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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an 20. 2021

직장에 다니며 글을 쓴다는 건

은밀한 이중생활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온전히 전업 작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극소수의 이야기일 겁니다. 그마저도 글을 써서 얻는 수입보다는 강연, 행사 등을 통한 부수입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죠.


 개인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돈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내게 돈을 지불한다는 건 그만큼 나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직 '글쓰기'에 있어서는 프로가 아닙니다.


 지금은 그 정도의 능력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병행하는 기간을 일종의 '글쓰기'에 대한 트레이닝 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했죠.

 그 언젠가 글을 써서 버는 수익이 현재 근로소득과 같거나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직장을 그만둘 생각입니다. 


물론 직장 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한다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렵고 무릇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더군요.


제게 있어 글쓰기와 병행하는 직장생활은 세 가지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쓰고 싶은 글쓰기 


 글로써 소득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일단은 생활하기 위해 돈을 법니다.

 예술은 배고픈 거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배고파도 예술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계를 위한 글을 쓰게 되면 글을 쓰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거든요(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돈을 받는다는 건 그 돈을 주는 사람의 생각이나 간섭이 개입될 여지가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생계활동은 따로 하고 글을 쓰는 게, 글에 있어서 타자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 봅니다.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지시(?)가 없으니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죠.



둘째, 글의 영감 


 저는 경험주의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모든 경험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생활은 나를 계속 새로운 상황에 노출시켜주죠. 집에만 있는 것보다 나와서 사회생활을 하면 여러 아이디어가 번뜩입니다. 글감을 얻을 수 있고 여러 경험을 통해 영감이 얻어지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영감은 내가 상황이나 환경에 부딪히고 깨지면서 얻어지기 마련입니다. 사회생활하며 만나는 고객, 직장동료, 담당 업무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물론 때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직장에서 깨지는 순간에도 '나중에 글로 써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자동적으로 긍정왕이 됩니다.



셋째, 시간의 구조화


 시간을 계획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근무 시간은 일정하기에, 그 외의 시간을 글 쓰는 시간으로 배정하면 규칙적으로 창작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 경우는 시간이 많다고 글을 더 많이 쓰는 건 아니더군요. 원체 게을러서 되려 시간이 너무 흘러넘치면 운용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그 시간을 온전히 글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제게는 직장에서는 업무에, 직장 외의 일과시간에는 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것 같습니다. 바쁜 중에 시간이 난다고, 일단 없는 시간 쪼개며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해야 아이러니하게도 아웃풋이 더 잘 나오는 것 같구요.






 그 외에도 소소한 장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도피처로 각각을 이용하기도 하죠.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을 때는 글에 풀어내기도 하고, 글쓰기에 스트레스받을 때는 직장에서 풀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아무도 제가 글 쓴다는 걸 모르니 일종의 스릴이 느껴질 때도 있구요.


아마 저처럼 직장 다니면서 글 쓰시는 작가분들이 꽤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이중생활(?)을 해나가는 비결이나 좋은 점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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