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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Nov 16. 2021

오늘도 한 걸음 죽음에 가까워진다

당연하지만 잊고 사는 사실




 올해 남은 월요일이 열 번 뿐이라는 말을 듣고 괜스레 싱숭생숭했던 어느 오후로 기억합니다. 오랜만에 지인의 소식을 친구를 통해 전해 들었죠.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간간이 소식을 듣던지라 심리적 거리는 꽤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안 그래도 몇 달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라는 말이 마지막이었는데 엊그제 연락이 됐다고 하더군요. 친구를 통해 들은 지인의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가족의 교통사고와 갑작스러운 연인의 죽음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모두 같은 달에 일어난 일이었죠. 


 그 말을 듣고 난 뒤 소름이 돋고 심란하여 한동안 말을 잇기가 힘들었습니다. 멍하니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았구요. 아무리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지만, 아직 창창하게 미래가 밝은 청년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안타까움에 무어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몇 해 전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을 해본 저로서는 결코 남 일 같지가 않더군요. 속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잊고 살거나, 지금은 나와 먼 이야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생각해보면 도처에 죽음은 항상 존재해있습니다. 또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것도 사전 예고 없이 훅 다가오죠. 누구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거나,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늘 마음의 준비 없이 맞는 죽음은 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사람마다 정해진 수명은 모두 다릅니다. 연령이나 건강과 상관관계는 높지만, 꼭 일치하지도 않죠. 단지 나이가 많으니 그리고 병이 있으니 남보다 앞으로의 기대수명이 짧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 결코 실제로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거나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함에도, 한 가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이 시간이 지나면, 내게 남은 기간 내에서 죽음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는 거죠. 그게 언제이든간에 누구든 간에 오늘, 내일, 그리고 모레. 시간이 지날수록 예정된 죽음에 한 발자국씩 다가갑니다.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그런 인지조차 하지 않은 채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심각함에 매몰되어 우울해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때때로 유한한 삶을 살고 있음을 인지하고,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몇 달 전부터 감사일기를 쓰고 있는데, 일기에 항상 들어가는 내용이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함'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눈 뜨니 일어나고, 일어나니 움직이고, 졸리니 자고, 다시 눈 떠서 일어납니다(저도 그랬구요). 그냥 별생각 없이 살다 보면 내게 주어진 '삶'을 당연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인의 비보를 들은 다음날,

여느 때처럼 새벽 공기를 맡으며 출근하는데 왠지 매일 보는 하늘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커피 한 잔과, 북적거리는 거리가 문득 생경하면서도 감사했습니다. 이전에 기상부터 취침까지 기계적으로 움직였던 보통의 하루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니, 새삼스럽게 순간순간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진 고인의 몫까지 열심히, 의미 있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자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느껴졌달까요. '지금 나는 누군가 미처 살지 못하고 떠난 하루에 부끄럽지 않도록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제대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군요.


.

.

.


당신은 어떠신가요?


한 걸음 죽음에 가까워진 오늘 하루, 

잘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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