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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Jul 23. 2017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수험생들을 주변에 둔 분들께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학교에서는 ‘고3 선배들 공부하니까’ 또는 ‘중요한 모의고사 치니까’라는 이유를 앞세우며 다른 학년 학생들의 배려를 부탁합니다. 집에서는 ‘우리 집에 고3 수험생’이 있다며 TV의 볼륨을 최대한 낮추기도 합니다. 이미 대학생이 된 나이 많은 언니, 누나, 형, 오빠가 있다면 어떨 때는 ‘동생 공부해야 하니까’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수능 당일에는 비행기도 늦게 뜨고 출근 시간이 늦춰지기도 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배려를 해줍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그리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다른 많은 수험생은 시험을 잘 쳐서, 좋은 결과를 내라는 응원이 담긴 배려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 배려를 받는 모두가 기분이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그 응원과 배려에 걸맞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런 결과가 안 나 왔을 때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도 수험생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배려 속에 수험생은 스트레스를 받아 ‘예민 보스’가 되기도 합니다.



수험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요? 어떤 말을 들어야 수험생들이 힘이 날까요? 모든 학생의 상황이 다 다르므로 한마디로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주변 사람들이 꿈을 향한 첫 도전을 하는 수험생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어떤 응원의 말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 입장에서는 불안감 속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입니다. N 수생이라면 여기에 다시 도전하는 것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집니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큰일을 앞두고는 그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잘되라고 내가 빌겠다’ 그리고 ‘너를 믿는다’라는 말은 수험생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하고, 걱정하고 있고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점수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본인도 믿지 못하는데 누군가가 너를 믿는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수고했다고 칭찬해주고 노력과 도전에 대해서 손뼉을 쳐주겠다는 것을, 앞으로도 꿈을 응원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나를 항상 응원하고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말 힘이 됩니다.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부담감과 좋은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도 수험 생활을 할 때 특히 예민했습니다.


‘조금만 더해’, ‘너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 파이팅!’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로 구성된 삼단 콤보를 맞고 나면 정신이 너덜너덜했습니다. 특히 ‘좀만 더해’라는 말이 싫었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좀만 더하면 합격할 수 있다’라는 응원의 말도 싫었고 시험 끝나고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좀만 더하면 합격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위로의 말도 싫었습니다. 제가 제 노력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노력하라고 강요받는 느낌이었고,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듣는 ‘좀만 더하면 괜찮았을 텐데’라는 말은 제가 노력한 것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자존심을 상하게 했습니다. 저 자신은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제 노력만큼은 인정받고 싶었나 봅니다.


물론 그 말을 한 분의 의도는 ‘좀만 더 노력하면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좋은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저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때 저희 부모님이 해 주신 ‘조금만 더 힘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너는 우리 딸이고 앞으로도 응원한다’라는 말, 그리고 친구가 해준 ‘아직 어린데 이렇게 공부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힘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힘들 때, 누군가 저를 믿어주고 제가 노력하는 것을 알아준다는 사실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저를 제가 가져올 결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든든했고 결과에 대한 압박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들이 수능을 치르고 대학입시라는 꿈을 위한 첫 도전을 마무리 지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 옆을 지키고 있는 많은 분이 수험생들을 배려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그들이 시험장에 어쩔 수 없이 지고 갈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공부를 더 해라, 기대하고 있다는 압박이 은근슬쩍 들어간 응원보다는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을 해주는 것이 어떨까요? 나의 꿈에 대한 도전을 믿어주고 결과와 상관없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수험생들에게 어떤 말보다 응원이 될 것입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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