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글로벌 리빙
'글로벌 리빙'을 꿈꿉니다.
여기서의 '글로벌 리빙'이란 글자 그대로의 의미인 'global living'이 아니라 '글로' '벌'어먹고 '살 수 있는(living)'삶을 꿈꾼다는 말인데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한 어느 작가의 말이었습니다. 참으로 웃픈(웃기고도 슬픈)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말마따나 글로 벌어먹고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예로부터 글 쓰는 일이라고 하면 입에 풀칠하기 힘든 직업이라는 말을 했을까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조차 작가라고 하면 배고픈 직업이라는 인식이 다분합니다. 예술가라는 직업이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 극소수의 유명인을 제외하고,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예술인들은 불규칙한 적은 수입으로 살아갑니다.
아마 전업작가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그럴 테지만, 저도 언젠가는 '글로벌 리빙'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순수하게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있는 삶 말이죠. 다만, 최근 출간을 기점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당장은 이루기 힘든 꿈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겁니다. 아이러니하실 겁니다. '아니, 출간도 했는데 꿈에 더 가까워진 게 아닌가?' 싶으실 테죠. 저 역시 업계 생태계를 잘 알지 못했던 때에는 오히려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내기 전에는 '출간하면 인세로 어느 정도 생활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인세를 받아보고, 또 몇 번의 기고료를 받다 보니, 월급 없이 순수하게 글을 써서 받는 수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슴프레 이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보니- 아직은 무명작가이다 보니- 현실을 더 잘 느끼는 요즘입니다. 원고료라는 것도 대중없었고, 대부분 입금 시기도 제각각(통상 평균적으로 한 달 정도의 시간 소요)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정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로써만 생활해야 했다면, 가정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더군요. 아마도 꽤 초조했을 것 같습니다. 불규칙한 수입일 뿐 아니라 투입 시간 대비 정말 적은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직장과 병행하며 글을 써온 지난날동안 뼈저리게 느낀 것은, 정말로 글만 써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렵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상들은 심란한 마음을 더 부채질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인터뷰 영상 몇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김이나 작사가의 영상입니다. 어느 콘텐츠에서 그녀는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본인은 7년 정도 직장생활과 작사가 생활을 겸업하였으며, 작사가 평균 수입이 월급을 훨씬 웃돌 때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배수진을 치고 창작활동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그럴 때 꿈을 포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이죠. 차라리 병행하고 있을 때는 기본적인 생활이 유지되므로, 쉽게 포기를 선택하는 게 되려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장강명 소설가의 인터뷰입니다. 간혹 독자들 중에 직장을 그만두고 글만 쓰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 역시 사회부 기자로 꽤 오래 활동하며 소설을 겸해서 썼던 때가 있었답니다. 그때 느낀 것이 직장에 다닐 때의 이점 또한 있다는 겁니다. 사실 소설이라는 것이 온갖 군상들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쓰는 것인데,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해봐야 이러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해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보편적인 생활을 배제한 채 글만 쓰겠다고 하면, 오히려 일상과 유리된 글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죠.
이 외에도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글을 쓰다가 최근 웹소설 작가로 전업한 '한산이가'는, 겸업하며 수칙을 하나 세웠다고 합니다. 바로 본업인 의사로서 버는 수입보다 세 배 이상이 되면 전업하자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작가로 전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노라니, 세 배는 커녕 아직 월급에 턱없이 모자라는 글로써의 수입을 생각할 때(월급이 아주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업작가로 전향하는 것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차라리 어떻게든 시간을 확보해서 작가로서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올려놓은 후에 전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최근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이켜봤을 때 직장 다니기 싫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전업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했고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래가기 위해, 지금의 상황을 좀 더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평생 글 쓰며 살고 싶은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꾸준히 계속 써 나아가면 되는 문제이니까요. 당분간 직장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삶을 이어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년도 퇴사 계획을 세웠었지만, 일단 직장에서 내쳐지지 않는 이상, 버티면서 계속해보려 합니다. 하다가 정 안되면 그때 관두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죠.
신기하게도 오히려 직장과 병행하기로 결심을 굳히고 나니까, 되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상황을 수용한 이후 '어떻게'로 방향 전환이 되었죠. 어떻게 효과적으로 병행할 수 있을까? 답은 하나였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의 확보. 최근 글쓰기 외에 벌려둔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이런 일들을 잘 갈무리해서 글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제1의 과제였죠. 좀 더 구체적으로 플랜을 세워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진부하지만 기가 막힌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