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나 다큐멘터리
국내에서 20년 만에 보리고래가 발견되었다.
2023년 국내에서 20년 만에 보리고래가 서해안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태어난 지 고작 1년 된 새끼 보리고개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위장에선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일회용 커피음료의 뚜껑. 그 모습 그대로.
바다에서 고래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제주도의 이름 모를 누각에서 제주도 바다를 누비는 돌고래 떼를 본 적이 있다.
물보라가 일어나며 물빛이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는 그곳에 돌고래 떼가 수면 가까이로 떠오르자 각각의 등지느러미가 보였다. 아마 제주도섬을 돌고 도는 남방큰돌고래였겠지.
돌고래의 행적을 얕은 시야로 쫓느라 한참을 서있었다.
40년이 넘는 동안 8K 수중카메라로 야생의 동물을 촬영하는 김동식감독은 그 무엇보다 고래를 만나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압도감.
심연의 바다에서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를 들었던 그의 눈에는 경이감이 가득 차있었다.
우주에 대해서보다 우리는 바다에 대해서 더 모르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바다를 누비고 사는, 일 년에 지구의 반바퀴를 이동하는 고래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오로지 물, 고래, 그리고 나만이 존재하는 그 시공간에서 그는 고래를 본다. 고래도 그를 본다. 그리고 알게 되는 것이다. 인간과 고래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그와 같이 촬영을 하는 임완호 감독은 말했다.
“고래를 만나기 전에 고래는 그저 동물이었다. 고래를 내 눈으로 본 순간 고래는 그냥 동물이 아니었다.”
임완호 감독은 어떠한 장비도 없이, 심지어 카메라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냥 동물이 아닌 그의 고래를 제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 말이다. 바다로 뛰어드는 그의 심정이 너무 이해되었다. 정말 중요한 만남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길 수 없다. 그 소리, 그 촉감, 그 향기와 눈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내 영혼에 박히는 장면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를 보며 신비한 상상이 들었다.
내가 앉아있는 거실이 물로 가득 차오르고 눈앞에는 거대한 향유고래가 나타났다.
천천히 유영하며 다가오는 그가 한 팔만 뻗으면 만져질 듯한 거리에 멈추어서는 것이다.
시선이 마주하는 순간 숨을 멈춘 채 그가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눈으로, 마음으로 전달되는 고요함, 신성함.
그가 천천히 다시 멀어져 갔을 때야 참았던 숨을 푸, 내쉬며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다 안다고, 이전부터 알고 있었노라고 말하는 듯한 그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배어 나왔다.
나 홀로 돌고래를 쳐다보았을 때는 신나고 즐거웠던 추억이었지만
고래가 나를 보았을 때는 마음이 묵직하고 징하게 울리는 경험이었다.
본다.라는 것의 무게감.
신이 나를 보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너를 본다. 너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