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직장생활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말입니다. 사회생활을 십 년 이상 하다 보면 직장에서 조심해야 할 사람과 아닌 사람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됩니다. 신입 때는 멋모르고 위로해준답시고 다가오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가 뒤통수 맞은 적이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알고 나니, 이제는 호의로 접근하는지, 떠보려고 다가오는지 조금은 분간이 됩니다. 얼마 전에도 인사이동 이후에 전부서 선임이 다가와서 '발령 난 팀은 마음에 들어?'라고 물었습니다. 이전이었다면 속마음 그대로 털어놓았을 겁니다. 개인적인 걱정과 애로사항을 듬뿍 담아 표현했겠지만, 이제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죠. 힘든 점이 없느냐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거르지 않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에둘러 표현하며 포장하는 스킬도 길러졌고요.
어디든 처음 적응하는 게 힘드니까요~ 그래도 개인이 무슨 힘이 있나요.
조직에서 보내지는 데로 가야죠 뭐.
이 정도면 너무 방어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에둘러서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신입 때는 특히 말조심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전에 사회초년생 시절, 옆 팀 팀장님과 탕비실에 마주쳤을 때 일입니다. 그가 일은 할만하느냐고, 지금 상사는 잘해주느냐고 물었습니다.
마침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있던 차였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곧이곧대로 말을 했었죠. 일이 힘들고 이러저러한 어려움이 있다고요. 옆팀 팀장님은 굉장히 잘 들어주며, 나름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당시에는 역시 털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 일이 있고 오래지 않아, 직속 상사가 따로 호출했습니다. 얘기가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그렇게 타 팀 팀장님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면 자기 입장이 뭐가 되느냐며 나무라시더군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힘든 점을 말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른 팀의 팀장님을 붙잡고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털어놓은 생각 없는 직원이 되어 있었죠. 그때 데어서 한동안은 입을 꾹 다무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말을 아꼈더니 오히려 친화력 없는 직원으로 평판이 나더군요. 그 이후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쌓인 지금은, 이렇게 대처하여 행동합니다.
1. 털어놓아도 될 만한 사람인지 본다
일단 말을 듣는 상대가 누구인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평판이 입 가벼운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의 험담을 내게 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경계하는 게 좋습니다. 남 이야기를 내게 했듯 내 이야기도 어디서 어떻게 옮길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내 판단이 틀릴지도 모르므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서 사람 보는 눈이 좀 있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2. 내용의 경중을 파악하여 처신한다
날씨, 가십거리 등 피상적인 이야기는 당연히 뭐든 해도 좋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칭찬도 마찬가지고요. 조심해야 할 내용은 민감한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나 동료에 대한 험담입니다. 특히 험담은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거나 '아, 그런가요?' 정도로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3. 할지 말지 고민되는 이야기라면 안 하는 게 낫다
직감적으로 말 꺼내기 망설여지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망설여지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차라리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말하고 나면 '이 말은 안 할걸 그랬나' 내내 찜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뱉을 때 신중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평소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게 낫다는 주의이지만, 말에 있어서는 할지 말지 고민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말보다, 해서 후회되는 말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직장에는 영원한 내 편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초반에 내편이라 단정 짓지 않고, 섣불리 마음을 터놓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연차가 늘어도 의도적인 호의인지, 목적이 있는 호의인지 분간하기 어렵기도 하구요.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듯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고, 정말 말은 급속도로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때로는 의도와 다르게 말이 와전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지요. 특히 떠보는 사람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이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누군가를 험담하는 자리에 끼지 않으려 하지만(때로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것만으로 휘말리기도 하고요), 그 자리를 피하자니 되려 이상한 소문에 입방아 오르는 경우가 있어서, 이제는 적당히 눈치껏 참여하고 생각해서 말을 내뱉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만약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아야 한다면, 안전한 공간에서 주위를 살피고 하기를 추천합니다. 보통 탕비실이나 화장실에서 그런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요. 얘기한다면 내부에 아무도 없는지 꼭 확인하고 말을 나누는 게 좋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 카톡으로 험담을 그 당사자에게 잘못 보냈다는 지인의 오싹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칭찬의 경우에는 오히려 크게 장소나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음껏 해도 좋습니다. 건너 건너 제 3자의 입을 통해 칭찬했다는 사실을 들으면 더 기분 좋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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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말 때문에 직장에서 괴로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