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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10. 2018

우리가 학원을 다니는 진짜 이유


  “국어, 영어, 수학, 논술, 피아노, 태권도.” 모두 13살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원이다. 필자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영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동네에서 규모가 제일 큰 학원으로 교육 강도가 세고 숙제가 많기로 유명한 학원이었다. 그때 필자가 맡아서 했던 일은 매일매일 보는 학원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이 통과할 때까지 나머지 시험을 보게 하는 일이었다. 학원의 규칙에 따라 나머지 시험을 감독하는 입장이었지만 나머지 시험이 진짜 실효성이 있는가는 항상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머지 시험을 보러 오는 아이들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험이 진짜 학생들의 실력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면 몇 번 나머지 시험을 본 학생들은 실력이 향상되어 그다음 시간에 보는 학원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학원의 그 제도는 많은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온전히 목적을 두고 있는 제도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학원을 왜 다니는가? 누군가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부모님이 다니라고 하시니까요.” 그렇다면 부모들은 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가? 학원을 다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 또다시 학원에 의지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원을 다녀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계속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합리화”라고 생각한다. 학원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완벽하게 짜인 커리큘럼대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 어떤 공부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 얼마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학원에 출석하기만 하면 그 이후는 수업-시험-숙제 등의 체계에 맞춰 공부하게 된다. 실제로 그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 그냥 책상 앞에 앉아만 있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학원에 있는 동안에는 그 과목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학생 스스로 자신이 ‘마냥 놀지만은 않는다.’라는 합리화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어떨까? 아이가 억지로라도 앉아서 숙제하는 모습, 어쨌든 학원에 가서 앉아있는 모습은 학부모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자신들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지원해주고 있다는 일종의 합리화를 한다. 학원이 좀 더 많은 숙제, 좀 더 많은 시험. 이렇게 빈틈없는 커리큘럼 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빈틈이 없을수록 뭔가를 한다는 생각은 더 강해지고 그렇게 더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학생들은 학원에 대한 적대감이 생기기 쉽다. 학원이 오히려 학교보다 더 힘든 일명 ‘주객전도’가 이뤄지게 된다. 돈은 많이 들고 힘든 것도 분명한데 성적은 오르지 않고 그렇다고 학원을 딱 끊을 수도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필자는 소위 말하는 ‘엄마표 영어’로 영어 공부를 했다. 엄마표 영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바로 된다는 점, 그냥 학원에 출석하기만 할 때보다 ‘진짜 공부’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많은 맹점이 존재한다. 우선 짜인 커리큘럼이 없기 때문에 1부터 10까지 모두 학부모와 학생이 직접 정해야 한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생은 모두 그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짜주는 커리큘럼만큼이나 정교하게 학습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학생이 직접 이것저것 알아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짜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일은 전적으로 학부모의 몫이 된다. 거의 모든 시간을 자료를 수집하고 아이를 교육하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엄마표 영어와 학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위에서 말한 ‘합리화’의 여부이다. 엄마표 영어는 합리화가 쉽지 않다. 지금 하는 방법이 올바른 방법이고 그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문가의 개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습 결과에 따른 책임이 전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다. 이는 실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당장 여러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이러한 부담은 너무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학원을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인가.

   사교육은 시간낭비다, 아니다 하는 논쟁에 있어서 이를 결론짓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결국 “능동성”이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원을 택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엄마표’를 택하는 이유는 학원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능동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리스크가 크고 현실적으로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집도 여럿이다. 그렇다면 학원에서도 ‘능동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문제는 ‘학원을 다닌다.’는 사실이 아니라 ‘학원을 너무 믿는다.’는 것이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은 학원을 다닌다는 사실 자체로 안도한다. 그러나 학원은 그들이 믿는 것처럼 순수하게 학생들 개개인의 성적을 올리고 진짜 공부를 하게 하는 데에 온전한 목표가 있는 기관이 아니다. 때로는 학부모들에게 보이는 모습 때문에 필요 없는 숙제를 내주기도 하고, 효과가 미미함을 알지만 강도 높은 교육을 강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학부모들이 안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도 같이 합리화하고 안심하며 이리저리 휘둘린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큼 학원에서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학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또한 학원을 다닌다는 그 사실 자체에 너무 안주해서도 안 된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전문성 있는 커리큘럼을 따르되 그것을 너무 맹신하게 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학원에 이리저리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학원의 시스템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때 비로소 학생과 학부모의 투자가 제 값을 할 수 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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