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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22. 2021

필명 짓기의 어려움

흔히 있는 '흔희'



 제가 필명을 쓰고 싶은 이유는 익명성과 사적 영역의 분리입니다.

글 쓰는 나와 현실에서 직장 생활하는 나를 분리하고 싶었습니다. 실명을 쓰게 되면 아무래도 실생활과 분리가 안되고 현실의 연장선인 느낌이 있죠. 요즘 유행하는 부캐 만들기처럼, 아무래도 필명을 쓰면 글 쓰는 나로 따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동안 '아델라 Adela'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왔는데요.   

 뭔가 더 의미가 깊고 뜻이 있는 필명을 새로 짓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이름을 짓고 싶은데 뭐라 지어야 할까.. 영어 이름 하나도 못 정해서 이날 이때까지 디즈니 공주의 이름을 돌려쓰고 있는 제게, 뭔가 명명하는 건 정말 어렵더군요. 더더군다나 글 쓰는 내내 불릴 이름이라 생각하니 더 부담이 되어 정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가이드가 필요할 것 같아, 필명을 짓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보았죠.


하나. 삶의 철학이 들어갈 것

 인생의 지표로 삼는 의미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필명을 사람들이 불러줄 뿐 아니라, 스스로도 계속 인지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 평소 신조인 '늘 현재에 존재하며 즐겁고 기쁘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라는 의미가 들어가길 원했습니다. 한자 옥편을 펼쳐가며 그런 뜻의 글자나 단어가 있는지 이리 조합하고 저리 조합해보았죠.


둘. 글, 그림의 이미지 톤과 어울릴 것

 제가 그린 그림과 글의 색깔에 맞는 필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사회초년생 대상으로 쓴 글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주 구독자층이 청년 및 여성이기에, 밸런스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림이나 글의 톤 자체가 친근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톤에 어울리는 필명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여 여러 이름들을 조합해보았지만 쉬이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제게 친구 A는 너무 필명 짓기에만 생각이 매몰되면 오히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아예 잊고 지내보라더군요. 불현듯 좋은 생각이 날 거라면서요.


 그 말에 생각을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힌 순간, 거짓말처럼 훅 다가온 필명이 있었는데요.


'흔희'입니다


이 필명으로 짓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단어 그 자체의 의미 


 기쁠 흔(欣)에 기쁠 희(喜) 한자를 씁니다.

기쁨의 두 개가 더해지니 매우 큰 기쁨, 마음이 즐겁고 기쁘다는 걸 의미하죠. 

 사실 '흔하다'의 부사인 소리 나는 대로의 '흔히'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흔희'라는 단어는 낯선 분들이 계실 텐데요. 흔희작약(참새가 뛰듯 몹시 좋아서 뛰며 기뻐함)이라는 말은 들어본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흔희는 이처럼 비슷한 어감의 '환희'와 유사한 단어입니다. 

 '흔희'라는 단어 그 자체의 의미가 마음에 들고, 사는 동안 즐겁고 기쁘게 살고 싶다는 제 철학에 부합하여 필명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숨은 의미


 흔희를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하면 '흔히'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무언가 많고 자주 일어난다는 의미의 '흔하다'의 부사격이죠. 전 제가 보통의 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도 흔히 듣는 말이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할 만큼 굉장히 평범한 이미지구요. 제가 쓰는 글도 다르지 않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누구나가 겪을 만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하죠. 전 지금까지 살면서 삶에서 대단한 걸 성취한 것도 아닐뿐더러, 그냥 보통의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느낀 생각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구요. 

 이렇듯 제 필명은 주변의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흔한 사람, '흔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신 주변의 흔히 있는 사람으로서, 저의 어떤 흔한 이야기가 독자님들에게 특별함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무튼 그래서!

필명은 흔희로 정했습니다.

낯선 분들이 계실까 봐 당분간은 기존 필명이었던 아델라(Adela)와 같이 씁니다.


필명을 그대로 쭉 두지 않고 바꿔가는 작가들도 많더라구요.. 책마다 다른 필명을 쓰기도 하구요.

저도 생각이 바뀌고 더 좋은 필명이 생기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이 필명에 정을 붙여보려 합니다.


아직은 얼마 되지 않아 새 필명이 낯설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불러주신다면 점점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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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흔희'라는 필명 괜찮은가요~?


혹시 제 글 읽는 분 중 필명 쓰는 작가님이 계시다면.. 필명 어떻게 지으셨는지도 궁금하네요.

많은 의견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시구요~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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