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찮은 죽음 Mar 10. 2024

자의식의 천국과 지옥을 함께 걷는 이

우리는 그를 친구라고 부른다. 

엄마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의 산문집을 보다가 발견한 문장이란다. 


우정은 서로에게 좋은 대명제를 주은 일. 

돌아가면서 핀 조명을 쏘아주는 일. 

우리는 그렇게 여럿이서 자신의 초상을 만들며 저녁을 보낸다. 


너무 따뜻하지 않니? 


이슬아 작가는 이제는 안 입거나 못 입게 된 헌 옷을 잔뜩 싸들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가는 거야. 

외투를 벗건 옷을 내려놓기도 전에 친구들이 남겨준 큼지막한 딸기를 인상 찌푸리며 먹는 거야. 


"앙" 

단물이 쭉쭉 나오는 데 입가에 핑크빛 딸기물이 드는 거야. 그때 친구가 말하는 거지. 

"누가 그렇게 야하게 먹냐?"

그 말을 들은 이슬아 작가는 이전 보다 더 야하게 마저 먹기를 택하는 거야. 


과연 그 말이 친구를 핀잔주기 위함이었을까? 아니었어. 

'나는 네가 먹는 모습이 참 좋다. 그리고 야하게 먹는 네 모습은 더 좋다. 너는 충분히 그래도 괜찮아. 우리가 함께하는 이 자리에서 언제나 널 그대로 인정해.' 


사춘기에 들어서는 너희는 아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길을 가다가 마주친 누구라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는 않니? 

아니면, 아직은 너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친구가 나를 오해하거나 잘못 판단할까 봐 조심스럽고, 

불편하고, 때로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행동하지 않니? 


나를 판단하고 옥죄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그곳은 온갖 '시선'들로 가득 차 있지.

그 눈들은 대부분 나를 감시하고 있는 거야. 그 안에 있는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점점 작아지는 거야. 게다가 가장 크게 나를 혼내고 있는 눈이 내 눈인 거야. 스스로를 보는 눈 


'나는 한심해. 한심하다 못해 왜 태어났는지조차 모르겠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때, 창문을 깨고 나의 손을 잡고 지옥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가 있지. 

이슬아작가의 말에 의하면 최고의 순간을 같이 겪어주는 멋진 타인 말이야. 

그 사람과 함께 나는 자의식 천국으로 옮겨가는 거야. 내 소유의 천국. 


'내가 좋다.'

'너와 함께 있어서 좋아.'

'울어도 되고 웃어도 되고 춤추고 노래해도 괜찮아.'


그 타인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어떤 모습이든 그 모습은 혼자서 이루어 낼 수 없을 거야.

내 삶에는 늘 타인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 

중요한 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타인의 교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는 것이야. 

그러니 누구도 나를 대신하게 해서는 안돼. 

그리고 그와 함께 무대 위를 누리렴. 


정말 괜찮은 타인이라면 너를 빛나게 해 줄 거야. 

이슬아 작가는 그게 우정이래. 

엄마도 몇 번이고 그 말에 동감해. 


어떤 타인을 만날래?

어떤 타인이 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