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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Nov 27. 2021

백업용 친구

완벽하지 않은 글쓰기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내 친구 D가 그랬다. 그렇게 하나님이 인도해주시는 거라고. 친구의 그 말이 어찌나 위로되던지. D는 안 지 얼마 안 됐는데 요새 제일 많이 연락하는 요즘 시절 친구 최고 1등이다. 내 친구의 정의는 이렇게 변화했다. 그 시절에 가장 많이 연락하는 친구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제일 친한 친구는 유지되는 게 아니고 그 시절 시절마다 변하는 거라고. D가 갑자기 내년 1년 동안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이야길 했다. 그렇게 얘길 하다가 그게 나로부터 영감을 받은 거라고 그랬다. 올해 책을 만들 때 딱 세 사람만 만나고 아무도 안 만났었다.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나만 홀로 덩그러니 있는 기분이었다. 작업실에 가도 혼자 글을 쓰고 혼자 밥을 먹고 철저히 혼자였다. 그렇게 나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제일 듣기 싫은 말 중 하나가 소금이 너는 너무 착해서였는데 지금은 이제 들어도 상관이 없다. 왜냐면 착한데 기 센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그냥 착하기만 한 건 싫은데 다행히 전제가 붙었다. 기가 세 보인다는 것. 지독히도 외로움을 많이 타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웠던 소금은 이제 혼자서도 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보면 알 수 있다. D는 친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인데 이런 결단을 내린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D에게

“D야 네가 그렇게 아무와도 연락 안 한다고 결정했어도 또 오늘처럼 외로워지는 날이 올 거야 그럴 땐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연락해”

라고 그랬다.


D 그렇게 하겠다고 소금이를 백업해두겠다고 했다. D 백업용 친구가 되어서 기쁘다. 그런데 문득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2년도에는 친구는  만나고 나만 만나는 시간 갖기. 대신 백업용 친구  명정도 두기. 든든하다. 저번  토요일에도 약속이 취소됐는데 이번  토요일 역시 취소가 됐다. 그런데 진짜로 취소되는 데는  이유가 있나 보다. 친구가 너무 미안하다고 하는데 친구 잘못도 아니고 나는  이해한다. 그래서 괜찮다. 덕분에 오늘  다른 즐거운 일들로 가득 넘쳐나기 때문이다. 친구야 미안해하지 말어라!  다시 약속 잡아 만나면 된다.


-끝-



2021-11-27 (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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