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Jul 25. 2017

없어도 괜찮아

걱정마, '꿈'이 없어도. 우리는 괜찮아.

지금 이 시기, 무더운 여름날, 대부분의 시험이 마무리되고 방학이라는 휴식 기간이 다가오는 지금, 마음 놓고 편안하게 쉴 수 없는 이들은 누구일까 생각한다면, 그건 바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일 것이다. 6월 모의고사에서 성적은 더 떨어지고, 기말고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이라면, 더더욱 이 ‘여름방학’이라는 시기가 마냥 기쁘게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방학이라는 시기가 더 이상 완전한 ‘휴식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학생들에게도 역시 해당하는 말이다. 그들 역시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쌓기 위해 내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등 누구 못지않은 바쁘고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성적’이라는 사슬에 얽매여, 하루를 놀아도 불안감을 느끼며 고통받는 이들은 단언컨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일 것이다.


공부와 성적. 말만 들어도 고등학생들의 목을 죄어오는 단어들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이 정도밖에 안 되네. 난 뭐지?’ 하며 그들은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하고, “이번 성적이 별로 안 좋네” 라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온갖 짜증과 불만, 스트레스가 폭풍우 치듯 휘몰아쳐 오기도 한다. 성적을 잘 받았을 때는 마냥 즐거울까? 이번 점수가 잘 나왔다는 기쁨도 잠시, 그 성적을 꾸준히 유지 해야 한다는 불안감, 늘어난 공부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여전히 증가한다. 만약 그다음 시험에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배가 된다. 이렇게 오늘날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성적 하나에 온갖 기분과 만감이 교차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성적이라는 족쇄에 묶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에게 있어 사실 ‘꿈’이라는 단어는 멀어진 지 오래다. 그들에게 ‘꿈’은 잘 때 꾸는 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릴 때부터 수백 번은 들어왔던 “네 꿈이 뭐니?”라는 말은 그들에게 더 이상 무의미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저는 커서 선생님이 될 거예요!”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건 이제 옛말이다. 저런 질문을 들었을 때, 그들은 생각한다.


‘꿈이 없는데 뭘 자꾸 물어보는 거야. 꿈꿀 시간이라도 줬나?’

이제는 저런 질문이 두렵고 불편하기까지 하다.


사실, 고등학생들에게 “네 꿈이 뭐야? 나중에 뭐가 하고 싶어?”라는 말은, “이번에 성적 잘 나왔니?”라는 말 만큼 대답하기 거북한 질문임이 틀림없다. 어른들이 저런 질문을 했을 때, 웃으며 얼버무리거나,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것만큼 난감한 상황은 또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건 가혹하기 그지없는 질문인 듯하다. 항상 성적 향상만을 목표로 하고, ‘대학에 가려면 일단 성적이 잘 나와야 돼’라는 말을 들으며, 마치 성적이 인생의 전부인 양 가르침 받던 아이들에게 미래까지 고민하라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나 역시 그랬다. 누군가(심지어 그 상대방이 부모님일지라도) 나에게 ‘미래에 뭐가 하고 싶냐’고 묻는 순간, 생각은 정지되고 얼굴은 빨개졌다. 그러고선 방에 들어와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 잘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라고. 그 뒤에 밀려오는 건 ‘미래까지 설계해놓지 않았다’라는 자괴감이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찾아야 해! 라고 말하려고 하는 글이 아니다. 사실, 대학생이 된 나는 아직 지금까지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지 못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고등학생 때 어느 정도 미래를 정하고, 그 미래에 맞춰 대학 과를 설정해야지. 대학 들어오면 그 꿈에 맞춰 뭐든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향일 뿐이다. 물론, 고등학생 때부터 어느 정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길에 발맞추어 나아가는 친구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내가 나아가고 있는 길이 진짜 맞는 길일까?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나의 얘기를 잠시 하자면, 필자는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다.


누군가에게 “아, 저는 신방과 다니고 있어요.”라고 하면 들려오는 질문의 95%는 이것이다. “아, 그럼 꿈이 PD겠네?” 믿기 어려워도 사실이다. 솔직히 나라도 누군가 신방과에 다닌다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방송계’일 것이고, 그 뒤에 떠오르는 게 나영석 같은 PD일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 꿈은 PD가 아니다. 사람들의 저런 질문에 “아, 그건 아니고, 미디어나 방송 쪽에서 일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면, 더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냐며 질문을 이어가려 한다. 난감한 상황은 그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걸 읽으면, ‘뭐야 자기 꿈도 모르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험난한 대한민국 세상 속에서, 자신의 미래, 꿈이 아직 뭔지 모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아니 아주 많다. 하지만 꿈이 없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모두들 하나하나 다, 자신의 꿈이 정확히 뭔진 몰라도 그 길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보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지금 꿈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도 괜찮다.



그냥 이렇게 편안하게 말해주고 싶다. 문득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때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도 충분히 괜찮다. 자신에게 지금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하다 보면, 어느샌가 그 발자국들이 모여 꿈을 찾아 나가기 위한 지름길이 마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네 꿈이 뭐니? 진로가 뭐야? 과는 어디로 가고싶은데?” 라고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말해도 좋다. 아직 정하지 못하였다고. 만약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어도, 혼자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지금도 다들 충분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수험생들을 주변에 둔 분들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