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양희은 에세이
우연히 TV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에서 가수 양희은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든지 당당한 태도로 핵심을 찌르고 명확하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멋졌습니다. 방송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가수 유희열에게 '너도 결손가정 출신이라며? 나도 그랬어'라고 본인의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오픈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농담 삼아 '결손가정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다 본인의 자존감이 높고 당당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숨기려고만 하거든요. 누가 알까 봐 두려워서 얘기하기를 꺼려하고, 어찌하다가 그 얘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죠.
그런데 그녀는 누군가가 본인의 약점을 무기 삼아 겁박하거나 놀리면 '그래서 어쩔래!!'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맞받아칩니다. 움츠려들 거라 지레짐작했던 상대는 그 당당한 태도에 되려 당황하고 뻘쭘해하며 머리를 긁적이게 되구요. 누군가 뒤에 숨어서 이러쿵 저러쿵 쑥덕될 때도 '그러라 그래'하며 대범하게 넘길 줄 아는 여유, 오랜 기간 축적된 그녀만의 강건한 삶의 태도가 진실로 멋지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방송을 보고 나니 그녀의 인생 스토리와 삶의 철학이 더 궁금해져서, 최근 출간한 에세이까지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에세이 책 제목이기도 하면서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 깊던 말은 '그러라 그래'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그래.' 그 뒤에 붙는 숨은 말의 의미는 'I don't care(상관없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죠. 크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의견에 얽매이지 않는 마법의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맘에 안 들어?
그러라 그래 (I don't care)
맘에 들어?
그러라 그래 (I don't care)
'그러라 그래'라는 말은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초월적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랬을 때 좀 더 자연스러운 본연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구요. 누군가의 기대치를 100% 맞추려고 하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자신의 색깔 또한 흐려지구요.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방 안에서 나 혼자 굉장히 독특한 티셔츠를 입고 있을 때 방안에 있는 모두가 내 옷차림을 신경 쓸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작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는 심리학 실험 결과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렇듯 남들은 본인 일에 신경 쓰느라 타인에 큰 관심이 없지만, 공연히 나 혼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서 벌벌 떠는 거죠. 대범한 사람은 그러든 말든 나의 길을 갑니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스스로의 길을 가는 거죠.
저 역시도 다른 사람의 평가나 평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어차피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모두가 100% 좋아할 순 없고, 누군가는 불편해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여러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애쓴다는 건 그 누구의 기대도 온전히 충족시킬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작품이란 있을 수 없구요. 하지만 다수의 보통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소수의 끈끈한 내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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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하든 나는 내 갈길 가련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러라 그래!'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당당한 삶의 태도는 인생을 긍정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내 인생에 스스로 떳떳한 사람에게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혹시 나도 모르게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자꾸만 숨게 된다면,
가슴을 펴고 의식적으로 크게 외쳐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