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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Oct 12. 2017

내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


재수하면서 다이어리 제일 뒷장에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것을 하나하나 적었습니다.

‘가로수길에 놀러 가기’ 그리고 ‘롯데월드 가기’ 같이 지방에서 초중고를 나온 학생이 서울에서 하고 싶은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수많은 리스트 중의 하나가 바로 ‘교환학생’이었습니다.


외국어 고등학교에는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아주 많았고 그 친구들이 ‘썰’을 풀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나도 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에서 살아볼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1학년 겨울방학에 꿈꾸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합격했고, 2학년 2학기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ng Beach (롱비치주립대학교)에서 두 학기 동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1년 동안의 교환학생 생활은 아직도 제 인생에 있어서 좋은 추억이자 전환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총 3가지로 나누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영어실력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어를 아예 못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영어로 자기소개와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할 줄 아는 편이었고 생존영어 정도는 구사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익숙하지 않은 대화 주제가 나왔을 때는 몰라서 질문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학기 초에 우연히 한국 힙합을 좋아하는 멕시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와 엠넷에서 하는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았습니다. 영어 자막이 나오기도 전에 빨리 방송을 보고 싶어 하는 친구를 위해 저는 가끔 한국어 랩가사를 영어로 나름대로 번역해 주었습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라는 가사를 ‘the chain between you and me’ 라고 이상하게 번역할 때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저는 제가 그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영어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한번은 ‘케이 팝’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 아이돌 그룹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거라면 구글링을 해서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대화는 가벼운 주제에서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한국 교육과 한국 사회문제로까지 뻗어 나갔습니다. 시사적인 이슈가 나오니까 말을 더듬게 되고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말을 하고 싶어서, 어떤 단어를 영어로 말하고 싶어서 한영사전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한국어 단어를 잊어버려서 아예 말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습니다. 그 흔한 ‘굴’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검색을 못 해서 ‘나 굴 못 먹는다’는 말을 못 해, 굴 요리를 앞에 두고 굶은 적도 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을수록, 어떤 주제를 줘도, 어떤 상황에서도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학교 내의 언어 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그리고 가끔씩 틀리는 문법과 발음에 대해서 교정을 받고 연습을 했습니다.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수업내용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을 때, 친구와 바닷가에 놀러 가는 길에 종교의 이중성에 대해서 가볍게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냥 말을 계속했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내가 이런 대화까지 하다니!’ 하면서 스스로 뿌듯했습니다. 제 영어 실력의 향상을 스스로 직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 전공인 통계 그리고 나아가서 제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분야에 관해서도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는 것을 다음 제 영어 실력의 목표로 삼았고 도전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 다양한 경험을 통해 주관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암만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다고 해도,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두 나라, 한국과 미국은 정말 다르구나.’


제가 20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살아왔던 한국과 내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서로 비교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많았습니다. 제일 대표적인 사례로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것에 대한 두 나라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 기다렸다는 듯 항상 쏟아지는 질문세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쏟아지는 질문세례도 처음에는 ‘아 자기 혼자 개인 교습 받는 것도 아니고 왜 자꾸 저렇게 쉬운 걸 질문하고 그러나……’ 싶었습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이 100명이라면 그 중 20명 정도가 손을 여기저기서 드니까 처음에는 짜증도 났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그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시고 좀 전에 말했던 것이라도 다시 한번 말해 주셨습니다.


몸이 불편한 친구가 느리게 질문을 해도 다 기다려 주었고요. 질문 도중에 학생들 사이에서 또 다른 학문적 화젯거리가 생기면 학생들끼리 수업이 끝나고 토론하기도 하고 교수님도 그 토론에 참여하시곤 했습니다. 질문을 통해 자신에게 생긴 의문점을 해결해 가면서 배우는 미국 학교 문화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때 선생님께 ‘그런 것을 왜 물어보냐.’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질문 하는 것을 굉장히 망설여 했던 제 모습도 생각이 났고 수업시간에서 배우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던 오히려 책에 없는 내용을 배우면 짜증을 냈던 제 모습도 생각이 났습니다. 질문을 통해 질문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시험만 잘 보려고 하는 제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항상 좋은 것만 깨닫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부정적인 모습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국보다 한참 뒤떨어진 공공서비스(대중교통, 공공시설 등), 인종차별, 너무나도 먼 이야기 같았던 마약 문제 등 찜찜한 미국의 한 모습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것은 배우고 수용하고 깨달으면 되고 나쁜 것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접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을 접하게 되더라도 그냥 무분별하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고민도 했지만 내 주관이 그래도 어느 정도 확립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3) 연극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알차고 재미있게 생활하는 방법, 외국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묻는 후배들에게 항상

‘너답게 살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외국 생활을 통해 나의 원래 모습을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

나와 맞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처음 입학할 때, 대학 가서는 똑 부러지는 이미지로 살아야지, 도도한 서울 여자가 되어야지 속으로 다짐하며 ‘새로운 내가 되자’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제가 상상하는 새로운 나는 원래의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일을 겪다 보니 나는 원래 나의 모습 그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처음 갈 때도 또 ‘새로운 나’에 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이 저를 도도하고 똑 부러지는 한국여자로 봐주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니 저는 또 제 원래 모습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할 때는, C만 받으면 한국에서는 패스로 처리되니까 성적에 목매지 않아도

되고 숙제와 시험에 큰 미련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미국에 오기 전에는 공부 안 하고 일 년 쉬다 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시험 기간이 되니까 꼬질꼬질 한 모습으로 조마조마하게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도도하게 생활하기보다는 바보 같은 장난을 치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놀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로 살기보다는 그냥 저답게 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대로 사는 것이 편했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저답게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이구나, 나를 포장하려 들지 말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제 원래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굳이 연극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제 원래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좋은 사람들은 많이 만났고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으니까 나름 만족합니다.







이처럼 저는 교환학생으로서 미국에서 약 1년간 살면서, 새로운 목표와 저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마냥 새로운 경험, 여행만 꿈꾸고 별다른 특별한 기대 없이 시작했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글을 쓰던 중에, 이 글이 칼럼 발행의 취지인 ‘멘토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 친구들에게 뚜렷한 도움과 적절한 충고를 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서 느낀 것과 경험한 것을 나누는 것도 수험생 친구들에게 대학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 이 글을 이렇게 끝까지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을 담은 이 글이 여러분들의 궁금증 또는 기대에 대한 답변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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