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글 쓰는 이유
네가 글을 쓴다고~?
저는 '흔희'라는 필명으로 글 쓰고 있습니다.
일종의 부캐처럼 활동하고 있는데요. 실명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 글 쓴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현재 가족들과 정말 가까운 친구 외에 제가 글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숨긴 건 아니었습니다만, 언젠가부터 굳이 글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취미로 글을 쓰고 있다는 말에, 예전에 지인이 했던 말이 잊히질 않습니다.
푸훕, 네가 글을 쓴다고~? 좀 안 어울린다.
그는 장난으로 던진 말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런 말을 했는지 조차 기억 못 할지도 모르구요. 하지만 그 말 한마디는 꽤 크게 뇌리에 남아, 한 동안 무력감에 시달렸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거나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에게 어울릴 법한데, 괜히 능력도 자격도 안되면서 깝죽대는 건 아닐지 스스로를 폄하하게 되더군요.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글쓰기는 무리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어, 한 동안 쓰지 못했습니다.
물론 글 쓴다고 했을 때 늘 부정적인 피드백만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죠. 하지만 아무리 많은 칭찬을 들어도, 한 두건의 부정적 의견은 찬물을 끼얹기 충분합니다.
또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피드백과 달리, 지인이 하는 말은 와닿는 강도가 더 세기 마련이구요. 상대는 별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에 위축되어 펜을 놓아버릴 가능성도 높죠. 스스로 조차도 확신이 적고 아직 숙련이 덜 되어 부족하다 느끼는 상황이라면 데미지는 더 큽니다. 이 단계에서는 사실 꿈과 용기만 얻어도 모자랄 판에 온갖 현실적인 얘기와 신랄한 비판을 듣는다면 지속해나갈 동력을 얻기가 힘이 들죠.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짙어지고,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하구요.
목표로 올라가는 과정에는 수많은 암초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무르익기 전까지는 아무리 스스로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무장되어 있더라도 주변 피드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구요. 그들은 걱정해준답시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활활 타던 의욕을 꺾어버리거나 자신감을 낮추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정말 가까운 사람 외에는 내 꿈에 대해 일찍 오픈하는 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앞서서, 누군가로부터 듣는 부정적인 피드백에 의욕을 상실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 외에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글 쓰는 이유에는, 저의 내밀한 이야기를 공개하기 부끄러워서이기도 합니다. 사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쓸 때야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데, 저를 아는 사람이 제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왠지 발가벗은 몸을 드러내는 느낌이 든달까요.
또 주로 에세이를 쓰다 보니,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많은데요. 지인이 이 글을 본다고 생각하면 솔직한 마음을 숨기거나 지나치게 자기검열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변에 알리지 않고 글 쓰고 있는데요.
아마 이런저런 생각조차 들지 않아질 때 즈음, 주변에 서서히 알리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글로써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거나 어떤 성취를 이룬다면 자연스럽게 오픈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영원히 부캐로 남아 공개 안 할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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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작가님이 계시다면, 주변에 글 쓴다고 알리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