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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Oct 24. 2023

퇴사 통보는 누구에게 먼저 해야 할까?

보고 프로세스의 중요성

    



 조직 특성이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퇴사 통보할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말해야 할까요?


1. 동료

2. 직속사수

3. 인사팀 담당자

4. 결재라인의 1차 결재권자 (직속상사 등)

5. 결재라인의 최종 결재권자 (대표님 등)


 이번 포스팅으로 퇴사 통보 프로세스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글쎄, 대표님한테 곧장 가서 얘기했더라니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찌개에 집중하며 밥을 먹고 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테이블 간격이 좁은 식당이어서 의도치 않게 남의 회사 사정을 건너 듣게 되었지요. 왁자지껄한 그룹의 구성은 어느 회사의 동료들로 추정되었습니다. 사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회사가 달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모양새로 흘러가는 지라, 몇 마디 이어진 말로 어떤 상황인지 금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입방아에 오른 건 다름 아닌 어느 신입 사원의 호기로운 태도였습니다. 직속사수와 팀장을 모두 건너뛰고 바로 대표에게 가서 조직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는 것이었죠. 그의 사수로 추정되는 이는 분통을 터뜨리며 어떻게 자기한테 미리 한마디 말이 없을 수 있었느냐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테이블에 있는 직속사수의 동료들 역시 다들 어떻게 사수를 무시할 수 있느냐며 어이없어했죠. 


 그 이야기를 듣노라니 문득, 예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옆 팀의 막내였던 A가 퇴사하며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옆 팀은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팀이었습니다. 특히 A는 직속 선임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요. 사람 좋다고 소문난 선임답게, 선임은 매사에 A를 끔찍이 잘 챙겨주었고, A 역시 그를 잘 따랐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A가 직속선임과 팀장님에게 말 한마디 없이 본부장님을 찾아가 퇴사 통보를 했다고 했습니다. 회사 내부는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본부장님은 팀장님을 소환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영문을 모르고 있던 팀장님에게 팀원 관리의 책임을 추궁하셨지요. 팀장님은 다시 직속 선임을 소환해서 물었습니다. 직속 선임 역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A가 본인을 건너뛰고 바로 퇴사 통보를 했다는 사실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에 휩싸여 한동안 괴로워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윗사람이 알기 전에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허탈해했지요.  






 사회생활을 십 년 이상 해오면서 '보고 프로세스'가 참 중요하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흔히 업무상 '보고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결재 외의 문제에 있어서 프로세스를 간과하거나 중요시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적인 부분 외에도, 아니 어쩌면 외적인 부분에서 보고 프로세스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어찌 보면 사소하기에 놓치기 쉬운 것이라 볼 수 있죠. 

 가장 대표적으로 퇴사나 휴직을 들 수 있습니다. 앞선 A의 사례처럼 잘 몰라서, 혹은 별생각 없이 최종 결정권자나 인사팀에 먼저 이야기하면 되지 않나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보고 프로세스는 업무뿐 아니라 인사 관리에 있어서도 적용됩니다. 최종 결정권자 이전에 직속사수나 상사에게 미리 보고해야 하며, 이후의 절차에 관해서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직속 상사 역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에 대처할 수 있지요.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생길 거고요. 자칫 그렇지 않고서 모든 일이 벌어진 이후에 알게 되면 괜한 서운함이나 배신감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미리 알지 못한 그의 관리 역량이 문제 삼아질 수 있고요. 그렇게 알게 모르게 불편해진 상황에, 본인 역시 퇴사일까지도 괜히 눈치를 보며 가시방석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전에 후배가 퇴사 면담을 이사님과 한다길래 직속 팀장님에게 미리 말씀드리라고 조언했더니, '누가 먼저 아는 게 중요한가요? 어차피 다 알게 될 텐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후배의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 말처럼 프로세스를 건너뛰어도 일처리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마치 학교 전학을 신청하는 학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기 전에 교무부장 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에게 먼저 달려가는 느낌인 겁니다. 전학 수속을 할 때는 담임 선생님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전학 수속을 진행하는 게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절차상 혹은 도의상, 직속 상사에게 일단 귀띔을 한 이후에 움직이는 게 낫다는 거죠. 그리고 번외로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있다면 모든 것이 공론화되기 전에 미리 슬쩍 이야기해두는 게 향후 그와의 관계를 위해 좋을 겁니다(물론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하는 소식은 소문이 퍼질 수도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물론 특수한 상황도 있습니다. 직속사수나 상사가 말이 안 통하거나, 사이가 좋지 않아 도저히 미리 말할 수 없을 경우이지요. 이렇게 사이가 틀어져서 퇴사하거나, 프로세스가 의미 없는 조직이 아닌 경우에야, 같이 근무했던 직속 사수나 상사에게 먼저 말한 이후에 최종 결정권자에게 통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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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퇴사를 경험할수록,

오래전 상사가 해주신 말씀을 곱씹게 됩니다.


"인연을 맺을 때만큼, 잘 매듭짓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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