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렘 반, 걱정 반
*** 이전 포스팅(띵동! 출판사에서 온 제안 메일)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안 메일을 받은 이후, 미팅 수락 답변을 보냈고, 드디어 미팅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미팅일은 어느 평일 늦은 오후였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제가 시간이나 장소를 직접 정하도록 배려해주셨지만, 출판사에 가보고 싶은 마음에 평일 오후로 일정을 잡았지요.
출판사와의 첫 미팅에 임하는 각오(?)는 채용 면접 보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이곳이 나와 맞는 곳일까?' 물음표를 가지고 해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미팅 결과에 따라 계약 유무가 결정되므로,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머릿속은 미팅에서 나누어야 할 이야기와, 또 확인해야 할 사항으로 가득 차있었지요. '잘 안되어도 괜찮아'라고 마인드 컨트롤해보았지만, 마음이 그리 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미팅 당일이 되었습니다. 반차를 쓰고 조금 여유있게 출발했던지라 예상보다 일찍 근방에 도착했습니다. 덕분에 차분히 동네를 둘러보며 주변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출판사, 여느 콘크리트의 현대식 건물이 아닌 붉은 벽돌재 외관의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건물에서 느낀 첫 이미지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건물 입구로 들어선 순간 보이는 통창 너머로 편집자님이 눈인사를 하셨고, 이내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미세하게 코끝을 스치는 종이향과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들, 타닥타닥 균일하게 울리는 키보드 소리에서 '아, 출판사에 왔구나' 실감났지요.
편집자님의 첫인상 역시 메일에서 느낀 것처럼 진중해보였습니다. 미팅을 준비하신 부분에서도 꼼꼼함이 엿보였습니다. 미리 작성해 둔 기획안을 전달해주시고 본인이 최근에 작업한 책도 선물해주셨죠. 작업물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어지는 출간 관련 논의도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기획 방향에 대한 부분도 의견이 잘 맞았고, 제 글에 깊은 공감과 애정 어린 시선을 갖고 계신 점도 신뢰를 쌓는 데 일조했지요. 그동안 제가 중구난방으로 펼쳐둔 퍼즐 조각들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모아 꿰뚫는 기획력에 감탄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 대략적인 계약 조건에 대한 이야기와 서로 합의해야 할 사안을 정리하는 것을 끝으로, 미팅은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요즘엔 출판사와 대면 미팅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바로 계약 진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출간 제안을 받으셨다면 가급적 오프라인 미팅을 하시길 권장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출판사를 방문하여 분위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직접 편집자를 만나보고, 또 회사 분위기를 확인해보면 나와 맞는 곳인지 맞지 않는 곳인지 판가름하기 수월합니다. 건물 외양이나 직원 태도 등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에서도 있고,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직감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직접 가보았는데 너무 영세한 곳이거나 이상하게 쎄한 느낌이 든다면, 직감을 단순히 흘려보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일례로 이전에 어느 출판사와 미팅 경험이 있는데요. 출판사 건물에 들어섰을 때, 어쩐지 이곳과는 이번 작업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진행된 미팅 과정도 그리 순탄치 않았고, 결국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둘째, 대면해서 이야기할 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메일을 주고받거나 통화로 이야기할 때 느끼기 힘든 부분을 직접 대면해서 많은 부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정이나 제스처 등의 비언어적인 부분은 직접 보아야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여러 가지 이유로 대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적어도 한 번은 꼭 오프라인 미팅을 하시길 권장합니다. 처음 미팅에서 많은 부분을 조율할 수 있고, 그때 일정 부분 이상의 신뢰를 쌓을 수도 있습니다. 첫 미팅에서 라포가 잘 형성되면 그다음에는 메일이나 통화로 소통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신뢰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비대면으로만 소통하면 의도치 않은 오해가 쌓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계약조건 협의 등 다소 민감한 사항에 있어서는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팅 이후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케이스도 꽤 많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일단 괜찮다 싶은 작가를 먼저 컨택해서 미팅 때 이야기 나누어 보고 결정하자는 경우도 많은 편이고요. 제게 컨택했던 출판사 중에도 일단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곳이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그렇게 구체적인 그림 없이 만났을 때는 별 소득 없이 미팅이 끝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이런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 지금의 출판사를 만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시의 쓰라린 경험이 내게 꼭 필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고요.
혹 지금 미팅을 앞두고 계시다면 앞으로 펼쳐질 경험을 잘 활용하셔서 좋은 출판사와 인연을 맺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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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미팅 가기 전에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해가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미 전편(이전 화 '띵동! 출판사에서 온 제안 메일' 참조)에서 말씀드렸던 준비과정을 거쳤다면, 이메일을 주고받는 단계에서 충분히 방향이나 대략적인 컨셉에 대한 합의는 되었을텐데요. 그에 더해서 구체적으로 궁금한 것들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서 간다면, 미팅 진행에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출판사 역시도, 미팅 때 나눈 대화 및 이러한 협의 사항들을 반영하여 내부 검토를 거친 이후에, 본격적으로 계약을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