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다시 읽기 - 소란한 글방 모임
여기 즐겁고, 어둡고, 무서운 곳을 지나는 오랜 여행을 해야하는 여행자들이 있다.
도로시는 앤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을 고향마을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었다.
허수아비는 똑똑한 뇌를 원했고, 양철나무꾼은 따뜻한 심장을, 사자는 용기를 원했기에 도로시의 여행길에 동참했다. 강아지 토토와 네 주인공은 각자의 희망을 갖고 에메랄드시의 오즈를 만나기 위해 모험이 넘치는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을 떠나려고 마음먹은 이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지금 있는 이 자리의 내가 이미 풍족하고 여유있다면 여행을 떠날 이유가 없다.
나의 부족한 어떤 부분을 발견한 자만이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는다. 그 단호한 마음이 여행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단단한 여행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소망을 이루어 주기도 한다.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과 사자의 여행처럼 말이다.
허수아비는 스스로가 바보라고 생각했다. 뇌가 있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 생기는 갖가지 문제의 모든 해결책은 오히려 허수아비의 머릿속으로 부터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행복이며, 그 행복을 위해 심장을 원하는 양철나무꾼은 어떠한가? 양철나무꾼은 작은 개미 한 마리라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길을 걸었고, 그 어떤 것에도 잔인하거나 쌀쌀맞게 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그의 애씀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자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용기를 원한다는 사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겁이 많으면서 겁을 주는 것으로 겁없음을 외면해 왔던 사자는 친구들이 위험에 닥쳤을 때 기꺼이 먼저 나섰다. 두려움을 아는 자만이 진정 용기 있는 자의 모습이다. 만약 그에게 두려움이 없었다면 용기 있게 앞선것이 아니라 그저 아무런 마음없이 앞선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감당하겠다는 용맹스러운 모습은 그들의 여정내내 그가 보여준 태도였다.
길위로 떠나지 않았으면 그들은 절대 몰랐을 게다.
상황을 해결하려는 꼼꼼한 생각을 못했을 것이고, 옆에 있는 자를 위해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일이 무슨 일이지 몰랐을 것이고,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는 그 모든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이미 내 안에 있는 모습이었음에도 여행을 통해서만 깨닫게 하는 것이 길 위로 떠나라고 하는 여행의 고집있는 배려가 아닐까?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 그리고 사자는 여행을 시작했기에 원하는 바람을 여행 중에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여행이 끝나면 돌아가야 한다.
아무리 잿빛풍경만 가득한 집이라고 해도 말이다. 도로시는 돌아가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그녀가 캔자스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그 곳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가족, 나를 품어주는 내 공간이 있다. 지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이를 어떠한 이유도 없이 마음껏 품어주고 반기는 그 모든 것의 이름이 고향이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도로시는 이제 이전과는 다른 도로시가 되어 삶을 이어갈게다.
여행의 시작과 중간과 끝. 그 모든 과정에 이렇듯 저마다의 의미가 담겨있다.
괴테는 말했다.
“여행할 때는 2가지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야 하지. 하나는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고, 나머지 하나는 ‘무엇이 내게 중요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야.
괴테의 관점으로 볼 때 도로시,허수아비,양철 나무꾼과 사자는 모두 각자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았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알았으니 보아야 할 것도 명확했다. 에메랄드시의 오즈를 보아야 했고, 남쪽 나라의 착한 마녀를 보아야 했다. 다행이 그들은 그들의 행복을 이루어낼 수 있었으니 그들의 여행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잠깐, 토토는? 잊고 있었던 중요한 여행자가 있다.
사실, 이 여행의 시작과 끝은 토토로 인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토토가 회오리 바람이 불어올 때 도로시의 팔에서 뛰어내려 침대 밑으로 숨어버리지 않았더라면 도로시는 앤아줌마와 함께 굴에 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로시의 여행을 시작되지 않았을테다.
또 만약, 오즈의 기구가 떠오를 때 고양이를 쫓아다니는 토토가 아니었다면 도로시의 여행은 그냥 오즈 덕분에 사막을 건너는 여행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가만보니 여행의 시작과 끝에는 토토가 있었다.
글의 서두에 여행의 단단한 이유에서 시작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또 있다.
여행의 시작은 우연이며, 재미이다.
토토 덕분에 여행은 시작되었고, 여행중에 보여준 토토의 호기심은 그들을 재미난 모험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만약 이 여행에 토토가 없었다면 그들은 행복했을까?
그러니 여행을 떠난 자들은 모름지기 두 손에는 여행을 해야하는 굳센 이유의 지팡이를 잡되 호기심어린 눈으로 여행지의 생경한 풍경과 매력에 푹 빠져보기를 바란다.
도로시는 말한다.
“토토야, 여기가 캔자스가 아니라면, 도대체 우린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토토가 짖는다.
“왈. 왈왈. 왈왈왈왈..” (자, 이제 시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