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고왕이 되려면
본인의 연봉에 만족하시나요?
'연봉'을 너무 대놓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당연히 찾아야 하는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돈돈돈'하면 천박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돈 이야기를 대놓고 하기가 왠지 부담스럽고 민망하다며 연봉 협상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아직 많죠.
우리가 일하는 건 자기 계발, 본인 성장 등의 이유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나요?
생활을 불편 없이 영위해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자존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하며 직장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합당한 연봉 책정이 필수적입니다.
보통 직장에서 연봉협상은 입사 시 한 번, 그리고 매 인사고과 시즌마다 이루어집니다. 고과 시즌마다 이루어지는 연봉협상은 협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 상사의 통보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이 좋아 협상을 한다 해도 입사 시 책정되는 연봉 수준에서 큰 변화를 이루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이미 정해진 연봉에서 쥐꼬리만큼 오르는 경우가 많죠. 그러므로 입사할 때의 갖은 사탕발림(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올려주겠다 등)은 믿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가면 갖가지 상황을 핑계로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거든요.
이전에 인사팀 재직 당시 수많은 연봉협상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결과, 사실 회사 입장과 근로자의 입장은 정반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회사에서는 되도록 적게 주고 싶어 하고, 근로자는 되도록 많이 받고 싶어 합니다. 그 사이 접점을 찾는 것이 연봉 협상의 과정인데요, 그 과정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얽혀있습니다. 그 근로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잡고 싶은지)에 따라 연봉 책정 금액도 달라지고, 회사의 경영 상황이나 채용 부서가 주력사업 부서인지에 따라서도 영향이 있습니다. 원래는 낮은 연봉이 책정되었다가 구인난이 심해지면(채용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연봉을 올리기도 합니다. 결국 채용과 마찬가지로 연봉 책정 역시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운 외적인 요소 중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를 따져보고 가급적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겠죠. 정률은 아니지만 연봉 협상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팁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째, 사전에 그 회사의 연봉 수준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일단 상대의 수준을 먼저 파악해야 협상에 효과적으로 임할 수 있습니다.
연봉 협상에 임할 때 실제 어느 정도까지 네고가 가능할지를 가늠하는데 활용하는 거죠. 친절하게 채용공고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공고에 작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루트를 통해 미리 연봉 수준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연봉 공개 관련 사이트들(크레딧*, *플래닛 등)이 워낙 많아서 해당 사이트를 참조하셔도 좋고, 카더라 통신을 이용하거나 취업 커뮤니티에서 검색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나와있는 정보가 가끔 틀릴 때도 있고, 채용 직무에 따라 어느 정도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참고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희망연봉을 가급적 먼저 오픈하지 마시고 회사의 연봉 테이블을 직접 물어보세요.
연봉 협상 과정에서 인사담당자가 희망연봉을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예 지원서에 기재해서 받거나, 직접적으로 면접 시 혹은 합격 이후에 묻죠. 그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연봉 수준을 바로 얘기하기보다는 역으로 '여기 연봉 테이블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 범주치를 알아야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 협상의 경우 금액을 먼저 제시하는 쪽이 불리하기 마련입니다. 가급적 내 희망연봉 오픈보다는 회사에서 줄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해보세요. 회사에서 끝까지 오픈 안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오픈을 해주는 경우에는 그 범주를 고려하여 어느 정도 딜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희망연봉은 말 그래도 희망연봉입니다. 내가 희망하는 연봉 수준을 기재하는 것이기에 너무 겸손하지 말고 그 회사 연봉 테이블을 과도하게 뛰어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지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셋째, 경력직의 경우 직전 회사 연봉 언급에 신중해야 합니다.
경력직 연봉 협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직전 회사 연봉입니다.
당연히 직전 회사보다 높은 연봉을 줘야 이 사람을 스카웃해서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직전 회사의 연봉이 높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직전 회사의 연봉 테이블 자체가 낮았던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실 텐데요. 전 직장 연봉이 너무 작은 경우에는, 알아서 어느 정도 make up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실 원천징수영수증이 있기에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없던걸 있었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잘 떠올려보면 본인의 본봉 외에 이것저것 지급받았던 것이 있었을 겁니다. 제 경우에는 이직 후 협상할 때 비정기 성과급이나 복지 포인트 등 현물성으로 받은 것까지 포함하여 얘기했습니다.
간혹 해당 회사 연봉 테이블을 핑계로 전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 그대로 협상하려는 회사도 있는데요. 본봉의 조정이 힘들다고 하는 경우에는 성과급이나 기타 현물성으로 보전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 좋습니다. 본봉 자체의 조정은 기존 직원들의 반발로 인해 힘들지만 다른 방식으로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보전해줄 수 있는 방법을 대부분 가지고 있거든요.
넷째, 네고가 먹히는 곳이라면 감정 팔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신입직 채용의 경우 사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회사 내규에 따라 정해진 연봉 테이블에 의거해서 책정되니까요. 하지만 간혹 채용공고상에 협의라고 기재되어 있거나 xxx ~ xxx처럼 범위 값으로 적혀 있는 경우에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업다운 여지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을 상환해야 해서.. 자취 비용이 많이 들어서.. 부모님을 모셔야 돼서.. ' 등등.. 연봉을 좀 더 올려주시면 안 되냐며 감정에 호소하는 거죠. 설마 되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해보는 겁니다. 결정권자와 바로 접촉이 가능한 작은 회사일수록, 효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예 공고 상 협상이 불가하다고 못 박혀서 적혀있는 곳은 네고의 여지가 없을 확률이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챙겨줄 수 있는지 말이라도 해보는 게 좋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얘기해서 들어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쿨하게 마는 겁니다. 어느 쪽 상황도 내가 손해 볼 건 없습니다.
다섯째, 이왕이면 협상 시 표현 화법에도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연봉 협상 시 대화법에 있어 어느 정도 신경 쓰는 건 필요합니다.
어찌 됐든 간에 나는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고, 협상하는 사람도 내가 그 회사를 다니게 되면 계속 보게 될 사람입니다. 당당하게 표현한답시고 했던 말이 자칫 오만하고 불손하게 비치지는 않는지 유의해야 합니다. 너무 목적 달성에만 치우쳐 억지를 부리거나 생떼를 쓰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게 손해입니다.
같은 얘기라도 A라고 표현할 때와, B라고 표현할 때 듣는 입장에서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인상을 요구할 때 무턱대고 '더 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일 하는데 동기부여도 되고 성과를 더 잘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현명하죠.
상대에게 가급적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얘기하고, 너무 센 어투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위의 내용들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나 인사담당자 성향에 맞춰서 융통성 있게 적용하셔야 합니다. 회사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하는 변수가 있을 수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연봉 협상을 시도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회초년생 때는 협상이고 뭐고 회사에서 주는 대로 별생각 없이 받다가, 여러 번의 이직을 반복하며 협상하는 기술을 늘려갔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괜히 민망스러워서 얘기 안 하고 주는 대로 받으면 나만 손해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거든요. '우는 아이 떡 하나 준다.'라는 말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유효합니다.
불만족하게 협상하고 입사하면, 근무하는 내내 찝찝할 수 있습니다.
'이 연봉을 받고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쉽사리 근로의욕도 나지 않고 동기부여 역시 되지 않을 수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본인이 원하는 연봉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적정 수준에서) 대차게 부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할 때는 껄끄럽고 괜히 얘기했나 싶지만, 반복될수록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때로는 원하는 대로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겠지만, 실패하더라도 일단 할 말은 했다는 후련함은 남습니다. 적어도 입사해서 '더 협상해볼걸...' 하는 찝찝함은 덜 수 있는 거죠.
지금 연봉 협상을 앞두고 있거나,
지나간 연봉 협상을 후회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