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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Jun 04. 2020

공부하는 삶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앙주

  당신이 빛을 운반하는 사람으로 지명된다면, 신께서 당신이 운반하기를 기대하는 그 어슴푸레한 빛이나 불꽃을 감추면서 가지 마라.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가 가져오는 삶의 열매를 사랑하라.


  가진 자원이 같다고 가정한다면, 이해하고 앞을 내다보는 사람과 아무렇게나 나아가는 사람의 차이는 얼마나 크겠는가! ‘천재성이란 오랜 인내라고    인내는 조직적이고 총명한 인내여야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의지, 깊게 뿌리박은 의지다. 누군가가 되고 무언가를 성취하겠다는 의지다.





 이 삶의 통일성의 원천은 무엇인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상호의존적인 앎과 실천 모두 이 사랑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사유가 순수하려면 영혼이 순수해야 한다. 이것은 보편적이고 부정할  없는 진리다. 앎의 초심자는 이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위대한 사유는 심장에서 나온다

파스칼 - 팡세 중에서





 누군가에게 어떤 생각을 일깨우려 할 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말과 기호로써  사람 안에 감수성과 상상력, 감정, 기억의 상태가 생겨나게 하는 이다.


 아퀴나스에 따르면, 우리가 무지에서 앎으로 이행한다면 그 변화는 직접적으로는 신체 덕분이며 우리의 지적인 부분은 우연히 기여할 뿐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것은 사유하는 이에게도 진리이다.


 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다른 장기들을 압박하지 않는 자세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중해서 공부하다가도 이따금 깊이 숨쉬기 위해 멈추고 몸을 이완하고, 주름이 생기는 것도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 동작으로 팔다리를 쭉 펴면 도움이 된다. 창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발가락 끝으로 선 채 느리고 깊게 숨을 쉬면 훨씬 더 효과가 좋다.




매일 운동해야 한다. 잉글랜드 의사의 격언을 기억하라.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반드시 아픈 시간이 있을 것이다.”



식사에 신경을 써라. 손쉬운 방법으로 조리한 담백하고 가벼운 식사를 적당량 먹으면 자유롭고 기민하게 공부할 수 있다. 사유하는 이는 소화하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수면에는 더욱 신경을 써라. 너무 많이 자지도 말고 너무 적게 자지도 마라. 너무 많이 자면 살이 찌고 멍청해지고 둔해지고 생각하는 힘이 약해질 것이다. 너무 적게 자면 공부하면서 받았던 자극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남고 피로가 겹쳐 위험할 것이다.



 당신 자신을 주의 깊게 살펴라. 음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면의 경우에도, 자신에게 수면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내고 수면 시간을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하라. 수면에 관한 일반적인 규칙은 없다.




 금욕은 공부에 꼭 필요하며, 그 자체만으로도 그라트리 신부가 말한 ‘선명한 시야의 상태’에 우리를 이르게 할 수 있다. 육욕에 복종한다면, 정신이 되어야만 하는 당신은 육체가 되는 길 위에 서는 것이다.


소명은 집중을 뜻한다. 지성인은 성별된 존재이므로 헛된 일을 하느라 자신을 낭비해서는  된다. 팔리시Bernard Palissy가 가구마저 땔감으로 쓴 것처럼, 지성인은 모든 자원을 영감의 불꽃을 지피는 데에 써야 한다. 공부와 공부를 돕는 환경 이외에 사소한 일을 하느라 돈과 집중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장서를 모으고 유익한 여행이나 평온한 휴가를 준비하고 영감을 되살리는 음악을 듣는 편이 훨씬 낫다.



 말을 천천히 하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장소에는 천천히 가라. 말을 많이 하면 물이 쏟아지듯이 정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온화하게 대함으로써 당신에게 이로운 소수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모임에 자주 방문할 권리를 얻어라. 그렇지만 지나친 친밀함은 우리를 목표에서 벗어나게 하므로 그들과도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은 삼가라. 정신을 헛되이 사로잡는 소식을 좇지 마라. 도덕 혹은 앎과 전혀 관련이 없는 세상의 언행 때문에 분주히 움직이지 마라. 시간을 잡아먹고, 정신을 종잡을 수 없는 생각들로 채우는 쓸데없는 외출을 삼가라. 이런 것들이 신성한 일, 즉 고요한 묵상의 조건이다.



은둔하지 않고서는 영감을 얻을 수 없다. 사유의 별들은 창공에 모여들듯 우리 머리 위에 걸린 등불의 동그란  안으로 모여든다.
고요가 당신을 사로잡을 때, 소란스러운 인간의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성스러운 불꽃은 침묵 속에서 활활 타오른다. 평온한 질서, 즉 평화가 당신의 사유와 감정, 탐구를 정돈할 때 당신은 배움을 위한 최상의 상태에 있는 것이다.



우정은 산파술이다. 우정은 우리의 가장 풍부하고 깊은 자질을 이끌어낸다. 우정은 꿈의 날개를 펼치고, 숨겨진 사유를 드러내 보인다. 우정은 판단을 감독하고, 새로운 생각을 시험하고, 열의를 지탱하고, 열정에 불을 지핀다.







 어떤 경우든 설령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더라도, 정신 안에서 참된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 모임을 찾아라. 육체는 혼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반면 정신은 혼자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천사처럼 외부 세계와 접촉해야 한다. 천사는 다른 세계에 속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손을 대지만 바라는 경우가 아니면 상대의 손이 닿지 않게 하며, 상대에게 무언가를 주지만 아무것도 가져가진 않는다.



 말을 절제하면 끊임없이 묵상할  있고 현명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할 말만 하고 때에 맞는 감정이나 유용한 생각을 표현한 후에는 침묵해야 한다. 이렇게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이들의 횃불을 밝히다가 당신의 횃불을 꺼뜨리는 대신 남에게 무언가를 주면서도 당신 자신을 간직하는 비법이다.


말하는 사람이 말 저변의 침묵을 인지할 때, 서두르거나 경박하게 흥분하지 않고 말 이면의 보물 — 알맞을 때에만 조금씩 드러나는 — 을 감추면서도 넌지시 암시할 때, 그 말은 무겁다. 침묵은 말 이면에 숨겨진 중요한 내용이다. 많은 것을 드러내지 않는 정신이 가치 있는 정신이다.




듣는 법을 배워라. 우선 누구의 말이든 들어라. 프랑스의 시인 말레르브Françoise de Malherbe 단언했듯이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곳이 시장이라면, 정신의 언어를 배울  있는  또한 시장,  일상생활이다.


 가장 단순한 대화에서도 수많은 진리를 얻을 수 있다. 주의해서 들으면 한 마디 말에도 신의 계시가 있을지 모른다. 어떤 순간에는 농민이 철학자보다 훨씬 현명하다. 가장 깊은 자아까지 내려가면 모든 인간은 서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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