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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Sep 21. 2021

익숙함과 낯섦, 그 경계에 관하여

라디오 속 내 목소리



 제 목소리에 자신 있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보통의 평범한 목소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마저도 와장창 깨지는 계기가 있었죠. 얼마 전 우연히 라디오 음성 출연을 하게 되었는데, 녹음된 파일을 들어보고 기겁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알던 내 목소리가 아니었거든요. 평소에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매체를 통해 이렇게 들어보니 뭔가 더 이상하게 오글거리고 내 목소리가 아닌 느낌이 들었습니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굉장히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나만 그런 건지 알아보니 구체적인 이유가 있더군요. '녹음된 목소리'와 '직접 듣는 내 목소리'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녹음된 소리를 들을 때는 소리가 공기를 통해 귀로 전달되고, 직접 내 목소리를 들을 때는 소리 중 일부만이 내 귀로 들어오고 나머지 대부분은 직접 두개골로 전달됩니다. 내외부 동시에서 소리가 전도되기에 녹음된 목소리와 차이가 발생하는 거죠.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녹음기로 흘러나오면 부조화로 당혹감에 빠지게 되어 객관적으로 나쁜 음성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목소리가 아닌 녹음된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걸 알게 되자, 그때부터 목소리에 자신감이 급격히 없어졌습니다. 남들이 알고 있는 이상하고 오글거리는 내 목소리가 꽤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보이스 코칭을 받게 되었죠. 내가 들었을 때 너무 이상한 목소리가 실제로도 그런지 전문가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테스트 결과를 분석한 보이스 코치의 말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목소리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요~? 오히려 여성 분치고 저음의 목소리라 매력적으로 들리구요. 저음의 음성은 무게감이 있어 신뢰감 있는 음성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나에게만 익숙지 않고 낯설게 느껴질 뿐이지,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는 일반적인 보이스 톤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녹음된 내 목소리가 너무 낯설게 느껴지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자, 코치는 '녹음된 내 음성을 여러 번 들어보기'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자주 듣다 보면 익숙해질 거고, 점차 본인과 동일시될 수 있을 거라면서요.


 그 솔루션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목소리를 녹음해보고 듣기를 반복해오고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이상하던 목소리가 신기하게도 듣다 보니 좀 익숙해지더군요. 접해보질 않아 어색해서 그렇지 계속 들어 버릇하면 내 목소리도 괜찮아집니다. 귀에 (원래 아는) 내 목소리가 익숙한 이유는 말하면서 그 소리를 자꾸 듣기 때문이죠. 만약 내가 녹음된 목소리 즉, 남들이 아는 내 목소리를 계속 들었다면 반대로 그 소리가 더 익숙했을 겁니다.






 무언가에 익숙지 않다는 건 '아직' 낯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언제까지고 낯섦으로만 남을까요? 생각해보니 나를 둘러싼 모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처음엔 낯설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이 힘들지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일상이 되어 익숙해졌죠. 첫 출근에 낯설었던 직장 주변 골목길도 며칠 다니면 점점 익숙해지듯이, 낯설고 설레었던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당연함으로 바뀌듯이, 낯섦은 금세 잊히고 대신 그 자리에는 익숙함이 남습니다. 익숙함을 바꿔 말하면 편안함이고, 낯섦을 다시 말하면 불편함입니다.


 우리는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어서 늘 가던 길만 가고 하던 말만 하는 습관이 있죠. 평소 편한 환경에 익숙하다 보니, 내가 익숙지 않은 상황이나 환경에 맞닥뜨리게 되면 나도 모르게 일단 거부반응이 일어납니다. 왠지 이상하고 어색한 것 같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거 같구요.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워합니다. 불편함을 이겨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꽤 많이 들거든요. 하지만 그 불편함 역시 몇 번 반복하고 노출시키다 보면 금세 편안해집니다. 처음 녹음기에서 듣는 내 목소리가 그랬듯, 다른 모든 일들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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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루고는 싶지만 여전히 불편한 것이 있으신가요? 

계속 불편함에 피하지만 마시고, 여러 번 습관 들여 반복해보는 건 어떨까요?

 

낯선 환경에 노출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질 겁니다. 

불편하다고 해서 낯설다고 해서 익숙지 않다고 해서 피하기만 하면 이룰 수 있는 일은 한정적입니다.

불편함은 계속 반복해야 편해집니다. 계속 접해야 익숙해지구요.



그런 의미에서 녹음된 제 목소리를 한 번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언젠가는 거부감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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