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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Nov 23. 2023

끌리는 목차 구성법

#4. 원고 뼈대 세우기



 출판 계약까지 진행하고 나면 대망의 원고 집필 작업이 이어집니다. 원고 마감일은 새 작업의 경우 대략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잡는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브런치에 이미 발행해 둔 글이 있었기에, 출판사에서는 좀 더 짧은 4개월 남짓의 기한을 제안하였습니다. 물론 작업 중에 연장할 수 있다며 부담을 덜어주시긴 하셨죠. 일단은 이런 작업이 처음이었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타이트한 작업 기간을 가지고 가되, 필요할 경우 연장 요청을 드리는 것으로 출판사와 협의했습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간은 꽤 많이 늘어졌는데요. 이후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그렇게 시작된 원고 집필, 가장 먼저 시작된 건 목차 구성 작업입니다. 글에서 목차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도 하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대략적으로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에세이나 비문학의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 또한 책을 고를 때 목차를 먼저 훑어보는 편이고요.  

 목차는 책의 전체적인 구성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원고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입니다. 물론 초반에 설정한 목차가 원고 완성 즈음엔 꽤 많이 변동되긴 하지만, 그래도 책의 전반적인 토대를 잡는다는 측면에서 초반 작업의 중요성이 큰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책의 목차를 접했지만, 막상 내 책의 목차를 지으려니 쉽지 않더군요. 진도가 안 나가는 답답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좋은 목차란 어떤 것인지 자료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대부분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챕터별로 꼭지 비율이 비슷할 것


  각 챕터별로 비중이 비슷해야 글에 균형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처음엔 강박적으로 비슷한 분량의 챕터로 구성하려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점에서 여러 책들을 훑어보니, 사실 제각각이더군요. 어떤 책은 챕터 구분 없이 소제목으로만 구성된 경우도 있었고, 또 어느 책은 챕터 두어 개 정도로 러프하게 구성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개수에 매몰되다 보니 생각까지 제한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서, 지나친 강박관념은 버리고 크게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고민 결과, 원고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과 관련된 첫 번째 챕터의 비중을 높이고, 나머지 챕터들은 최대한 비중을 고르게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챕터나 소제목 표기 방식이 비슷할 것


 처음 구성한 목차에 관해 편집자님이 해주신 조언인데요. 목차를 구성하는 소제목은 어투나 종결어미 등 표현 방식이 비슷해야 통일감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일례로 '~하다'라고 끝나는 어미의 소제목과, '~합니다'로 끝나는 어미의 소제목이 섞여 있으면 산만해 보일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와 '똑똑하게 회사를 이용하라'를 함께 두는 것보다는, 후자를 '똑똑하게 회사를 이용합시다'로 변경하여 비슷한 통일감을 주는 게 독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외에도 '성공적인 목차 쓰는 비결'은 차고 넘치게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참고는 할지언정, 전부 따르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출간된 수십 권의 도서 목차를 들여다보며, 가지각색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률적인 공식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원고 특성에 따라 매력적으로 배열되는 구성이 다르기도 하고요. 다만, 초기에 뼈대를 잘 갖춰두어야 살을 붙여도 괜찮겠구나 생각은 들었습니다. 잘 쓰인 책을 보면 대부분 -목차 쓰는 공식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전체적인 구조화는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어떤 책인지 알기 쉬운가?', "읽고 싶어지는 책인가?' 두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지요.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추상적인 목차보다는, 어떤 내용인지 직관적으로 짐작이 가능한 목차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목차란 어떤 것인지 방향을 잡긴 했지만, 막상 실제적인 구성을 위한 얼개를 짜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모든 글을 나열해 보았고, 전체적인 테마(사회초년생을 위한 일과 인생 지침서)를 정하긴 했으나, 이를 어떻게 그룹핑해야 할지 딱히 방향이 잡히진 않았죠. 고민 끝에 주변 의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입사부터 퇴사까지의 직장생활 사이클에 맞추어 내용을 배치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 하나와, 가상의 페르소나(사회초년생)를 설정하여 그 인물이 겪을 법한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구성해보는 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죠.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사실 그닥 끌리지는 않아서, 한참을 끙끙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던 어느 날, 기발한 아이디어가 순간 번뜩였습니다.


 바로, 사회초년생이 겪을 법한 에피소드를 요일별로 나누어 챕터를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회초년생의 일상을 담으려면 직장 생활하는 평일 시간 외에도 주말까지의 시간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이렇게 요일별로 각각의 테마를 적절히 배치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균등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주로 월요일은 업무 부담이 큰 날이기에 '일에 치이는' 컨셉, 화요일에는 여러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 통계상 가장 변동이 적어 투자할 만한 요일로 여겨진다는 수요일, 바쁜 주 초반이 지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목요일, 데이트가 많은 금요일, 가족 갈등이 있을법한 토요일, 그리고 다음날 출근 걱정하며 인생을 고민하는 일요일로 구분하여 챕터를 구성했지요. 


 챕터별 큰 틀을 설계한 이후에는 그에 적합한 꼭지(소제목)들을 나열하는데요. 소제목을 구성하는 것도 신경이 꽤나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세부적인 소제목들을 정하고 배치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지요. 하지만 소제목은 원고를 완성해나가는 순간까지도 변동이 있어서, 그보다는 초반 전체적인 프레임 설계에 힘을 더 쏟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시점에 돌이켜보니, 처음 작업했던 목차 기획안(출판사에 전달했던 파일)이 분량, 콘텐츠 등 면에서 최종 원고와 꽤 많은 차이가 있기도 하고요. 만약 지금 원고 작업 서두에 목차 작업을 시작하셨다면, 소제목 등의 세부적인 디테일보다는 글 전체의 뼈대를 구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원고를 써 나아가며 수정해가는 편이 더 나으실 겁니다.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초기 목차 구성안, 그리고 이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브런치에 올렸던 글에 새로운 꼭지를 첨가하여 구성한 목차를 출판사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긴장하며 목차에 관한 피드백을 기다렸습니다. 괜찮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편집자님이 보시기에도 그러하다고 느낄지가 궁금했고요. 다행히 돌아온 피드백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요일별 구성이 참 좋다며 반응이 괜찮았지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사항에 대한 피드백도 받긴 했지만,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들어서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출간 이후에도 독자분들에게 요일로 접근한 형식이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그래도 꽤 괜찮은 목차를 구성했구나,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목차 구성안도 잡혔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원고 본문 작업을 시작합니다(편집자님은 전체적인 원고 분량도 생각해가며 작업하라는 코멘트를 미리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작성해 둔 브런치 글을 갈무리하고, 그 외 부족한 부분에 살을 덧대어가는 식으로 원고 작업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원고 작업, 그동안 브런치에 써온 글쓰기와 출간용 원고 쓰기는 꽤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요.

과연 어떻게 달랐을까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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