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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Sep 27. 2022

일을 떠넘기는 동료 대처법

feat. 업무 분장



 조직에서 개인별로 업무 분장을 하지만, 간혹 애매한 업무분장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일단 떨어진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 일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누가 봐도 내 일이 아님에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죠. 이전에는 사실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어차피 할 일 군소리 없이 해내고는 했었죠. 하지만 그러다 보니 그런 애매모호 비슷한 일이 생길 때면 제게 먼저 떨어지곤 하더군요. 상사 입장에서도 고분고분하고, 그럭저럭 맡겨진 일을 잘 해내는 사람에게 일을 주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기존 업무 분장에 없던 일이니 나중에 성과 평가할 때도 그 일의 실적은 영향을 미치지 않곤 했습니다. 결국은 품은 품대로 들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일만 했던 셈이지요.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업무가 떨어졌고, 아직 누가 맡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업무 분장으로만 보면 동료 A의 일이었으나, 제가 이전 히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함께 참조로 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발 빠른 A가 먼저 선수를 쳤죠. 윗 선임에게 이야기해서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제가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미리 해둔 듯했습니다. 하루 휴가를 다녀온 사이 업무는 제게 배정이 되어 있었고, 선임은 어차피 잘 알고 있는 업무이니 백데이터 작업만 해줄 수 있지 않느냐며 은근슬쩍 떠넘기려 했습니다. 사실 업무분장으로 보면 A 업무가 명확했으며, 품이 많이 드는 백데이터 작업이 전부였던 그 일은, 작업한 이후에 A의 이름으로 보고가 될 게 뻔한 일이었고요. 




 너무 순식간에 넘어온 일이라 일단 자리로 돌아와서 상황을 되짚어봤습니다. 그 사이에 발 빠르게 A가 보낸 이메일에는 본인 대신 처리해야 할 작업이 나열되어 있었죠. 그리고 결재 문서는 자신이 올릴 예정으로, 작업된 문서만 전달해주면 된다는 그 말에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미 A에게 업무 분장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기에, 잘 모른다는 말은 납득이 되지 않았고(잘 모르면 물어서라도 해야죠), 그에 동조한 선임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지금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도 이러한 애매한 일이 넘어올게 뻔했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선임에게 미팅 요청을 했습니다. '업무분장이 A에게 되어 있는데, 작업을 제가 하고, 보고는 A가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약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업무분장이 다시 되어야 할 것 같으며, 그게 아니라면 이 일은 A가 진행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만약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A가 협조를 구하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 이렇게 말이죠. 


 선임은 찬찬히 이야기를 듣더니 본인은 단순히 생각했는데, 앞으로를 생각하면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제 말에 동의한다고 했고, A와 다시 논의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미팅 결과 그 업무는 A가 하기로 결론이 낫지요. 사실 이전이었다면 그런 것 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겁니다. 떨어지는 일은 응당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보통 그런 일이 벌어져도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고,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그렇게까지 열심히 무리해봤자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훗날 기존 업무에 추가 업무까지 얹어져서 더 부담이 되곤 했습니다.



 이렇듯 조직 생활하다 보면,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동료를 만나곤 합니다. 본인이 해야 하는 일임에도 교묘하게 미루는 거죠. 누가 봐도 귀찮고 생색나지 않는 일은 미루고, 확실히 성과 챙길 수 있는 일은 본인이 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기껏 밤새워 만든 보고서를 -아무 작업도 하지 않아 놓고- 본인의 이름으로 제출한 선임을 겪어본 적도 있습니다. 사실 같은 직급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말하기가 좀 낫지만, 상급자이거나 선임인 경우에는 말하기 조심스러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얹어지는 일을 하게 되곤 합니다. 사회초년생 때야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보니 머리를 굴리게 됩니다. 지금처럼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떻게든 조율을 통해 넘겨받지 않는 게 베스트지만(한 번 해주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내 일이 됩니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았다면 아래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1. 넘겨받은 일은 최대한 늦게 하기 

 간혹 마음이 약해서 부탁받고 넘겨받은 일을 먼저 해주려는 분들을 봅니다. 하지만, 직속 상사가 지시한 게 아니라 누가 봐도 떠넘긴 일의 경우에는 굳이 먼저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은 내게 주어진 업무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넘겨받은 일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데드라인에 맞춰서 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그 사이 기다리다 지쳐 본인들이 먼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최선을 다하지 않기

 이건 일의 성격이나 경중을 따져보는 게 필요한데요. 따져봐서 아무리 해도 내게 득 될 게 없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괜히 내 업무도 아닌데 너무 잘하지 말고(그럴수록 다음에 또 내게 부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100이라면 70-80 정도로만 하는 거죠. 어차피 내 이름으로 올라갈 일이 아니기에 에너지를 다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 일이 내게 득이 되는 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인정받는 게 언젠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면 열심히 하는 게 좋죠.


3. 티 나게 일하기

 만약 직속 상사가 아니라 타 부서 상사나 선임, 동료라면 일부러 내 직속 상사가 있을 때 업무 처리합니다. 하긴 하되, 상사에게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알리는 겁니다. 내가 이 업무를 하고 있다는 걸 티 내는 거죠. 눈치 빠른 상사라면 '왜 네가 이 업무를 하고 있어.'라며 대신 곤란한 교통정리를 해줄지 모릅니다. 만약 상사가 눈치를 못 채는 것 같다면, 직속 상사가 곁에 있을 때 관련 통화를 크게 하거나, 일을 줄 당사자에게 드러내서 질문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4. 귀찮을 정도로 질문하기

 사실 귀찮아서 떠넘긴 일이면, 더 귀찮게 해 줌으로써 일을 시킨 걸 후회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사건건 다 물어보는 거죠. 문서 템플릿부터, 레이아웃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등 사소하고도 사소한 걸 계속 물어보세요. 본인이 켕기는 일이라서 뭐라 차마 말은 못 하고 대꾸는 하지만, 아마 속으로는 '괜히 시켰네.'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사실 이상적으로 생각해보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조직에서, 네 일 내 일 따지지 않고 서로 돕는 것'이 맞는 건데(저도 이전엔 그렇게 생각했고요),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본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력이 됨에도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사람, 넘긴 것에서 더 나아가 본인의 성과와 공으로 가로채는 사람 등 얼굴 두꺼운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넘기는 사람만 넘기는 것처럼, 미루는 일을 넘겨받는 사람만, 계속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의 특징이 마음 약해서 거절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므로! 

 미루는 동료 때문에 괴로운 분이 있다면, 영리하게 할 말은 했으면 좋겠습니다.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여우처럼 굴며 제 잇속은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챙겨야 할 당연한 권리임에도 거절했다는 사실에 너무 죄책감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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