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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Aug 15. 2022

내가 아빠에게 준 벌

금쪽이를 보았다, 처음으로 우리 가족도 예전에 오은영 선생님을 만났다면. 그럼 우리도 저렇게 바뀔수도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제 몇 달 만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보며 처음으로 든 생각은

'아. 왜전화한거야.'

 짜증이 났다. 받기싫은데, 받아야 하나. 또 무슨말을 하려고 전화를 한건지. 답답했고 뱃속이 꼬이는 기분이 들었고 너무 불안했다.



고민하고 걱정하는 그 사이 전화는 끊겼고, 조금 뒤 문자가 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엄마와 동생이 있는 단톡방에 아빠가 전화왔다고 알렸다. 그리고 동생이 자기도 왔다고 이야기 했다. 자기는 조금 나중에 전화 해봐야 겠다고. 나도 그럴꺼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참 뒤에 동생이 전화를 하고나서 목소리 괜찮으니 얼른 전화하고 숙제 끝내라고 알려주었다.


숙제. 아빠에게 전화를 하는건 숙제같다. 엄청 큰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그냥 숙제도 아니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내 산더미 처럼 쌓여버린 방학숙제같은 그런 것이다.


잘지내냐고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자기는 수술을 받았고 요즘 안아픈 곳이 없다고 수술이 조금 잘못되서 휠체어를 타고다닌다고. 손녀가 보고 싶다고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 딸은 그저 할아버지라고 하니 신나서 인사를 했다. 그래 너라도 밝게 인사해 주어서 고맙다.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아빠는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우리에게 그렇게 매일 고통을 주었는데 절대 용서받을수는 없는 사람이라고. 우리 가족을 외면하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힘들고 속상한 것들만 늘어놓는 아빠가 언제나 싫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보인 너무나 이기적이고 변함없는 그 행동에 치가 떨렸고 그뒤로 더이상 보지 않았다.


금쪽이에서 나온 아빠는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감정이 없고 그저 멀리서 가족을 바라보며, 나는 내 할일을 잘하고 있다며 다른가족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노력도 안하다니.


그런데 솔루션을 해결해 나가고, 가족들과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사람은 그저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모르겠고, 이해할수없는 상황속에서 가족들은 서로를 참 많이 공격하고 괴롭힌다. 그사람도 그 속에서 분명 상처를 받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방법을 알았다면 나아졌던걸까. 우리가족도.


아빠와 함께한 생활은 지옥이었다. 지옥을 만든다면 그렇게 만들어도 참 좋겠다 싶다.


나이들어 혼자서 지내며 외로워하는 아빠에게 불쌍한 마음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아빠는 가족을 외면했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 하지 않았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벌은 고독과 외로움일 것이다.


내가 그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해주면 우리의 지난 살아온 시간들의 상처가 그냥 다 아무 보상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너무나 싫었다. 지금도 물론. 하지만 이런생각은 들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빠도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그런 잘못을 하지 않았을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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