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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Jun 19. 2024

접수번호 24-01-0070

문학상 공모

글을 제대로 쓰려고 노력한 지는 2년이 조금 안된 것 같다. 

제대로의 기준은 각자에게 있는 것이지만 나에게 제대로란 편의 안에 가지 생각으로 글을 끝맺는 것을 말한다.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우연찮은 기회에 A4 한 쪽자리 글 오십 여개를 모아 출판을 하게 된 이후 

글을 쓴다는 행위의 맛을 살짝 본 것이다.


빈 페이지 앞에 앉아 오독하니 시간을 보낸 적도 있고 

미처 손가락이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낭패를 본 적도 있다.

짜릿함에 전율한 적도 있고 글이 술술 나오는 달콤함도 맛보고  입이 써서 퉤퉤 뱉고 싶은 날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스스로 글쟁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그렇게 불리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공무원예술대전이라는 공모를 알게 되었고 근 3주간을 고민 속에 살았다.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쓰는 글이 아니고 

격식과 예술성이 갖춘 글을 써야 할 텐데 

사실 글은 어떤 글이 좋은 것이요~ 하는 것을 배워본 적도 없으니 

그냥 내 마음대로 썼는데 

쓰고 나서 글을 읽는 이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궁금했다. 


남편에게 글을 주었다. 

그래도 글밥 좀 먹었으니 잘 읽어주겠지 했는데 글을 읽고 난 첫마디는 

"재미없다."였다. 

교훈이 듬뿍 담긴, 말 그대로 교사의 글이라는 평이 돌아왔다. 


'아니, 그럼 교사가 교사처럼 글을 쓰지. 뭘 어떻게 쓴담? ' 


글을 쓰는 재주는 없어도 좋은 글은 읽는 이가 편하게 술술 읽히는 글이라는 것은 알기에 

다시 쓰기로 하고 또 며칠을 끙끙거렸다. 

공모에 내는 것은 어느 정도 글밥이 정해져 있는데 긴 글을 써본 경험이 없고, 맛깔나게 문장을 만들어 내는 재주도 부족한 나는 참 힘이 들었다. 


그렇게 완성한 두 번째 글을 또 남편에게 읽게 했다. 

"좀 나아졌네. 이제 좀 에세이다워" 


나아졌다는 것은 이전보다 조금 괜찮아졌다는 것이지 좋다는 뜻은 아니겠지. 

노트북 앞에 앉아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세 번째로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에세이인가? '였다. 

내가 겪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충실한 글이 독자에게도 공감이 될까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는 지인 몇 사람에게 글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의외로 "좋아요. 완성도가 높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참, 글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부분에서 마음을 간질간질 이는지 그 속을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여타의 작가들도 자신의 글을 보고 독자가 어디에서 감동을 얻겠구나~ 를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니,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어야만 한 사람의 마음을 만지겠구나 싶다. 


맞춤법을 고치고 오류가 있는 비문을 제법 손을 보고 마지막 접수일을 하루 남기고 홀가분하게 원고를 제출했다. 

세상에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쏟을 일이었나 싶다가도,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구나를 새삼 알게 된 점을 생각하니 

이래서 내가 글을 쓰지 싶다. 


나는 꿈 많았던 대학교 교정을 다시 밝아봤고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왔고 

20년 전의 옆 반 선생님의 음성을 다시 들은 것이다. 

죄다 글 속에서. 


그러니 글을 써야겠다. 

그리고 접수 번호를 하나씩 모아봐야겠다는 다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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