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생활비
보람과 성취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보수는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발칙한 생각도 했더랬죠. 하지만 오롯이 내가 내 몸을 건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배제하는 것이 참 힘든 일임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어도 고스란히 나가는 비용들이 있습니다. 그 비용을 충당하려면 일을 할 수밖에 없죠.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중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간혹 취업을 고민하는 후배 중 '그냥 돈 많이 주는 곳에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 '많이'의 기준이 무엇이냐 되물어보면 멈칫한 후 막연히 '많을수록 좋겠죠'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돈만 많이 주면 괜찮느냐고 물어보면, 또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복지, 기업 분위기, 성장 가능성 등 다른 선택지들도 줄줄이 나열하죠. 우리는 대부분 '돈' 뿐만 아니라 워라밸, 복지, 통근거리 등 굉장히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해서 직장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급여는 최소 이 정도라는 본인만의 내부적인 기준이 있어야 그 외의 부분을 실리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죠.
‘최저생계비’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 비용'으로써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가 수준 등으로 고려해서 매년 공표하고 있는데요. 올해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1,054,318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최저생계비가 아닌, 본인만의 맞춤형 '최적 생계비'를 책정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사람마다 각각의 지출 항목과 소비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죠.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최적 생계비를 산출해보면 됩니다.
[최적 생계비 예시]
각종 보험료 : 15만원
핸드폰 요금 : 5만원
생활비(생필품 구입 등) : 30만원
교통비 : 10만원
식비 : 20만원
기타(용돈 등) : 30만원
-----------------------------------
total 110만원
본인만의 최적 생계비를 계산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리해야 돈에만 매몰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내 월급은 항상 적은 것 같고,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내 최적 생계비를 정하고 나면, 이 정도만 충족이 되어도 괜찮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가질 수 있죠. 직장을 정하는 기준에 대해서 다음회에 포스팅하겠지만, 최적 생계비를 정하고 나서 그 외에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들(워라밸,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되기 때문에, 선택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를 얼마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각자 본인의 최적 생계비를 감안하여 한 달에 최소 벌어야 하는 비용을 정한 후, 그 비용을 한계 마지노선으로 잡고 직장을 구한다면 그나마 그 외의 보람, 성취감 등 본인이 추구하는 다른 가치도 함께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되죠.
그럼 말 나온 김에 지금 노트와 계산기를 꺼내서 본인만의 최적 생계비를 책정해보세요.
당신의 최적 생계비는 얼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