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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요 Dec 09. 2016

오늘 뉴질랜드가 조금 더 좋아졌다.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세 번째




내일이면 뉴질랜드를 떠나는 잔의 친구 애비를 픽업하러 뉴질랜드 남섬 북동쪽 끝 블레넘(Blenheim)에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곧고 높은 나무로 빽빽하게 채워진 산을 넘어야 했다. 두 시간 남짓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면서 잔은 우리나라였으면 벌써 터널을 뚫었겠지라고 했고, 나는 몇 차례 침을 삼키며 먹먹해진 귀를 뚫었다.





산을 넘어 널찍한 벌판에서 풀을 뜯는 양 떼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정말로 뉴질랜드에 온 기분이다. 잔은 양 떼가 앞을 막아버린 도로에서 경적은 소용이 없다며 차에 직접 올라타서 양들을 툭툭 치며 길을 뚫어준 어느 양치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갑자기 도주하던 범인들이 양들에게 포위당하는 바람에 경찰에게 붙잡히는 뉴질랜드의 한 동영상이 떠올라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국위선양이 아닌가.





비가 잦아든 블레넘의 파란 공원은 산타들의 달리기로 시끌벅적했다. 이 귀여운 장면을 보고 빨갛게 흥분한 나를 위해 잔은 차를 몰아 산타 무리를 뒤쫓아 주었다. 그곳에는 아빠 산타, 엄마 산타, 아기 산타가 뛰고 있고, 개울가에는 커다랗고 하얀 개 한 마리가 멱을 감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생경함이 내 맘을 더욱 뛰게 했는지 오늘 뉴질랜드가 조금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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