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의 시작에 앞서 우리는 결심하고 기대합니다.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 말입니다.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 새로운 학원에 등록할 때, 새 학기를 맞이할 때 등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그러합니다. 이러한 결심과 기대는 고등학교 입학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의 저는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막연한 다짐과 큰 기대로 가득 찬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서 스펙을 쌓아야지!’, ‘내신에 힘써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되자!’ 등과 같은 결심을 하며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결심을 지키기 위해 웬만한 교내 대회에는 참여하고자 노력했고, 공부를 못하면 올바른 학생이 아니라는 생각에 야간 자율학습시간에는 졸지 않고 공부에만 힘썼습니다.
이에 저는 입학 당시 저의 결심을 현실로 이루어 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저를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모범생’으로 바라보셨고, 친구들은 저를 보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활기찬 학생’이라 칭찬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뭐든 잘 해내는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만든 이미지를 지키고자 발버둥 치며 살아갔지요.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특정한 목적 없이 결심이 만든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낀 것입니다.
회의감으로 시작한 제 감정은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저를 깎아내렸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저의 결심으로 만든 당시의 모습이 저에게 가장 큰 압박을 준 것입니다. 이를 도저히 견디지 못했던 저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쳤습니다. 공부도 교내 활동도 모두 그만두고 다른 것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정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지금껏 쥐고 있던 결심들을 놓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무거나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는 퍼즐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자율학습 시간에는 스도쿠나 로직, 심지어는 하루 내내 잠만 잔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이 1학기를 보냈습니다. 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으나, 당장은 공부를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우선이었습니다.
여기서 다행인 점은 나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했던 것들 빼고 다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고, 그 결실의 순간을 찾았습니다.
바로 ‘독서’를 할 때였지요.
특정 분야를 잡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설, 수필, 시집 등의 문학부터 시작해서 위인전, 자서전, 과학,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습니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결심도 기대도 없었지만, 그동안의 공허함이 사라지고 흥미를 되찾았음을 느꼈습니다.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중 아직까지 저의 ‘인생 길잡이’로 꼽는 책이 있는데, 바로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김수영)’입니다. 그 무엇보다 제게 와 닿은 내용은 ‘꿈은 단지 장래희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여러분들 중에도 혹시 꿈을 ‘하나의 장래희망’으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나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었는지, 목표가 없어서 힘들 때 장래희망만 생기면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모두를 살펴도,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확고히 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이에 지쳐 포기해버렸지요.
이 책을 보면 ‘꿈’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입니다. 어디에 가고 싶다거나, 무언가를 먹고 싶고 배우고 싶다거나. 이런 우리의 모든 소망은 우리의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다, 해변에 멋진 집을 짓고 싶다, 부모님께 효도 여행을 보내 드리고 싶다 등 저의 작은 바람들이 제 ‘꿈’으로 정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비로소 이 책을 통해 제 삶의 목표가 세운 것이지요.
저는 원하는 것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 장기적으로 해나갈 것. 그 당시 노트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학생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대학에 진학한 뒤 더 넓은 세상을 배워 꿈을 향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공부의 이유를 찾은 것이지요.
그렇게 3학년이 되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의 깨달음을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2학년의 방황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는 그 앞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많은 꿈을 찾은 고등학교 2학년은 저에게 있어 가장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대니얼 고틀립’의 ‘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는
우리는 어떤 답을 찾으려고 할 때 무의식적으로 더 밝은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더 어두운 곳으로 가야 할 때가 있다.
라는 말이 나옵니다. 문제의 답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어두운 곳,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계시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