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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02. 2017

비평준화에서 살아남기

수능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많은 수험생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나도 1년 전에 수능을 본 대학생으로서 수험생들과 함께 긴장하고 응원해주고 있다. 나는 1년 전 이때쯤 무엇을 하고 있었나 회상도 해본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워낙 분위기가 무겁고 치열했다. 아무래도 ‘비평준화’ 학군 중 가장 성적이 높은 학교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많은 학교다 보니 성적이 어중간한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의 내신을 활용해 지원하는 수시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냥 정시에 모든 걸 걸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속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겨우 견뎌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비평준화 학군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평준화 학군의 학생이더라도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우선 평준화비평준화의 개념 설명부터 하자면, 현재는 지역별로 전체 학생을 추첨하여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하는 평준화를 실시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중학교 때의 내신으로 고등학교에 원서를 내 합격 또는 불합격 통보를 받는 방식의 ‘비평준화’ 지역도 적지 않다. 평준화 지역은 아무래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임의로 배정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역 간 학교의 수준 격차가 큰 편은 아니다. 


반면에 비평준화 지역은 성적순으로 합격 여부가 정해지므로 암묵적으로 높은 내신을 가진 학생들이 지원하는 고등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구분된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자신이 수시 전형으로 갈 것인지, 정시 전형으로 갈 것인지 뚜렷한 학생들은 전략적으로 고등학교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수시로 갈 학생들은 본인의 중학교 내신 점수로 갈 수 있는 고등학교보다 3~4단계 낮은 학교를 지원함으로써 고등학교에서의 높은 내신을 기대한다. 실제로 이 전략은 본인이 그 학교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매우 효과가 큰 전략이다. 학교 수준보다 월등히 높은 학생이 입학하게 되면 해당 학교의 선생님들은 그 학생이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이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자신이 갈 수 있는 학교 중 가장 수준이 높은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좋다. 성적이 높은 학교일수록 학업 분위기 또한 좋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나는 위의 두 가지 전략 중 후자를 선택한 케이스다. 장점부터 말하자면, 정신만 차리면 성적이 확실히 오른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었던 학교가 마음을 다잡고 주변 아이들이 하는 것만큼 하다 보니 1년 사이에 당연히 갈 수 있는 학교가 된다. 이 과정에서 성적 향상과 별개로 얻는 것도 많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 흔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한 번뿐인 인생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되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하지만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있다. 첫 번째로는 상대적 박탈감. 학교에서는 소위 상위권 대학을 말하는 ‘SKY’급 학생들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나처럼 평범한 학생들은 스스로 입시를 극복해야 했다. 물론 입시 기간에 상담은 해주셨지만, 그냥 형식적이었다. 상위권 학생들과 너무 비교되는 상담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시 발표는 정시 발표보다 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시 위주로 대학 입시를 진행하는 주변 학교 학생의 합격 발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초조해진다. ‘내 정시 성적으로도 아슬아슬한 학교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또한, 정시를 준비하는 것은 엄청난 불안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수시 원서는 총 여섯 군데에 지원을 할 수 있지만, 정시는 그것의 반인 세 군데에만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지원을 하는 바탕이 하루 만에 끝나는 수능이기 때문이다. 그 하루에 몇 년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이 상당하다. 이 시기에는 불교를 믿는 사람도 아니지만, 할머니께서 절에서 받아오신 부적을 지니고 다니고 침대에서 어떤 물건만 ‘떨어져’도 “안돼!” 하면서 얼른 줍는 행동까지 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유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컸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예시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경쟁심이 너무 증가하게 된다. 서로 응원해주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은 너무도 치열했다. 친구는 경쟁자로 보면 안 된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내가 저 친구보다는 더 많이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쓰다 보니 너무 단점만 많이 말한 것 같이 보이긴 하지만 비평준화와 평준화 그 어느 쪽이든 절대 쉽지 않은 고3 입시 경험에서 장점이 더 많은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대학 입시 경험이 지친 일상의 피로해소제란 느낌보다는 피로 그 자체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피로를 못 이겨 평생에 한 번뿐인 고3 생활이 최선을 다하지 못해 당당하지 못한 1년으로 남는다면 최선을 다한 학생들은 누린 성취감을 본인은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을 뒤바꿀 기회도 놓쳐버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이 비평준화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참고사항이, 현재 비평준화 학교를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예방주사와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얼마 남지 않은 수능으로 고민이 많을 고3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문구로 마무리하며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응원한다.



모든 동물은 자신에게 필요하고,
또 바라는 부분이 진화되어 왔다.
말은 빨리 달리고 싶어서 빨라졌다.
새들도 날고 싶어 했기 때문에 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오리는 헤엄치고 싶어 했기 때문에 물갈퀴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모든 것들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

-앨버트 하버드, ‘인생의 서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 중에서







From. 애드캠퍼스 칼럼멘토단 2기 멘토 전소연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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