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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May 23. 2024

나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2024년의 나에게 건네는 말

 [매일을 헤엄치는 법]의 이연작가는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오래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산다는 의미는 기억된다는 의미라면서 그렇기에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자신의 조각을 남기고 그 조각이 사람들 마음속에 남기를 바란다면서.      


 나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인가. 그리고 타인에게 내가 남길 기억은 무엇일지가 궁금해졌다. 기억될 나의 모습을 정할 수 있다면 나는 이러한 사람이었을게다.      


여기, 가슴이 따뜻한 글을 통해 사랑과 행복을 전하고 싶었던 글쟁이 괜찮은 죽음 잠들다. 

여기,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교육자 괜찮은 죽음 잠들다.

여기, 지혜로운 어머니로서,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믿음직한 딸로서 가족에게 등불이 되었던 사랑꾼 괜찮은 죽음 잠들다.

여기, 환경을 돌보고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은, 그래서 그 주변이 늘 싱그러움으로 가득하게 했던 지구별 여행자 괜찮은 죽음 잠들다.

여기, 자기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깨달아, 쫓기는 삶이거나 쫓겨가는 삶이 아닌 삶의 개척자로 끝까지 살기를 원한 진정한 자유인 괜찮은 죽음 잠들다.

여기, 꿈꾸고 싶었던 모든 꿈을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되어 더 이상 가난한 삶을 사는 이가 없도록 삶의 지혜를 들려준 드림멘토 괜찮은 죽음 잠들다.

      

그렇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마도?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묘비명에 적힌 나의 삶과 현재의 나의 삶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몇 시간을 쥐어짜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학교에서는 하루하루 수업하기가 바쁘며,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내 잔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태어나서 오늘 처음 겨우 감꽃을 보고 감탄했다. 찐한 연노랑색 네모진 꽃이 정말 감의 꼬투리와 닮아있어 신기했다. 수년간 감을 먹어왔으면서 감이 무르익기 전 당연히 꽃이 피었을 텐데. 그 꽃을 피우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곤충들이 감나무를 오르내렸을 텐데. 자연의 섭리와 고마움을 이제 알게 된 것이다. 또한 매일 책을 읽으려 애를 쓰지만 독서가 내 삶을 변화시켰다거나 부자가 되는 추월차선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연작가처럼 걱정하지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도 되는 걸까?  

그는 ‘불안과 싸우는 것이 생의 숙명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불안한 것이다.      

만약, 내 묘비명에 아무것도 쓸게 없으면 어쩌지? 


여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글쓰기는 부족했던, 교사였지만 마음속에 남지는 못했던, 부자멘토가 되기는커녕 노후를 풍족하게 누릴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쓰인 삶으로 남게 될까 봐 불안했다. 

불안을 잠재울 무엇인가를 찾아야 했다. 

 

뉴욕대학교의 심리학자 가브리엘레 외팅겐은 왜 어떤 꿈은 이루어지고 어떤 꿈은 환상으로만 그치는지 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환상실현이론을 제안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은 탐닉, 곱씹기, 심리대조의 세 가지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탐닉은 바라는 것을 상상만 하는 것이고 곱씹기는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도서 -후회는 줄이고 실행력은 높이는 자기 조절의 심리학 FUTURE SELF 중]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심리대조이다. 

심리대조란 내가 바라는 것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를 인식하는 일로 시작한다. 불일치를 인식해야 문제를 해결하려고 움직이게 된다.


 다행이다. 허황된 꿈에 빠지지도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과업이 생겼다. 그저 불안함으로 멈출 것이 아니라 나를 바로보고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실행을 해야 할 차례이다. 

 감추고 싶은 내 모습을 숨기지 않고 미래의 괜찮은 나에게 알리는 바이니 

그리하여 2050년의 나는 2024년의 나에게 말을 건네겠지.      


“자신 없어하고 찌질해 보였던 그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주어서 고마워.

앞이 보이지 않을 거야. 다른이가 보기에는 성숙한 어른처럼 보일테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연약함 투성이일거야. 그럼에도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겠지. 네가 하고있는 생각, 감정, 행동 그 모든 것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 그러니 걱정하지마. 변화를 선택한 덕분에 나는 내가 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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