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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Dec 14. 2021

나이 든다고 다 성숙해질까?

나이와 정신적 성숙도는 정비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직장에서는 상사, 동료, 후배, 외부업체 직원 등과, 각종 모임에서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만난 지인들과 인연을 맺게 되죠. 학교가 아니다 보니, 오히려 동년배보다는 폭넓은 연령대의 사람들과 교류할 때가 많은데요. 그렇게 다면적인 관계를 맺다 보면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 생각은 성숙한 분들을 만날 때도 있고, 윗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행동을 저리 할 수 있을까 싶은 분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직장에서도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이슈가 생겨 단기로 일할 두 분을 급히 채용했습니다. 너무 급한 사안이라 면접 볼 새도 없이 서류만으로 판단하여 채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분은 40대 중반, 다른 한 분은 20대 후반으로 거의 20년에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나는 분들이었죠. 그분들이 담당하게 될 업무는 행정과 상담 파트로 나뉘었습니다. 내심 채용할 때 20대인 분(A)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젊다 보니 서류 작업이나 입력 위주의 행정 업무를, 40대 중반의 분(B)은 경험이나 연륜이 있으실 테니 직접적으로 사람을 상대하거나 소통하는 상담 업무를 배정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웬걸, 현장에서 A, B 두 분을 직접 마주하고는 계획에 와장창 금이 갔습니다. 정확히 처음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였습니다. A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하여 상담 스킬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B의 경우에는 반대로 서류 작업이나 단순 입력에는 능숙했지만, 무언가 상황을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경청하는 태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죠. '성숙도를 단순히 나이로만 판단할 문제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이었습니다.



나이도 어린 게 말이야~!!

 가끔 어르신들이 불리한 상황에서 나이를 방패 삼아 이렇게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20대 때야 그 얘기를 들으면 '맞아. 어리니까..' 위축되며 수긍했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큰 지금은 되려 다시 생각해봅니다. '나이 든다고 다 어른인 걸까. 나이가 많다고 꼭 성숙한 걸까.' 


 저는 각각의 나이대마다 겪은 경험과 사유의 폭이 다르므로, 단순히 한 인간의 나이가 그 사람의 정신적 성숙도를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력이 겹겹이 쌓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성숙도가 과연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직관적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판단해보려, 인생 굴곡 그래프를 그려보았습니다. 




 가로축은 나이, 세로축은 경험도나 사유의 깊이입니다. 세로축 위로 올라갈수록 긍정적 경험과 사유, 아래로 내려갈수록 부정적 경험과 사유를 뜻하죠. 즉, 성숙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두 그래프 모두 같은 가로축 변수임에도(서른다섯의 나이) 인생의 굴곡이나 경험의 차이로 인해 파동이 다릅니다. 무언가 많은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너그러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관용, 사물을 보는 통찰력이 생겼다면 상단의 보라색 그래프처럼 폭이 깊어집니다. 하지만 경험이 미미하고, 그 경험으로 인해 얻은 사유나 통찰력 역시 얕다면 하단의 분홍색 그래프처럼 파동이 작겠죠.


 그리고 각 그래프 선의 양쪽을 두 손으로 잡아 쭈욱 선을 늘려보면, 아래 분홍 선보다 보라색 선이 더 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번 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보냈는지, 밀도 있게 하루하루를 다채롭게 보냈는지에 따른 차이입니다. 매일 변화도 없고 느끼는 바도 없는 날을 평생 보낸 사람과, 많은 경험 속에서 다양한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고뇌하며 무언가를 깨우치거나 배운 사람의 인생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러므로 저는 나이와 정신적 성숙도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성숙도는 그 사람의 나이와 관계없이 그간의 축적된 경험과 그에 따른 생각 깊이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요? 어떤 경험이나 경력이 있느냐보다 그 깊이가 중요할 겁니다. 나이가 들었다 해도 경험이나 경륜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리고 경험은 많더라도 그로 인해 깨닫거나 느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리 양적으로 오랜 인생을 살아냈다 한들 성숙도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살아가며 많은 직간접적 경험과 사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가끔 이 사실이 위로가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거나 힘든 시기를 지날 때인데요.


이 시기가 지나고 또 그만큼의 경험치가 쌓인다면,

그로 인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깊어진다면,

다시 말해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다면,

그래도 좀 더 성숙해지겠구나 생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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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예기치 못한 고난으로 인해 '내게 왜 이런 일이' 혹은 '내 인생만 왜 이렇게 다이내믹하지'하는 자조 섞인 마음이 드는 분이 계시다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 부침이 많았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또 성숙해짐으로써 더 단단해졌을 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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