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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10. 2018

고3의 단짝 친구, 스터디 플래너

수험생활 내내 옆에 꼭 붙어있는 스터디 플래너와 친해지는 법에 대하여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고 지치는 그럴 때, 내가 항상 찾는 것이 있다. 바로 내 추억 상자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나의 고3 생활을 책임진 스터디 플래너이다. 고3 시절은 나에게 주어졌던 청춘의 계절들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시간이었고, 청춘을 즐기는 대신 보냈던 시간들을 플래너에 담았다. 플래너를 읽을 때마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이렇게나 힘든 시간을 보냈던 나인데 스쳐가는 일들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시간 속의 내가 위로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만큼 효과가 컸기 때문에 스터디 플래너를 자주 찾게 되었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이제 거의 결승선에 다다른 현재 고3 학생들도 그들의 긴 여정에는 스터디 플래너가 항상 함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도 나처럼 청춘의 끝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플래너를 통해 힘든 시절을 회상하며 현재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위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터디 플래너를 곧 닳도록 사용하게 될 예비 고3들을 위해 플래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스터디 플래너작은 달력이나 다이어리처럼 날짜가 적혀 있는, 시중에 파는 플래너가 있고, 출판사나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플래너가 있다. 본인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면 될 것 같지만 하루하루 공부를 기록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고3에게는 두 번째 플래너를 추천한다. 그날 할당 공부량이나 하루 평가 등을 세부적으로 작성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플래너를 소개했으니 본인이 고3 때 어떤 방식으로 플래너를 작성하고 힘을 얻었는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플래너와 친해질 수 있었던 방법을 소개하겠다.


1. 공부 파트: 

  플래너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학은 학원을 다니며 보충했고, 나머지 과목들은 자기 주도 학습을 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그날 끝내야 할 것들을 아침에 적고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사용했던 플래너에는 인터넷 강의, 학원, 과외 등 학(學) 란과 자습, 예습, 복습, 과제 등 습(習) 란이 구별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성하고 나눠서 보기가 편리했다. 이때 구체적이라고 하는 건, 풀어야 할 정확한 페이지와 오답 노트 작성 여부, 복습 여부 등을 포함하는 정도의 구체성이다. 플래너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공부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구체성이 떨어지는 계획들을 세웠었고, 그래서 그날 하루 평가가 나쁘거나 내가 정한 할당량을 다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공부 목록들 옆에 그 목록을 완료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그 부분에 O, X, 로 나누어 평가했다. 완벽히 다 했을 때는 O, 다 못했을 때는 X를 적어 넣었다. △의 경우, 주어진 할당량을 다 하기는 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거나, 오답이 많아 개념의 재정비가 필요할 때 △를 표시했다. △가 표시된 목록들은 다음 날 오전에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해 그날 목록에 공부 보충 목록으로 추가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꼼꼼하고 완벽하게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또, 플래너에 인터넷 강의를 들었는지의 여부를 체크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매일 인강을 듣고 완강 여부를 체크했다. 인터넷 강의 특성상 듣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야 하는 정해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수강을 체크하는 것은 인강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매일 했기에 거의 일상이 되어버렸던 고사성어와 영어 단어 외우기, 수학 개념 외우기도 일주일 동안의 실천 여부를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꾸준하게 나의 공부 패턴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학습 시간을 적는 란도 있었는데, 시간 관리의 방법은 개인차가 있을 것 같아서 감히 그 방법을 추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경우, 타이머로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재는 방법은 큰 의미가 없었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고3 생활을 보내면서, 단순히 책상에 앉아서 타이머를 맞춰 놓고 긴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이날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아무리 긴 시간을 앉아서 공부했음에도 공부의 목적과 포인트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그 시간들은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 학습 시간을 적어 놓으면 그저 숫자일 뿐인 시간에 자만하고 착각했기 때문에 그걸 깨닫고 나서는 더는 적지 않게 되었다.


2. 힐링 파트: 

  내가 스터디 플래너를 쓰는데 가장 큰 행복을 느꼈던 부분이다. 단순히 공부 목록과 실천 여부를 적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글을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고3 시절의 ‘나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플래너라고 생각한다. 언제 또 고3을 겪어보겠는가. (물론 재수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고3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그래서 나는 시들시들한 공부 목록들 사이에 힘이 되는 노래 가사, 좋아하는 글귀 등을 적어 놓았다. 그런 글귀들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 고단했던 하루 끝에 페이지 한구석에 적힌 가사와 글귀를 읽으며 행복한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플래너가 일주일마다 페이지가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한 주 시작 다짐을 쓰는 공간도 있었는데, 그 부분엔 지난주에 부족했던 부분을 바탕으로 보완해야 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다짐을 적었다. 또한, 모의고사나 중요한 시험을 치른 후에는 그 시험에 대해 반성하고 고쳐야 할 것들을 적었다. 나의 경우 영어 시험 시간이 항상 남았었는데, 남은 시간에 답을 검토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 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런 부분은 꼭 강조해서 다음에는 절대 반복하지 않도록 각성의 글로 마무리했다.   

  공부 목록 작성 페이지 말고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이곳에는 수능이 끝나면 해볼 버킷 리스트들을 적었다. 그 당시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되고 힐링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문득 떠오른 플래너에 적힌 버킷 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체크할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해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고, 꿈을 이뤘다는 자신감도 북돋아 주었다.

  더불어, 고3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끈끈함이 존재한다. 그러한 친구들과 플래너를 교환하며 여백에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작지만 친구의 따뜻한 응원 한마디가 그 당시에는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그 편지들을 읽으니 인간관계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20대 초반의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때의 사이만큼이나 끈끈한 사람이 곁에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그 어느 것보다도 견고하고 굳건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를 심어준 것은 플래너 첫 페이지에 크게 적은 목표 학과와 대학이었다. 미래에 내가 그 학교, 학과의 학생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과 상상조차 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게 동기부여의 정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물론 목표하던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는 동기부여가 공부량과 공부법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 자주 눈이 가고 잘 보이는 곳에 꿈의 대학과 학과를 써서 눈에 익히면 어느새 내가 그 학과의 학생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스터디 플래너 작성법’이라고 해서 굉장히 거창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플래너를 쓰면서 공부뿐만 아니라 공부로부터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면, 그걸로 그만의 좋은 작성법이 되는 것이다. 매일 플래너를 쓰는 데 재미를 느끼고 애정을 쏟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지금 봤을 때도 그때의 시절을 추억하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시간이 지나 플래너를 봤을 때, 플래너가 당신이 기댈 수 있는 쉼터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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