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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요 Dec 08. 2016

어쩌면 마흔 시간을 넘길 뻔한 비행이었다.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어쩌면 마흔 시간을 넘길 뻔한 비행이었다.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상해 푸동 공항은 아시아나에서 에어 뉴질랜드 비행기까지 수하물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했고 내가 가진 환승 시간은 고작 두 시간 이십 분이었다. 입국 심사, 짐 찾기, 다시 체크인, 출국 수속까지 무사히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어 체크인을 해주는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는 빠듯한 시간이지만 서두르면 가능할 시간이라며 내 짐을 최대한 빨리 나올 수 있게 처리해 주겠노라했다. 


그래도 혹시 제가 푸동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치면 다음 비행기는 언제 출발 하나요? 

비행기가 하루에 한 대 밖에 없네요. 최소 두 시간이면 환승은 가능합니다. 최대한 서두르세요.

  

그리고 푸동 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 비행기는 오십 분 지연되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승무원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중국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면 어떤 기분이려나, 마음을 비우고 그저 기내식으로 나온 제육 덮밥에 딸린 고추장 튜브를 챙겨갈 것인지 따위를 고민하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야심 차게 자막 없이 도전한 '도리를 찾아서'의 결말을 보지 못한 채 도착한 푸동 공항 환승 통로에서 나를 찾고 있는 공항 직원을 만나게 되었다. 아시아나 직원의 협조 요청을 받은 그녀는 내가 단 한 차례도 줄을 설 필요 없는 경로로 나를 안내했고, 무사히 체크인을 끝낼 때까지 도와주었다. 그녀 덕분에 나는 다음 비행기의 보딩 타임이 시작도 하기 전에 모든 수속을 완료할 수 있었다.  






마침내 오클랜드 공항 입국 심사, 그녀는 내게 워킹 홀리데이 비자만을 요구했다. 잔고 증명서도 의료 보험 증명서도 필요치 않아 서류 봉투를 들고 대기하고 있던 손이 무색해질 무렵 순식간에 나는 다음 차례로 넘겨졌다. 짐을 찾고 세관을 통과할 때는 뜻밖의 한국말을 들을 수 있었다. "No, food? No, 김치?". 'Have you ever eaten Kimchi?  나는 회심의 질문을 삼키며 드디어 뉴질랜드에 입성하였다.  


오클랜드에서 넬슨으로,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눈치껏 무인 수하물 접수기에 캐리어를 올려놓고 여권을 스캔하고 나서 지나가는 직원에게 엄지 척 확인을 받았다. 여기 사람들 엄지 인심이 후하다. 덕분에 무거운 짐을 덜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국내선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져 십분 남짓을 걸었던 것 같다. 제주도로 향하는 김포 공항 정도를 상상했는데 짐 검사도 없고, 면세점도 없었다. 보딩 타임이 되어 간단한 표 검사를 거치면 바로 앞에 게이트들이 모여 있다. 열 개도 되지 않은 계단을 딛고 작은 비행기에 오른다. 아빠가 두 발로 태워주었던 어린 시절 비행기 다음으로 나를 태우는 가장 작은 비행기였다. 그러고 잠시, 넬슨에는 내 오랜 애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지 척만으로는 불안했던 무인 수하물 시스템이 안전하게 내 짐을 넬슨에 토해 내었다. 28인치 캐리어, 백팩, 크로스 백 그리고 나. 이렇게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가 시작되었다. 







Photo by Jan 

www.facebook.com/jan.film.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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