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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18. 2024

왜 대중은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의 <군중심리>는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에 답하는, 군중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최고의 분석서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루스벨트, 처칠 등 세계를 이끈 정치인들은 일찍이 그의 이론을 활용하고, 히틀러나 무솔리니 등 파시스트들도 대중을 선동하는 일에 이를 악용했다고 합니다. 유럽의 버핏이라 불리는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 시장의 대중 심리를 알려면 '군중 심리'를 읽으라 권하기도 했지요.

 그나저나 저자는 능력자인 것 같습니다. 심리학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심리학 외에도 의학, 과학, 인류학, 자연과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 뛰어난 발자취를 남겼지요. 


 책을 읽은 뒤 '군중 심리'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요. 그중 공유하고 싶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군중의 일반적 특성에 관하여]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단지 함께하는 인원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무적이라도 된 양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들떠서, 혼자였다면 억눌렀을 본능을 따른다. 군중은 익명성을 띠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굴기 쉽다. 개인을 항상 옭아매던 책임감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본능을 억제하는 경향도 사그라든다.
군중에 속해 있으면 아무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군중의 수가 많아질수록 자신들이 벌을 받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강해진다. 수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군중은 독립된 개인으로 있을 때는 하지 못했던 감정 표현과 행동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 
군중은 감정이 격해지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과도한 감정에만 자극을 받는다.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웅변가는 격정적인 단어를 무람없이 사용해야 한다. 과장하고 단언하고 반복하되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 …… 게다가 군중은 자기 영웅도 똑같이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기를 바란다. 


 저자는 개인의 무리가 집단으로 형성되는 순간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고 말합니다. 심리적 군중이 되면 독립된 개인으로서 하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식으로 지각하고 행동한다고 말이지요. 단순히 물리적으로 모여있을 때뿐만 아니라, 외따로 떨어진 수천 명도 특정한 순간에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면 심리적 군중의 특성을 띨 수 있습니다. 혼자였다면 교양인이었을지 모르는 사람이 군중이 되면 야만인, 즉 본능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는 거지요. 맹목적인 악플들, 마녀사냥 등이 바로 군중의 일반적 특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이전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게시글을 올렸는데, 첫 글이 악플로 시작하자 그 아래로 줄줄이 악플이 달렸지요. 무맥락의 비판에 일단 글을 지우고, 일정 시간 흐른 뒤 다시 같은 게시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첫 댓글에 선플이 달렸습니다. 그러자 연이어 선플이 달렸고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흐름에 잘 휩쓸린다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군중과 지도자에 관하여]

역사적으로 군중이 온후한 지도자에게 동조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을 강력히 억압한 압제자에게 동조했다. …… 어느 순간 군주가 힘을 잃고 유약한 존재로 전락하면 군중은 그를 끌어내리고 멸시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더는 그가 두렵지 않기 때문에 그를 경멸한다. 
군중이 지도자에게 복종하는 이유는 지도자의 위신 때문이지 개인의 이익이나 감사하는 마음 같은 감정 때문이 아니다. …… 지성을 갖추면 복잡한 현실을 고려해서 설명하고 이해하고자 애쓰느라 지도자에게 필요한 확신의 강도와 과격함이 완화되고 무뎌진다. …… 무명의 연설자가 아무리 훌륭한 연설을 하더라도 논리적 주장만으로는 청중의 주목을 끌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구절에서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가 생각났습니다. 트럼프의 연설 장면을 지켜보면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굉장히 원색적인 표현을 쓰고 상대 후보를 사정없이 비방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그런 모습에 더욱더 열광합니다. 

 이전 역사에서도 이처럼 군중이 강력한 지도자에게 이끌리는 경우는 꽤 많았습니다. 히틀러나 무솔리니 등 파시스트도 대중을 선동하는 일에 군중 심리를 활용했다고 하지요. 

 글을 읽고 왜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정치판에서 흑색선전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지, 말도 안 되는 지도자가 한 나라의 수장이 되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중심리를 활용하는 법]


1. 메시지는 단순하고 강렬하게 표현하기

사상은 단순한 형태를 띠어야 군중이 이해할 수 있다. …… 군중은 논리적인 증명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 군중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연설가는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할 수 있는지 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가능한 메시지가 단순 명료해야 하며, 이미지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것이 좋다는 것인데요. 글쓰기에도 이를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복잡하고 흐릿하지 않고, 단순하고 강렬하게! 기억해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2.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기

군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방법을 아는 연설가는 감정에 호소할 뿐 이성에 호소하지 않는다. …… 군중을 설득하려면 먼저 군중에게 자극이 될 만한 감정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척한 다음, 기초적인 연상 작용으로 잘 암시된 이미지를 환기하며 그들의 감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가야 한다. 

 저자에 다르면 군중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 설득된다고 합니다. 논리적인 설득은 대중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말하죠. 구체적인 감정 설득 기법(자극시킬 감정 파악 → 감정 공유 → 연상 이미지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집단 속 소수의 키 맨(key man) 활용하기

변호사는 배심원단 전원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배심원단의 전체 의견을 주도할 사람들만 설득하면 된다. 군중 안에는 다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소수가 있기 마련이다. 

 모임장을 하며 이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모임에서 주요 인원만 잘 포섭하면, 운영이 한결 수월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다수 앞에서 강연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대중 속에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소수의 키맨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을 먼저 내 편으로 만들면 이후 흐름이 원활히 흘러가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책의 모든 내용에 공감했던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에, 현대 사회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요. 인종과 민족의 우열을 가리는 차별주의자적인 면모와, 여성과 노동자를 열등한 존재로 보는 시각의 구절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책을 읽어보면 개인이 아닌 군중화(집단화) 되었을 때, 어떤 심리가 발현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책을 읽으며 이전 경험들이 떠올랐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좀 더 명확히 알게 된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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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알던 군중심리가 궁금하다면,

대중의 마음을 읽고 싶다면,


책 <군중심리> 독서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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