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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Sep 28. 2021

꼭 스페셜리스트, 전문가가 되어야 하나요?

Feat.프로딴짓러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더 이상 N잡러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것저것 관심 있거나 흥미 영역이 넓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이렇듯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고 더 이상 독특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나나 잘하지'하는 주변 시선과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데 괜찮은 건가..'라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사람보다는 무언가 한 분야에서 권위 있는 사람, 즉 전문가를 더 인정해주는 사회적 인식이 더욱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는 경향이 있죠.


 저 역시 예전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환상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전문직이라고 일컫는 직업은 소위 사짜 직업인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이 있죠. 하나의 분야에 정통하며 공부 기간도 길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직업을 의미합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물론 전문직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무언가 한 가지에 정통한 사람에게 느껴지는 존경심과 아우라 때문이었습니다. 넓고 얕게 아는 사람은 가벼워 보이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어떤 분야의 정통가 즉 권위자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죠.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그랬던 제가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 이유는, 심플하게 무언가를 깊이 있게 파고들만한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잘 못하는 편입니다. 태생적으로 끈기가 없기도 하고, 싫증을 잘 내는 편이라 하나의 일을 길게 지속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취미생활도 사실 오래 지속하는 게 잘 없습니다. 조금 하다가 싫증 나면 금세 포기하고 다른 데 눈 돌리죠. 전문가가 되려면 무언가에 끈질기게 파고들고, 연구하려는 집념이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 정도까지 이르는 끈기가 부족했습니다.


 글쓰기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사실 하루에 집중 총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연속해서 두세 시간만 써도 몸이 배배 꼬이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매일 쓰는 거야 큰 문제가 없는데 지속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은 편이죠. 그래서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접고, 지금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만 해도 무료했을 것이고, 반대로 하루 종일 글쓰기만 해도 지겨웠을 거거든요. 일상생활 사이사이 시간에 글 쓰는 지금 이 체제가 저와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주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글의 카테고리를 보면, [일(직업) / 투자 / 인생 / 사랑] 등 여러 방면으로 다각화되어 있습니다. 어느 한 주제만 깊이 있게 파고드는 건 아니죠. 출판사에서는 보통 하나의 테마로 카테고리를 잡고 기획출판을 해보라며 권고하곤 합니다. 무언가 특정한 주제를 잡아서 그에 따른 목차를 짜고 글을 쓰기 원하는 건데요. 그런 피드백을 종종 받다 보면 내가 너무 중구난방으로 글을 쓰는 건가.. 한 가지의 특정 주제만 다뤄서 깊게 가야 되는 건가 고민되기도 했습니다.



 고민이 깊어질 즈음, '폴리매스'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책 '리매스'는 소위 말하는 다재다능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박학다식하여 여러 주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알고 있으며,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적어도 세 가지 일을 출중하게 해내는 사람이죠. 우리가 흔히 아는 미켈란젤로는 화가이자 조각가, 건축가, 시인이었으며, 괴테도 작가이자 변호사, 생물학자, 시인으로 한 분야에만 정통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 능통했습니다. 저자는 이렇듯 한 가지에만 깊은 학식을 가진 전문가형 인재가 아닌, 다방면에 능통하고 정통한 폴리매스의 중요성을 주창합니다. 


 폴리매스가 필요한 이유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때를 대비하여 다양한 분야를 서로 연결하는 통합적 사고가 가능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지금의 변화무쌍한 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대안형이 될 것이라고 하구요. 물론 여전히 전문직이 존경과 각광받는 시대이지만, 점차 미래는 복잡다변해지므로 하나만 잘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사실 폴리매스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인재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인재로서, 저처럼 여러 분야에 단순히 관심이 있고 얕게 아는 잡학다식형과는 살짝 거리가 있기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만이 정답이 아니라, 무언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을 인정해준다는 자체로 작은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뭐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 이것저것 깔짝 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 일종의 무언가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서 지켜봐주는 느낌이랄까요.






 꼭 한 가지만 깊숙이 파고들어 잘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여러 가지의 일에 관심 갖고 이것저것 해보려는 시도를 스스로 폄하하거나 자책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한 가지 관심 있는 분야에 정착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융합해서 예상치 못한 전혀 새로운 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 개로 펼쳐놓았던 점들이 이어지거나, 그 점들끼리 융합해서 무언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지점이 있을 수 있거든요. 좁고 깊게 아는 건 아니지만, 넓고 얕게 알더라도 그로 인해 이룰 수 있는 시너지가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쓰는 글 역시도 이렇게 폭넓은 주제에 관해서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하나로 모아지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구요. 일종의 Top-down이 아닌 Bottom-up 방식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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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본업 외에 여기저기 관심 가는 게 많아 기웃대는 딴짓러분들이 계시다면.. 

분명 언젠가 의미 없다고 생각한 일들이 모여 빛을 발할 날이 올 테니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딴짓을 멈추지 마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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