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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l 25. 2022

직장에서는 가면을 씁니다

Feat. 페르소나



 저는 내향적인 편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야 하는 북적거리는 환경을 피곤해합니다. 모임에서는 나서는 게 싫어서 뒤로 빠져있을 때가 많고요. 하지만 이러한 성향이, 조직생활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상사는 살갑고 비위를 잘 맞추는 부하직원을 선호했고, 팀원들 역시 둥글둥글하고 유쾌한 성격의 동료를 원했습니다. 고객사 미팅이나 PT 하는 자리에서는 사람들 앞에 자신감 있게 나서야 했고요. 어딜 가든 '모나지 않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유지해야 직장생활이 편하다는 것을 체득했기에 본능적으로, 습관적으로 상대나 주변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해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수록, 내 고유의 색깔은 지우고 주변 환경에 맞추어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것에 익숙해졌고요. 조직을 옮기거나 상사가 바뀔 때마다 그에 맞추어 발 빠르게 적응하려 노력했지요. 


 원래 제 모습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가면을 쓰고 '그런 척' 해내려 애썼습니다. 본성을 숨기고 상황에 적합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에 익숙해졌지요. 일종의 '페르소나'를 장착한 겁니다. 

 페르소나는 광대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심리학에서 '진정한 자신과 달리,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쉽게 말해서, 사회에서 요구되는 의무에 따라서 자기 본성에 덧씌우는 사회적 인격을 말하는 것이죠.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내 본연의 모습을 숨겨야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연기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요. 상황에 적합한 페르소나를 통해서 주변 세계와 원만하게 관계를 맺으며 사회생활을 해나갑니다.


 직장 내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어 본 적이 있기에, 사람과 부딪힐 때 얼마나 직장생활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일은 노력하면 어찌어찌 해결되지만, 인간관계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조직마다 문화에 차이가 있기에,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면 -이를테면 정형화된 조직문화에서 지나치게 튀는 모습을 드러낸다던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곳에서 색깔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던지- 조직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내 마음이 편하려면 나를 지우고, 조직과 상사, 주변 동료에게 맞추는 편이 더 편했습니다. 일종의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어딜 가든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죠.


 직장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서 맺은 인간관계에서도 페르소나는 발동되곤 했습니다. 그리 관심 없는 화젯거리가 아님에도 최선을 다해 리액션하려 노력할 때도 있었습니다. 타인이 좋아할 만한 '페르소나'를 장착하는 게 습관이 되었지요.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아마 만들어진 제 모습에 더 익숙할 겁니다. 진짜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북적거리는 것을 싫어하며, 앞에 서는 것을 꺼리지만,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부대끼는 환경에 들어가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하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게 습관이 되었고요.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가면은 계속 쓰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다만 원래의 내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사실 가끔은 여러 페르소나에 짓눌려, 내 진짜 모습이 흐릿해질 때도 있거든요. 괜찮다고 말했지만, 진짜 괜찮은 건지 괜찮지 않은 건지 스스로도 구분 짓기 모호해질 때도 있고요. 만들어진 모습과 실제 내 모습과의 괴리가 점점 벌어지려 할 때면, 간극 조절을 하려 애쓰기도 합니다. 잠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며,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지요. 시간이 흐르며 밸런스를 조절하는 스킬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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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님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사회생활할 때의 모습과 평소의 모습이 동일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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