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기르기(2)
창의성 기르는 법에 대한 두 번째 글입니다.
이전에 애덤 그랜트 작가의 '오리지널스'라는 책을 인용하여 '미루기'가 창의성에 효과적인 이유와 사례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이전화 '미루기가 창의성에 도움된다고요?' 참조). 이 외에 책을 읽으며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내용은 '나이와 독창성이 꼭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특히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늦은 나이에 절정기를 맞은 노련한 거장이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데요.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창의적 인물을 개념적 혁신가와 실험적 혁신가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개념적 혁신가'의 경우에는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 개념을 실행하는데 착수하는 사람들이며, '실험적 혁신가'는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진화하는 유형인데요. 신선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계획을 세우는 개념적 혁신가와 달리 실험적 혁신가들은 일을 진행시켜 나가면서 해결책을 찾는 유형이지요. 일찍 절정기를 맞는 전자와 다르게, 후자는 대기만성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독창성이 결여되어가는 개념적 혁신가와 달리, 실험적 혁신가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축적합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과 지식은 세월이 흐를수록 혁신의 원천이 되고요. 실험적 혁신가들은 주위 사람들의 피드백과 축적된 자료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배웁니다. 자신의 상상력에 갇히지 않고 세상을 내다봄으로써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거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실험적 접근 방식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술가인데요. 그는 마흔여섯에 '최후의 만찬'을 완성했고, 50대 초반에 이르러 모나리자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요. 그의 절정기는 40대 이후였습니다. 프로스트는 세상을 탐험하며 창작에 활용할 재료를 모았고, 사람들 대화에 귀를 기울여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실험적 접근 방식은 나이가 들고 전문성이 축적되었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참을성 있게 경험하며 기다리는 과정에서 참신하고 쓸만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게 되는 거죠. 이 방법은 평범한 사람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이 없더라도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는 것만으로 창의성을 오래도록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꾸준히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끊임없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독창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습니다.
저는 '경험적 혁신가'와 '실험적 혁신가' 중 후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번뜩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르는 편도 아니고요. 그나마 지금까지 일을 해오거나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치'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하는 일이었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을 겁니다. 실제로 일을 처음 시작했던 사회초년생 때도 그렇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처음에는 부족했던 능력치도 꾸준히 하다 보니 아주 조금씩 향상되더군요. 일도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다 보니 점차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었고, 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 효과가 있는 이유는, 투입되는 양적인 시간이 곧 노력의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데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굳이 한 가지를 고르자면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능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특출나도 지속하지 않으면 결국 서서히 강점이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재능은 좀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연마하면 미세하게라도 능력치가 늘기 마련이고요. 말콤 글래드웰이 책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듯,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데 질적인 경험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양의 축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창의성이 없어 고민이신가요?
도통 그 방면에는 재능이 없다고 좌절하지 마시고, 한 번 꾸준히 진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