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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Nov 16. 2023

출판 계약 때 챙겨야 할 것들

#3. 꼼꼼! 꼼꼼! 꼼꼼!



 편집자님과 미팅 후 다음날, 출판사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미팅에서 제 주관을 피력한 부분이 꽤 있었기에, 계약이 불발되면 어쩌지라는 얕은 불안감이 있던 차였습니다. 약간의 긴장감으로 열어본 메일함에는, 출판사 내부 회의 결과가 담겨있었습니다. 제가 제안했던 사안에 대해 검토가 잘 되어 계약 진행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과, 계약에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확인 요청하는 메일이었죠.

 드디어 출간 계약을 하게 되는구나! 그 메일을 받고 나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워낙 미팅 이후에 엎어지는 경우도 많기에, '될 대로 돼라' 어느 정도는 마음을 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수락 메일을 받고 보니(아직 계약서 작성 전이었지만), 책을 내게 되었다는 기쁨과 뿌듯함, 설레는 두근거림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원고 작업 등 앞으로 잘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한아름 얹어졌습니다.


 출판사에 원고 마감일 및 대략적으로 정한 가제를 전달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출판사에서는 확인을 요청하는 계약서 파일을 보내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사회생활 경험으로 근로계약서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 편입니다. 특히나 이전에 HR부서에서 계약서 검토해 본 경험도 있기에, 근로계약서에 관해서는 독소조항이랄지 꼭 필요한 사항 등을 확인해내는 것도 수월했고요. 하지만, 출판 계약은 또 다른 영역이더군요. 처음 접하는 출판 계약서 내용은 생소했습니다. 또한, 같은 계약서이지만 사업주와 내가 갑과 을인 근로계약과, 저작권자와 출판권자로서 계약을 맺는 출판 계약은 무언가 계약 대상자의 지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출판계약의 경우 마치 사업 파트너로서 양자 간의 계약을 체결하는 느낌이었달까요.


 출판계약 체결 시에 확인해야 될 부분이 있을지 나름 알아본 결과, 대다수는 문체부에서 발행한 출판표준계약서로 작성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습니다. 작가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을 없애고, 권리 주장 등 필요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에 표준 계약서 포맷에 작성하면 어느 정도 안전한(?)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그래서 저와 계약하는 출판사에서도 당연히 표준계약서 포맷을 활용할 줄 알았는데, 보내준 계약서는 출판사에서 만든 자체 양식이었습니다. 표준 출판계약서와 비교했을 때 분량도 꽤 심플한 계약서 포맷이었죠. 출판사에 문의하니 이미 오래전부터 이 양식을 활용하여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여전히 많은 출판사에서 자체 양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체부 양식 활용은 권고 사항이지, 필수는 아니기 때문이죠). 


 다시 문체부 표준 양식을 활용하여 계약서를 재전달 해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가, 첫인상부터 너무 유난으로 비칠 것 같아서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기존 계약서로 진행하되, 문체부 표준 계약서와 대조하여 삽입이나 수정이 필요한 문구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출판사에서 보내준 계약서를 꼼꼼히 체크하기 시작했지요.

제가 계약서를 검토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저작권 관련 권리 행사 부분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다를테지만, 저는 지금 시점에서 인세 비율이나 저자 증정부수 등의 정량적인 부분보다는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 행사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인세는 (물론 많이 받으면 좋지만) 신인작가이고 아직 협상할 정도의 실력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판사가 제안한 비율에서 상향 조정 요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토대로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권리 행사와 이용허락 등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명문화를 요청했습니다.


2. 저자 의견 반영 부분

 저는 원고 작성 이후 과정에 저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물론 최종 결정 권한은 출판사에 있지만, 출판사 작업 방향에 저자로서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 등 직관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관한 영역인데요. 원고 자체의 퀄리티 못지않게 도서 패키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소설이 아닌 에세이기 때문에 더욱 이미지적인 부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팅 때 작가와 진행사항을 공유해 줄 수 있는지 검토 요청을 드렸고, 계약서 상에도 도서 제작 과정에 저자와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 삽입을 요청했습니다.






 그 외에도 필명에 대한 표기(나와 필명이 동일인인지 입증 필요), 원고 마감 기일에 대한 부분 등 나름 최대한 꼼꼼하게 검토하고 협의한 것 같습니다. 계약서 조항을 잘 확인하지 않고 도장 찍는 사람도 있다지만, 저는 출판계약 뿐 아니라 모든 계약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가 일어나지 않거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도의적인 선에서 잘 마무리 지어진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결국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주는 것은 계약서가 될테니까요. 


 물론 출판사와 계약서 조항으로 이야기하기 껄끄러우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내 권리 주장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출판사와 잘 조율해서 작성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가급적 통화보다는 증빙이 가능한 이메일 소통을 추천합니다). 

 계약서 작성은 꼭 정해진 포맷이나 문구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하면 수정하고-물론 쌍방이 합의해야 하는 것이지만- 검토하여 최종 작성된 계약서에 날인하시는 겁니다. 출판 계약서 조항에 의문나는 점이 있다면, 충분히 묻고 확인해서 후회 없는 계약 진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약 체결은 전자계약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전자 계약 방식이 생소하였는데, 알아보니 종이 계약서와 동일한 효력이 있더군요. 도장까지 이미지 생성이 되는 부분을 보며, 시대가 참 좋아졌구나 느꼈습니다. 직접 만나거나 우편으로 계약서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점점 전자계약으로 진행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아마 계약을 맺기로 결정되시면, 출판사에서 제안하는 방식으로 계약 체결하게 되실 텐데요. 어느 방법이든 다 좋지만, 계약서 날인할 때만큼은 대면보다 전자계약이나 우편계약 방식을 추천합니다. 계약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최종 검토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앞에 출판사 관계자가 앉아 있으면, 왠지 오래 들여다보긴 어려울 듯 싶습니다;;).


 시간이 좀 걸린 계약서 검토 과정과는 달리, 전자 계약으로 진행된 실제 계약 체결은 정말 순식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계약서까지 오가고 나면, '이제 정말 출간이 되는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계약서에 적힌 원고 인도일을 보며(협의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압박이 죄어오기도 하지요. 



 계약까지 진행했겠다, 이제 비로소 출간의 본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저자로서 가장 중요한 원고 작업 단계인데요. 각기 차이가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일단 목차를 구성하여 출판사에 전달하는 것으로 작업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본격적인 원고 작성을 위한 첫 발을 뗀 셈이죠. 

(사실 이미 발행해둔 브런치 글 분량이 있어서 수월할거라 생각했는데... 크나큰 착각이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원고 작업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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