나 랩을 잘 했는지 얘기하면서 그때 그 즐거움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하고, 같은 술집에 다른 파란 무리가 들어오면 ‘저 사람들도 우리 학교네’ 싶어 괜히 반가워하기도 하면서 아카라카를 마무리합니다.  

 아카라카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에게 1학기에 가장 기대되는 행사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그 이유는 아카라카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같이 파란 옷을 입고,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연예인들의 공연을 코앞에서 즐기고, 어깨동무를 하고 땀이 나도록 응원할 수 있는 축제는 오직 연세대학교 아카라카밖에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과, 학년, 성별을 초월하여 파란 티를 입은 같은 연세인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광경을 볼 때의 동질감과 소속감, 우리만을 위해 파란 옷을 입고 온 연예인들과 함께 무대를 즐길 때의 행복, 녹초가 되어 더 이상 응원 못 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좋아하는 응원가가 시작되면 바로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는 저를 발견할 때의 즐거움은 아카라카를 제외하고는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이며, 한 학기가 지난 아직까지도 저를 미소 짓게 만드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도 가까운 미래에 노천극장에서 파란 옷을 입고 아카라카에서 저처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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