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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Sep 14. 2021

그러라 그래

Feat. 양희은 에세이



 우연히 TV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에서 가수 양희은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든지 당당한 태도로 핵심을 찌르고 명확하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멋졌습니다. 방송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가수 유희열에게 '너도 결손가정 출신이라며? 나도 그랬어'라고 본인의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오픈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농담 삼아 '결손가정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다 본인의 자존감이 높고 당당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숨기려고만 하거든요. 누가 알까 봐 두려워서 얘기하기를 꺼려하고, 어찌하다가 그 얘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죠.


 그런데 그녀는 누군가가 본인의 약점을 무기 삼아 겁박하거나 놀리면 '그래서 어쩔래!!'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맞받아칩니다. 움츠려들 거라 지레짐작했던 상대는 그 당당한 태도에 되려 당황하고 뻘쭘해하며 머리를 긁적이게 되구요. 누군가 뒤에 숨어서 이러쿵 저러쿵 쑥덕될 때도 '그러라 그래'하며 대범하게 넘길 줄 아는 여유, 오랜 기간 축적된 그녀만의 강건한 삶의 태도가 진실로 멋지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방송을 보고 나니 그녀의 인생 스토리와 삶의 철학이 더 궁금해져서, 최근 출간한 에세이까지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에세이 책 제목이기도 하면서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 깊던 말은 '그러라 그래'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그래.' 그 뒤에 붙는 숨은 말의 의미는 'I don't care(상관없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상관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죠. 크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의견에 얽매이지 않는 마법의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맘에 안 들어?

그러라 그래 (I don't care)


맘에 들어?

그러라 그래 (I don't care)



 '그러라 그래'라는 말은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초월적 태도를 의미합니다. 그랬을 때 좀 더 자연스러운 본연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구요. 누군가의 기대치를 100% 맞추려고 하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자신의 색깔 또한 흐려지구요.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방 안에서 나 혼자 굉장히 독특한 티셔츠를 입고 있을 때 방안에 있는 모두가 내 옷차림을 신경 쓸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작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는 심리학 실험 결과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렇듯 남들은 본인 일에 신경 쓰느라 타인에 큰 관심이 없지만, 공연히 나 혼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서 벌벌 떠는 거죠. 대범한 사람은 그러든 말든 나의 길을 갑니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스스로의 길을 가는 거죠.


 저 역시도 다른 사람의 평가나 평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어차피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모두가 100% 좋아할 순 없고, 누군가는 불편해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여러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애쓴다는 건 그 누구의 기대도 온전히 충족시킬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작품이란 있을 수 없구요. 하지만 다수의 보통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소수의 끈끈한 내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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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하든 나는 내 갈길 가련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러라 그래!'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당당한 삶의 태도는 인생을 긍정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내 인생에 스스로 떳떳한 사람에게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혹시 나도 모르게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자꾸만 숨게 된다면, 

가슴을 펴고 의식적으로 크게 외쳐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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